Flower Bomb
탐스럽게 핀 시클라멘과 달리아, 사랑스러운 블러싱브라이드, 청초한 글로리오사와 에키놉스… 한겨울 꽃밭에 핀 반클리프 아펠 브로치의 고귀한 매력.
패션 감각을 일깨워줄 스타일 좋은 할머니 혹은 물려줄 보석이 많은 부자 엄마는 없다. 대신 한 편의 드라마는 일찌감치 내게 브로치의 가치를 일깨워줬다. <엄마가 뿔났다>에서 장미희를 기억해보자. 당시 패션지 화보에 자주 등장하던 보테가 베네타 드레스(장식이라곤 전혀 없는)에 브로치 하나만 달고 나와 열연하던 그녀 말이다. 어깨선이 꽤 미래적이었던 보테가 베네타 드레스를 단숨에 고상한 레이디라이크 룩으로 완성한 건 다이아몬드 브로치 덕분이었다.
결혼식을 위해 불가리 23캐럿 다이아몬드 브로치를 선물 받은 엘리자베스 테일러부터 소피아 로렌, 그레이스 켈리, 다이애나 왕세자비 등의 레이디라이크 룩에서 빠지지 않는 게 브로치다. 그러나 요즘 여자들에게 브로치 하면 여전히 할머니나 여성 정치인들의 낡고 전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바로 그 브로치가 정치적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전달한다는 건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한때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은 김대중 정부 시절 방한 시 햇살 모양 브로치를 달았다. 김 전 대통령이 추진한 대북 햇볕 정책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또 박근혜 대통령 역시 중요한 정치적 결단이 있을 땐 옷의 색채나 브로치를 통해 메시지와 의지를 표현한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하이패션과 함께 동시대를 풍미한 브로치는 유색 보석이 세팅된 견장, 큼지막한 이니셜이나 곤충, 진주가 알알이 박힌 까멜리아, 브레첼과 맥주, 벽시계 등 재치로 충만하다. 2005년 미우치아 프라다는 한동안 잊혔던 브로치를 패션계 수면 위로 올려놓은 주인공. 반세기 동안 잊혔던 브로치를 재발굴해 여성스럽고 초현실적 컨셉의 프라다 의상에 적절하게 활용했는데 여성미에 대한 예찬을 브로치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현한 것만은 확실했다.
레이디라이크 룩의 황금기였던 1950년대에 브로치의 활약은 실로 대단했다. 하나 다는 것만으로 말괄량이 아가씨를 요조숙녀로 변신시켰을 뿐 아니라 사랑의 증표로도 활용됐다. 한국 브로치의 역사 역시 50년대 본격적인 복식 변화와 함께 시작됐다. 개화기 이후 한국 복식은 서양 복식과 고유 복식이 융합돼 변천했는데, 제일 큰 변화는 개량한복이었다. 한복의 기본 형태는 유지하되 저고리 길이로 변화를 줬다. 특히 긴 고름을 대신해 가슴 부분을 장식하는 대표적인 장신구가 브로치였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진행될 반클리프 아펠의 전시 <아트 오브 클립(Art of Clip)>을 통해서도 브로치 스타일링의 아이디어는 물론 시대별 유행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2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시대를 풍미했던 브로치 80여 점으로 구성된 전시로, 20세기의 예술, 장식 예술 그리고 패션의 발전상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설명하는 자리다. 꾸뛰르, 자연, 요정, 발레리나 등 하우스의 시그니처 아이콘은 물론 그 시대에 유행한 예술적 운동이나 이국 문명에서 영감을 받은 클립이 연대별로 전시된다. 또 이집트 공주의 소장품부터 마리아 칼라스가 즐겼던 브로치처럼 특별한 이야기가 담긴 브로치까지.
이렇듯 브로치는 재킷이나 코트에 살짝 얹는 것만으로도 옷차림에 표정을 더하는 마법의 아이템이다. 우리에게 여자로 사는 즐거움을 선사할 브로치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 에디터
- 손은영
- 포토그래퍼
- WOO CHANG WON, COURTESY OF VAN CLEEF & ARPELS
- 손 모델
- 최현숙
- 매니큐어
- 박은경(유니스텔라)
- 플라워 스타일링
- 하수민(그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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