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jects of Their Desire
부상하는 젊은 패션 디자이너들은 런웨이 너머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물의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얻고 있다.
패션을 창조해내는 옛날 방식-디자이너들이 다음 컬렉션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우리가 입고 있는 것을 이용해서 패션 자체에서 영감을 얻는-은 뒤로 밀려나고 있다. 지금은 시스 마잔(Sies Marjan)의 샌더 락, J.W. 앤더슨과 로에베의 조나단 앤더슨, 그리고 다이앤 폰 퍼스텐버그(DVF)의 조나단 선더스 같은 새로운 디자이너 그룹이 등장했다. 이들은 수집을 통해 자신들의 물질적인 환경을 기획하고, 가구를 비롯해 도자기, 러그, 텍스타일에 이르는 모든 것을 배치하는 데 익숙하다. 그리고 다양한 것들을 통해 자신의 디자인뿐 아니라 자신이 하고 있는 일, 세상을 보는 관점, 자신의 레이블이 대변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갈고닦는다. 그들은 점점 미쳐가는 세상에서 가치와 영속성을 추구한다. 패션과 무드보드 중심의 미학을 뒤로하고 사물 혹은 조각가이자 전방위 디자이너인 이사무 노구치가 “물질의 탁월함”이라고 불렀던 것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이 중 몇몇에게 뮤즈로서의 사물이라는 개념은 수많은 미학적 매개체 중 하나로서 패션을 바라보는 관점에 지나지 않는다. 또 다른 디자이너에게는 창의력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 사이에 존재하는 벽을 거부하는 것이기도 하다. 점점 더 많은 디자이너들이 사물의 아름다움과 본질을 감상하는 데에만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결과물에 그것을 반영하고 있다. 앤더슨은 로에베 매장에 엄선한 공예 가구를 배치했을 뿐 아니라 존 앨런(John Allen)과 협업한 텍스타일, 라몬 푸이그 쿠야스(Ramon Puig Cuyas)와 작업한 주얼리와 더불어 조각 같은 가죽 그릇을 로에베 제품에 추가했다. 한편 선더스는 자신이 최고 디자인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DVF와 별개로 자신만의 가구 라인을 준비 중이다.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전에 제품 디자인, 특히 가구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선더스는 말한다. “그래서 그것이 색상 조합이든, 특정 종류의 소재 사용이든, 혹은 오브제로서 매력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 텍스처든 상관없이 늘 자연스럽게 제 작업에 스며들어 있죠.”
이렇게 사물에 관심을 갖는 시대에 영감을 주는 노구치는 로에베 봄 컬렉션에 카메오로 등장했다. 이 컬렉션 무대에서 모델들은 노구치 램프, 한국의 백자 항아리, 그리고 에드먼드 드 왈의 도자기와 공간을 공유했다. 한편 앤더슨의 로에베 액세서리-손목에서 튀어 오르는 금색 불꽃과 배처럼 커다란 백에 달린 선원매듭-는 단순히 주얼리라기보다 70년대 돌출 촛대의 중심 장식처럼 보였다. “우리는 수집가, 탐험가로서의 여성이라는 아이디어를 활용했어요.” 앤더슨은 설명했다. “제게 중요한 건 몸 위의 오브제라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앤더슨이 경매광이라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물건-보통은 우리가 쉽게 마주치지 못하는 물건-을 찾을 수 있는 아주 흥미로운 방법이죠.”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물론 앤더슨만이 아니다. 당신이 이 기사를 읽고 있을 때 이들 중 몇 명은 퍼스트딥스(1stdibs)로 알려진 앤티크 딜러 정보 제공 사이트에서 아르네 티데만 루드(Arne Tidemand Ruud)의 라운지 체어를 검색하고 있을 것이다. 이 사이트는 문화에 대한 필요성이 서로 잘 맞아떨어져서 최근 디자이너의 매장과 팝업 스토어에서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결국 이는 인스타그램에 광고를 하는 온라인 판매업자와 더불어 물건을 칭찬하는 인스타그램 문화에 부추김을 받은 문화다). 셀프리지 백화점이 런던에서 시스 마잔의 2016년 가을 컬렉션을 전시했을 때 샌더 락은 그 행사를 위해 퍼스트딥스의 오브제들을 큐레이팅했다. 여기에는 커다란 1990년대 루사이트 화장대, 1970년대 커티스 제레(Curtis Jere)의 크롬 테이블 램프, 그리고 가장자리가 보라색 회반죽으로 장식된 세르주 로슈(Serge Roche)풍의 1970년대 스타일 거울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맨해튼의 플랫아이언 구역에 위치한 샌더 락의 스튜디오는 추상화의 대가 조제프 앨버스(Josef Albers)의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장소 같다. 그곳엔 몸을 편안히 파묻을 수 있는 마스토돈(코끼리와 비슷한 고생물)을 연상시키는 소파와 바우하우스 의자들이 나란히 놓여 있다. 이 의자들의 포스트잇 노란색은 방문객에게 락의 디자인 환경과 그가 팔고 있는 제품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깊은지에 대해 즉각적으로 알아차리게 한다. 그의 봄 컬렉션에 선보인 이브닝 드레스와 같은 색조의 노란색이라는 점을 상기해보자. 이런 물건은 어떻게 디자인에 자극을 줄까? 직접적이지는 않다고 락은 말한다. 설명하기 쉽지 않다. “그건 그다지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는 각각의 독립된 물건처럼 보이죠”라고 말하고 나서 다시 덧붙였다. “그것은 서로로 인해서 존재하는 겁니다.”
선더스는 글래스고의 학교에서 처음 사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곳은 제조업자라는 용어가 생기기 훨씬 전부터 제조업자들의 도시였다. 그리고 그는 이미 세 살 무렵에 클라이드 강어귀에 있는 애런(Arran) 섬으로 여행을 갔을 때부터 나무와 옹이, 강가의 돌멩이 따위를 모으기 시작했다. “애런 스톤 맨으로 불리는 남자가 있었어요. 그는 바위에 얼굴을 그리곤 했죠.” 선더스는 말했다. “저는 저만의 것을 만들었습니다. 거기에 색을 칠하고 쌓아두었죠.” 그는 자신의 할머니가 주신 아주 평범한 의자도 기억한다. 그는 그것을 칠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 의자가 그의 삶을 바꾸어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그 의자를 이렇게 기억했다. “상당히 멋졌어요.”
- 글
- 로버트 설리번(Robert Sullivan)
- 포토그래퍼
- VICKI KING, COREY TENOLD, LIAM GOO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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