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스트 트럼프의 승리를 예언한 패션
킴 카다시안의 노출증, 그리고 일반인들을 런웨이로 올린 베트멍은 세계 무대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을 암시했다.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자들은 경쟁을 통해 각자 이루고자 하는 비전을 향해 나아간다. 결국, 기존의 오래된 규율과 질서는 무너지고 새로운 시대가 탄생하게 된다. 이 글은 트럼프와 클린턴, 그리고 영국의 브렉시트같은 정치 얘기가 아니라 패션에 관한 글이다.
약 2년 전부터 패션의 양극화 현상이 시작되었다고 본다. 발망(Balmain)의 화려하고 노출이 심한 옷들은 패션 업계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한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올리비에 루스테잉(Olivier Rousteing)의 대범하고 섹시한 스타일은 화려하고 반짝이는 것들을 좋아하는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을 비롯한 그의 A-list 고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패션 무브먼트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외설적인 발언과 섹시한 아내로 미국 대선에 일으킨 변화를 암시했다고 볼 수 있다. 누군가는 킴 카다시안의 뒷태가 트럼프의 발언들만큼 불쾌하다고 느끼는 반면, 킴의 스타일을 좋아하고 따르는 이들도 매우 많다.
하지만 이보다도 더 포퓰리스트적이고 불편한 일들이 패션계에 일어나고 있었다.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와 그의 동생 구람 바잘리아(Guram Gvasalia)는 소비에트 연방 지역에 위치한 조지아에서 파리로 이주한 이민자 형제다. 둘은 패션계에 불어로 “옷”이란 뜻을 가진 단어인 “베트멍(Vetements)”이라는 레이블로 일종의 혁명을 일으키게 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패션과는 완전히 다른, 평범하고 단조로운 후드티, 푸퍼 코트와 청바지는 놀라우리만큼 성공했다.
이 새로운 브랜드는 쇼를 선보이는 시기와 유통 또한 색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이 모습은 영국의 브렉시트는 물론, 낮에는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는 이탈리아의 정치인 베페 그릴로(Beppe Grillo)의 모습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
베트멍은 국제 정치계에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기 전인 2014년에 론칭되었다. 창립자 크리스토발의 장엄함으로 잘 알려진 발렌시아가에 뎀나가 합류하면서 패션계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였다. 스트리트 포퓰리즘을 대표하는 디자이너가 오뜨 꾸뛰르 하우스를 접수한 것이다.
버버리와 타미 힐피거같은 빅 브랜드들도 ‘씨 나우, 바이 나우(See now, buy now)’ 트렌드를 따르는 것을 보면 포퓰리즘이 우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410만 명, 트럼프는 45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인스타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패션은 역사 속에서도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예언해왔다.
1960년대 초, 피임약이 등장하기 직전에 메리 퀀트(Mary Quant)는 미니 스커트를 처음 선보였다. 20년 후, 1980년대의 디자이너들은 여성스러운 드레스 대신 패드가 잔뜩 들어간 여성 팬츠 수트를 내놓기 시작했다.
1783년, 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toinette)는 딱딱하고 따분한 왕실 의상을 벗어 던지고 로코코 스타일을 입은 채로 자신의 초상을 남겼다.
월 스트리트의 기복과 스커트의 길이 변화가 연관되어 있다는 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패션과 정치는 진짜로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현시대에는 디자이너들도 각자 다른 이념을 가지고 있다. 발렌티노 같은 브랜드는 강렬하고 노출이 적은 긴 소매 옷들을 선보이며 패션계의 페미니스트를 자처한다고 볼 수 있다.
디올에 입성하면서 발렌티노를 떠난 마리아 그리차이 치우리(Maria Grazia Chiuri)는 자신의 첫 디올 쇼에서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해(We Should All Be Feminists)” 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선보였다.
그에 반해 성차별적인 브랜드들도 만나볼 수 있다.빅토리아 시크릿의 화려고 노출이 많은 란제리와 디자이너 필립 플레인(Phillipp Plein)의 요란한 보석 장식이 들어간 데님을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 글
- 수지 멘키스
- 포토
- PIERRE-ANGE CARLOTTI, MICHAEL BOWLES, GABY COVE, DARREN GERRISH, FIRST VIEW, GETTY IMAGES/IMAZINS, IN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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