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J

2017.03.29

by V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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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욱준은 집요하고 침착하고 고집스럽다. 그리고 유연하고 섬세하고 열려 있다. 그렇게 준지가 10주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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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GUE KOREA(이하 VK) 파리에서는 언제 돌아왔나요?
    JUUN.J(이하 JJ) 컬렉션 쇼가 끝나고 나흘 있다가 돌아왔어요. 1월 말에요.

    VK 컬렉션 준비는 늘 전부 서울에서 하나요?
    JJ 쇼 스타일링까지 마무리하고, 룩북도 서울에서 제작해서 가져갑니다. 도착하면 바로 모델 캐스팅을 시작하죠.

    2009 S/S

    2009 F/W

    2010 S/S

    2010 F/W

    2011 S/S

    2011 F/W

    2012 S/S

    2012 F/W

    2013 S/S

    2013 F/W

    VK 2017 F/W 시즌에 ‘아카이브’ 컬렉션을 선보인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나요?
    JJ 아카이브 컬렉션에 대해 생각한 건 1년 전쯤, 그러니까 2017 S/S 컬렉션을 준비할 때였어요. 다음 시즌이 10주년째 되는 컬렉션이니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걱정되더라고요.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걸까? 회고전을 하는 것도 아닌데, 아카이브를 잘못 다루면 이도 저도 아닌 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어요. 고민도 많았지만 현재로서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VK 10년이란 시간은 길다면 길지만 짧다면 짧다고도 할 수 있죠. 패션계에는 더 오래 활동한 사람들도 많고요. 10주년 컬렉션은 준지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JJ 사람으로 치자면 첫돌 같은 거예요. 옛날에는 갓난아이가 오래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태어난 지 만 1년이 되는 걸 축하하기 위해 돌잔치를 하곤 했죠. 똑같이 브랜드도 10년 동안 살아남았다면 20년, 40년, 더 나아가 100년 동안도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징적인 기념일 같은 거죠.

    2014 S/S Campaign

    2014 S/S Campaign

    VK ‘아카이브’ 컬렉션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궁금해요.
    JJ 지난 10년 동안 컬렉션을 선보이면서 가장 준지다운 게 뭘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선 아이코닉한 아이템과 상징적인 키워드를 뽑았죠. 이를테면 트렌치 코트, MA-1 재킷, 오버사이즈, 밀리터리 같은 것들. 그걸 새롭게 디자인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카이브 컬렉션이라고 하면 지난 시즌의 옷을 그대로 가져다가 조합한 거라고 여기기 쉽죠. 그렇지만 저는 새로운 아카이브를 원했습니다. 과거의 것을 새롭게 보여주는 것. 사실 그 지점이 가장 어렵기도 했지요.

    VK 재해석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JJ 준지는 요즘 브랜드치고 테일러링이 강합니다. 최근 트렌드는 꽤 가벼워진 경향이 있어서, 스포티하거나 캐주얼한 게 대세죠. 어떻게 테일러링과 트렌드의 적절한 접합점을 찾아 하이패션을 보여줄 것인가가 가장 큰 이슈였습니다. 지금은 스트리트풍 패션이 큰 인기지만 3년쯤 지나면 다시 하이패션이 돌아올 거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현재 트렌드를 무시할 수는 없죠. 동시대 사람들이 입어야 하니까요. 절충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예전 컬렉션에는 여성성과 남성성이 공존했다면 이번에는 여성과 남성을 분명하게 분리하는 작업에 초점을 맞췄죠. 저는 여자가 남자 옷을 입었다고 남자처럼 보이는 것도 싫지만, 남자가 여자 옷을 입었다고 여성스러워 보이는 것도 싫거든요. 디자이너의 주관으로 그런 애매한 경계선을 명확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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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K 확실히 요즘 패션계의 동향은 스트리트웨어와 하이패션의 경계가 모호하죠. 스트리트 패션이 하이패션으로 진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JJ 90년대 초·중반에도 매우 유사한 분위기가 패션계를 장악했죠. 당시도 스포츠웨어가 매우 강했고 캐주얼한 데님 브랜드가 엄청난 인기를 누려 백화점 매장에서는 디자이너 존이 위축될 정도였습니다. 지금 그 흐름이 재현되고 있다고 봅니다. 저는 캐주얼 브랜드에서 하이패션처럼 마케팅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아요. 시대의 흐름이니까.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높은 가격표에 상응하는 품질을 갖췄는지가 의문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MA-1 재킷만 보더라도 빈티지와 똑같이 제작해서 비싼 가격표를 붙여도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죠. 저는 그런 건 원치 않아요. 같은 MA-1 재킷을 만들더라도 디자이너의 것을 만들려고 하죠. 소재도, 봉제도 차별화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것, 그게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이라고 생각해요.

