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t Bomb
립스틱의 선명함, 립글로스의 광채, 립밤의 편안함을 다 갖춘 완전체가 출현했다. 입술 착색 개념을 뛰어넘어 ‘리퀴드 립스틱’으로 변신한 2016 틴트 열풍.
뷰티 브랜드 최초의 틴트로 손 꼽히는 베네틴트의 역사는 1976년부터다. 베네피트 창립자 진과 제인은 샌프란시스코 미션 지역 여자들의 미용 고민을 들어주고 그에 따른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뷰티 살롱 ‘더 페이스 플레이스’를 운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진과 제인의 ‘뷰티 사랑방’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나이 들면서 점점 유두 색이 옅어져 단골손님들의 팁이 확 줄었지 뭐예요. 뭔가 확실한 해결책 없을까요?” 스트립 댄서로 일하는 중년 여인의 소망은 딱 두 가지. 원래 내 것처럼 자연스럽되 쉽게 지워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날 밤 진과 제인은 오랜 고민 끝에 빨간색 장미를 떠올렸고, 장미 꽃잎을 빻아 만든 천연 착색제 ‘베네틴트’를 탄생시켰다. 보기 싫게 쪼그라든 그곳에 생기를 더하고 싶은 스트리퍼의 갈망은 뷰티 월드에 불어닥친 틴트 열풍과 맞물린다. 가슴이 아닌 입술로 위치만 달라졌을 뿐.
이랬던 틴트가 확 달라졌다. “베이스 메이크업 시장의 BB크림, CC크림, 쿠션 파운데이션 흥행 요인과 동일해요. 간단한 방법으로 한 번에 완성하고 오래 지속되며 자주 수정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지속력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는 틴트가 재조명됐죠.” 디올 내셔널 메이크업 아티스트 손민기의 설명이다. YSL 뷰티 교육팀 유지열은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커피나 디저트 가게를 시간 내서 찾아다니는 ‘카페 투어’가 한몫했다고 봐요. 여자라면 누구나 커피를 마실 때마다 립스틱이 지워져 난처한 경험이 있을 거예요. 이런 불편을 해소한 제품이 틴트입니다. 입술에 닿는 즉시 스며들어 자주 덧바를 필요 없고 처음 그대로의 색감을 유지해주니 이보다 고마운 제품은 없죠.”
립스틱 특유의 무겁고 답답한 느낌이 없으면서도 화사한 컬러 연출이 가능하다는 것도 틴트의 장점 중 하나다. 그래서 메이크업 브랜드 나스는 틴트를 일컬어 ‘리퀴드 립스틱’이라 표현한다. “립스틱의 선명함, 립글로스의 촉촉함과 편안함을 한 번에 표현할 수 있는 아주 고마운 제품이죠.” 내로라하는 여배우의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김활란 원장의 파우치 필수품 역시 틴트. “요즘 조르지오 아르마니 틴트에 푹 빠졌어요. 가벼운 텍스처에 선명한 발색, 어디 그뿐인가요? 밀착력도 끝내주죠.” 조르지오 아르마니 교육팀 김민희는 레이어링과 블렌딩의 자유로움, 바르지 않은 듯한 가벼움을 꼽는다. “립스틱과 비교해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으면서 한 번 바르면 자연스럽게, 두세 번 겹쳐 바르면 선명하게 연출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아요.”
한편 빅 브랜드에선 성분, 텍스처, 애플리케이터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맥의 ‘레트로 매트 리퀴드 립 컬러’, 샤넬 ‘루쥬 알뤼르 잉크’, 나스 ‘벨벳 립 글라이드’는 최대 8시간 유지되는 컬러 지속력은 기본, 촉촉하게 발리지만 보송보송하게 마무리되는 벨벳 텍스처를 앞세운 틴트를 선보여 한동안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매트 립스틱의 왕좌를 제대로 탈환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립 마그넷’의 경우 울트라 신 필름 테그놀로지를 적용한 워터 인 오일 제형이 깃털처럼 가벼운 발림을 선사해 출시 한 달 만에 전국 매장 매출 1위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랑콤의 스테디셀러 립글로스 ‘쥬시 튜브’의 후속작 ‘쥬시 쉐이커 칵테일 틴트 오일’은 안티에이징 성분 ‘프록실린’의 함유량을 립스틱 대비 최대 두 배 이상 늘려 입술 노화 방지에도 힘썼다. 이게 전부는 아니다. 틴트 특유의 반짝이면서 자연스러운 느낌을 더하기 위해 쿠션형 퍼프를 장착해 초보자도 손쉽게 사용 가능하다. YSL 뷰티 ‘베르니 아 레브르 바이닐 크림 틴트’와 에스티 로더 ‘엔비 바이닐 립 컬러’는 발색, 지속력, 촉촉함에 ‘광택’이란 요소를 추가했다. 특히 ‘베르니 아 레브르 바이닐 크림 틴트’ 407호, ‘카민 세션’ 컬러는 현재 전 매장 품절 사태도 모자라 직구를 통해 구하고 있지만 일본, 미국, 유럽 등 해외 매장에서도 없어서 못 파는 ‘귀하신 몸’이다.
전문가들은 한 번에 많은 양을 입술에 얹어 바르기보다 얇게 여러 번 덧바르는 레이어링 방식을 권한다. 진한 색일수록 입술 안쪽에 한 겹 바르고 손이나 면봉으로 두드리며 블렌딩하는 것도 실패를 줄이는 방법. 가끔 립스틱을 바르고 싶은데 컬러가 쉽게 무너지거나 지워져서, 또 지워진 뒤 입술이 지저분해 보여 고민이라면? 입술에 틴트를 베이스로 깔아준 뒤 립스틱을 발라보자. 립스틱의 발색을 높이면서 착색된 컬러가 남아 있어 립스틱이 지워지는 과정이 덜 민망하다. 항간엔 입술이 건조해지기 쉬우니 틴트 사용 전 립밤을 바르는 게 맞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건 잘못된 상식이다. 착색 효과가 떨어져 지속력이 현저히 낮아지므로 마른 입술에 틴트를 먼저 바른 뒤 그 위에 립밤이나 글로스를 덧발라 보습 효과를 주는 게 좋다. 참, 틴트를 바른 직후 치아 점검은 필수. 틴트 조각들이 앞니에 남아 있는 것보다 민망한 일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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