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Sudden Attack

2016.12.08

by VOGUE

    Sudden Attack

    베트멍 한국 상륙작전은 예고부터 떠들썩했다. 베트멍과 매치스패션의 초특급 이벤트를 위해 CEO 구람 바잘리아가 서울을 찾았다.

    모델 미나미 기노시타

    모델 미나미 기노시타.
    베트멍의 두 번째 책 에 실린 사진들. 모두 2017 S/S 룩을 입고 있다.

    “어제 행사는 재미있었나요?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행사와 어떻게 달랐나요?” 서울의 어느 호텔에서 만난 구람 바잘리아(Guram Gvasalia)가 씩 웃으며 먼저 운을 뗐다. 재미에는 각자 온도차가 있었겠지만 전례 없던 행사인 건 분명했다. <보그>가 맨 먼저 정보를 입수해 팬들에게 알린 비밀 장소는 ‘남양주 와부읍 궁촌로’. 티저 이미지를 통해 공개된 대형 창고를 보니 얼얼하게 한 방 맞은 기분. 대관절 어떤 일이 일어날지 미지수 그 자체였다.

    폴 아믈린

    폴 아믈린.

    “어제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장소 그 자체였어요. 이제는 인터넷에서 클릭 한 번이면 정말 쉽게 옷을 사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익숙하지 않은 물리적 공간에서의 쇼핑이 전혀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죠. 서울 시내에서 판을 벌였다면 팬들이 더 많이 왔겠지만, 그들을 외곽으로 인도해 진짜 오고 싶은 사람만 초대한 셈입니다. 베트멍을 진짜 좋아하는 사람!”

    스타일리스트 로타 볼코바 아담

    스타일리스트 로타 볼코바 아담.

    10월 17일, 꼬불꼬불한 비포장도로를 지나 도착한 행사장에는 이미 수백 명의 인파가 진을 치고 있었다. “특정 장소에 베트멍을 입은 사람이 그렇게 많이 모이다니! 베트멍의 ‘작은 군대’ 같았어요.” ‘VETEMENTS’이라고 크게 쓰인 현수막을 지나 창고에 진입하자 지난 시즌 컬렉션 음악이 쾅쾅 울려 퍼졌다. 이건 베트멍 크루 중 한 명이자 모델 DJ 클라라 3000이 만든 노래들이다. “이런 쇼 음악도 남양주 창고에서 들을 법한 음악이 아니죠. 우리는 사람들을 베트멍의 우주로 초대한 거나 마찬가지예요.”

    빨간색 아우터를 입은 주 체미에르

    빨간색 아우터를 입은 주 체미에르.

    “서울에서 단독으로 판매한 캡슐 컬렉션은 사람들이 베트멍이라는 걸 눈치채기 쉬운 품목으로 구성했어요. 브랜드를 시작했을 때부터 전 세계적으로 재빨리 팔려나간 제품 말입니다. 베트멍 하면 떠오르는 후디는 리한나부터 GD까지 입어서 유명해졌죠.” “베트멍에서는 빨간색 후디가 나온 적이 없어요. 이번 캡슐 컬렉션을 위해 특별히 제작했죠. 원래는 후디나 티셔츠의 사전적 정의를 옷 뒤에 새겼는데, 이번에는 레인 코트에 적용해봤어요. 그리고 규모가 크든 작든 정말 많은 브랜드에서 따라 한 청바지!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변화를 줄 수 있는 게 뭘지 고민했어요. 그건 바지 안팎을 뒤집는 거였죠.” 이뿐만이 아니었다. 베트멍의 디자이너이자 구람의 형 뎀나도 즐겨 신는 리복 퓨리는 내년 베트멍과의 협업 론칭에 앞서 서울에서 맨 처음 공개됐다.

    검은색 코트를 입은 팔코 니켈

    검은색 코트를 입은 팔코 니켈.

    “모두가 제값에 진짜 베트멍을 살 순 없다고 생각해요. 베트멍은 한정 수량에다 고품질로 생산하기에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어요. 상티에(Sentier, 파리의 동대문 같은 곳)의 70~80%가 우리와 일할 정도로 각 제품별로 특화된 공장과 일해요. 공장만 서른 곳이 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청바지 밑단만 비대칭으로 자르고 100만원이 넘는 가격을 받는다고 생각하는데, 리바이스 청바지를 사들여 수작업으로 한 벌을 재조합하는 데 6시간이 걸립니다. 다만 중요한 건 복제품을 파는 사람들이 자신이 파는 게 가짜라고 말해야 한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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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뎀나는 첫 컬렉션을 재미로 만들었어요. 그렇다고 투자한 모든 걸 잃을 순 없었죠. 그래서 판매처 27개를 얻기 위해 500곳이 넘는 곳에 전화를 걸었어요. 몇 번이고 찾아가 우리 옷으로 설득했죠. 성공률로 따지면 5%도 안 되는 거예요. 중요한 건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요. 뎀나는 능력 있는 디자이너였고, 저는 디자이너가 원하는 걸 하게 해주는 CEO였습니다.” 구람 바잘리아의 답변과 표정에서 자신감이 드러났다. “우리는 괜찮은 옷을 만들었고, 사람들은 베트멍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죠.”

      에디터
      남현지
      포토그래퍼
      ADAM KATZ SINDING, PIERRE-ANGE CARLOTTI, COURTESY OF VET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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