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Fun & Furious

2017.01.04

by VOGUE

    Fun & Furious

    디스퀘어드2의 딘 & 댄 케이튼 쌍둥이가 없는 패션은 얼마나 따분할까. 유쾌하게 일하는 방법을 터득한 디자이너들과 서울에서 만났다!

    파크 하얏트 서울에서 만난 디스퀘어드2의 쌍둥이 형제. 침대 위에서도 끼를 발휘하며 촬영을 유쾌하게 이끌었다.

    특정 패션 디자이너를 설명할 때 항상 따라오는 수식어가 있다. 때로 국적일 수 있고(조지아 출신의 뎀나, 벨기에 출신의 라프), 외모일 수 있고(근육질과 문신의 마크, 백발의 칼), 혹은 성격일 수도(차가운 피비, 온화한 알버) 있다. “우리에겐 두 가지가 있었어요. 캐나다 출신과 쌍둥이! 캐나다 출신 쌍둥이 디자이너는 우리밖에 없었잖아요.” 회색 소파에 기대앉은 댄이 말하자, 딘이 덧붙였다. “디스퀘어드2의 딘과 댄. 캐나다, 쌍둥이 그리고 멋진!”

    이 유쾌한 쌍둥이가 3년 만에 서울을 찾은 건 아이웨어 파티를 위해서였다. “이런 투어는 꼭 필요해요. 우리의 옷을 서울 사람들은 어떻게 입는지, 우리가 디자인한 선글라스는 잘 어울리는지 그런 것 말이죠.” 인터뷰 전날 늦은 밤까지 서울 탐험에 나선 이들이 발견한 건? “끝내주는 안경을 더 많이 디자인해야 한다는 거예요.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안경을 이제 알았거든요!” 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딘이 말을 이었다. “이런 이유로 1년에 한 번씩 투어를 떠나야 해요. 인스타그램으로만 모든 일을 할 수는 없다고요.”

    20년 동안 딘과 댄은 추월 차선에 올라 패션계를 질주해왔다. 열아홉에 캐나다를 떠나 뉴욕을 거쳐 밀라노에 도착한 쌍둥이 형제의 성장 스토리는 유명하다. 덕분에 디스퀘어드2를 기억할 순간은 많았다. 마돈나가 ‘Don’t Tell Me’ 뮤직비디오에서 입은 카우보이 의상, 나오미 캠벨이 핑크색 비행기를 향해 달려가던 첫 번째 여성복 컬렉션, 리한나가 깜짝 등장한 2008년 컬렉션 등. 여기에 누구나 갖고 싶었던 캐주얼한 스웨트셔츠, 빨간 라벨이 숨어 있던 청바지 같은 히트작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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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크 하얏트 서울에서 만난 디스퀘어드2의 쌍둥이 형제. 침대 위에서도 끼를 발휘하며 촬영을 유쾌하게 이끌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재능은 이 모든 걸 즐길 줄 아는 성격에 있다. 화려한 파티와 셀러브리티 친구, 코스모폴리탄적 삶 가운데 두 사람은 늘 화사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완벽한 치아를 훤히 드러내는 미소 말이다. “물론 무척 바빠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바쁘지만, 웃지 않을 이유는 없잖아요?” 때로 지나치게 파티만 즐기는 것으로 보일까 봐 걱정하진 않을까? “우리를 떠올리면 파티를 떠올릴 수 있어요. 그게 나쁘진 않아요. 파티와 가장 잘 어울리는 디자이너라면 손해 볼 것 없죠.”

    바쁘다는 이야기는 엄살이 아니다. 완벽한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걸로 디자이너의 일은 끝나지 않는다. 게다가 비즈니스를 직접 이끄는 이 둘에게 시간은 더 빠르게 간다. 2016년도 마찬가지였다. 비욘세의 슈퍼볼 공연 의상으로 시작한 한 해는 로마와 이스탄불의 새 매장 오픈으로 이어졌고, 캐나다 국가 대표의 올림픽 유니폼 디자인도 기다렸다. 그래도 가장 자랑스러운 건 비욘세. “콘서트 첫 번째 의상이었어요. 스무 명의 댄서와 함께하는 무대는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댄이 말하자 딘이 덧붙였다. “마이애미에서 한 번, 밀라노에서 한 번 콘서트를 봤어요. 커다란 화면 속에 우리 옷이 등장하는 순간, 비명이 절로 나왔어요.”

    올 한 해도 쉴 틈은 없다. 그들은 최근 1월 밀라노 남성복 패션 위크에서 여성복도 함께 선보이기로 결정했다(이제 여성복 단독 패션쇼는 없을 예정). “자연스러운 결정이에요. 이제 우리의 완벽한 세상을 한 무대에 올릴 수 있게 된 겁니다. 덕분에 다음 주말 내내 일해야 하지만.” 끝없이 변화하는 패션계를 바라본 후 내린 결정이기에 두렵진 않다. “정상적이던 것이 이제 비정상이 되고, 변하지 않을 듯한 법칙이 완전히 깨져버렸어요. 우리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변화해야죠.”

    그 미래 속에는 여러 프로젝트가 쌍둥이의 손길만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삶을 기록한 새로운 책과(“영화로 만들어지면 완벽할 거예요.”) 밀라노에 자리한 레스토랑 아래에 열 예정인 헬스클럽과 스파도 있다(“체온을 떨어뜨려 몸을 회복시키는 놀라운 기술이 기다리고 있어요. 놀라울 거예요.”). 런던의 집을 떠나 밀라노에 머무를 때 필요한 최고급 게스트하우스도 생각 중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 건물은 온전히 우리의 것이 되는 거예요. 떠날 필요가 없는!”

    새 프로젝트는 곧 늘어나는 업무량과 비례한다. 그렇다고 불만은 없다. “일이 재미있다고 말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잘 알고 있어요. 만약 재미가 없다면 이 모든 걸 그만두겠죠?” 패션이 아직 즐겁다고 말하는 댄을 바라보던 딘이 질 수 없다는 듯 덧붙였다. “우리 아버지 말씀을 빌려볼까요? 만약 사람들이 우리가 일을 쉽게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우리가 누구보다 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러셨죠. 그렇다면 우린 지금 꽤 잘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왜 아니겠어요, 딘 & 댄!

      에디터
      손기호
      포토그래퍼
      KIM HEE 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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