    VK 여성 컬렉션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여성복이 많았던 것 또한 인상적입니다.
    JJ 여성복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지는 한 3년쯤 됐죠. 여성복과 남성복을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컬렉션으로 선보이는 디자이너들도 있지만, 저는 하나의 컬렉션 안에 집약돼서 녹아드는 게 더 멋지다고 여겨지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컬렉션에 꼭 드레스를 포함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완성된 드레스를 실제로 파리까지 가져가기도 했고요. 마지막 모델에게 그 드레스를 입히고 위에 필드 재킷을 걸쳐줬는데, 그 룩이 너무나도 뻔한 전개처럼 느껴졌어요. 결국 그 룩을 빼버렸습니다. 아마 이후로도 준지 컬렉션에 드레스는 등장하지 않을거예요. 지금으로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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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K 나에게 맞지 않는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든 건가요?
    JJ 글쎄요, 다른 여성복과 좀 다르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그 방식이 아이템에 제한을 두는 걸 수도 있고요. 아마 마음속에 저만의 여성상이 있어서일 거예요. 저는 신경쓰지 않은 듯이 입은 여자가 멋지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

    VK 최근 컬렉션의 경우 군복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많더군요.
    JJ 군대를 경험해본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예전엔 저도 군복을 정말 싫어했어요. 빈티지 숍에만 들어가도 숨이 턱 막힐 정도였죠. 그런데 밀리터리가 유행하면서, 1950년대 필드 재킷 같은 걸 구해서 입어봤더니 정말 편하더라고요. 신경 쓰지 않으면서 꾸민 듯한 느낌도 있고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제가 가장 좋아하는 트렌치 코트도 결국 군복이죠. 그 다음부터 밀리터리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아, 여기 군복에 대한 책이 많이 있었는데. 20년 전의 전투복, 조종복을 수집하면서 군복이 과학적이고 간결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물론 좋은 목적으로 만든 옷은 아니지만 알고 보면 그만한 옷이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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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K 해외 매체에선 준지를 정의할 때 젠더리스(Genderless), 바운드리스(Boundless)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좋은 뜻이기도 하지만, 누가 그 옷을 입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의미일 수도 있죠.
    JJ 어떤 면에서 그건 제가 의도한 것이기도 합니다. 저는 누가 내 옷을 입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준지의 남자나 여자에 대해 상상할 때 막연하게 ‘몸매가 너무 훌륭하거나, 외모가 너무 아름답고 잘생긴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외모를 보지 않아도 그 사람만의 매력이 느껴지는 게 좋아요. 정확하게 누구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겉모습이 훌륭하진 않지만 매력적인 사람이 준지를 입은 걸 볼 때 전율을 느끼죠. 전 그런 게 좋습니다.

    VK 그렇지만 대중에게 브랜드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에는 유명인만큼 쉽고 효과적인 방법도 없으니까요.
    JJ 마케팅 측면에서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꼭 입혀야겠다고 애를 쓰지 않아도, 생각지도 않게 유명한 이들이 입은 걸 발견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죠. 리한나가 이번 F/W 컬렉션에서 여성복을 다섯 벌 주문하기도 했고요. 신인 아티스트들도 뮤직비디오에 입고 나오기도 하고. 자연스러운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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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K 그런 면에서 GD와 태양이 등장한 작년 가을 시즌 광고는 굉장히 적극적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JJ 준지의 가장 상업적인 광고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사람이 누굴까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두 명이기도 하고요. 어떤 옷이든 자신의 것으로 연출하는 애티튜드와 능력이 탁월하죠. 태양은 좋아하는 뮤지션인 동시에 개인적으로도 가깝습니다. 사실 상업적 측면을 계산에 넣었다기보다 개인적 친분으로 제안했고 그들 역시 친분으로 응했습니다. 저, 사진가 홍장현, GD, 태양의 협업이라고 표현하는 편이 정확할 거예요. 뮤즈를 모델로 등장시킨 광고라서 준지를 더 젊은 브랜드로 인식시키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됐죠. 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VK 준지 컬렉션에는 늘 90년대식의 세련미가 있습니다. 어떤 시도도 어색하거나 우스꽝스럽지 않고, 간결하고도 강렬합니다. 그렇지만 요즘 사람들은 촌스럽고 어색하게 느껴지는 실루엣에 열광하죠.
    JJ 그런 유행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입니다. 그렇지만 저의 작업에서 접근할 때는 다르죠. 저는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최면을 겁니다. ‘과거에도 자극적인 것들이 관심을 끌었어. 그다음엔 균형이 맞지 않는 것들이 왔지. 그렇지만 그건 오래가지 못할 거야, 스타일링으로만 뭔가를 보여주는 건 위험해’라고요. 물론 독특한 시도에 질적인 면까지 충족시킨다면 칭찬할 만합니다. 아마 질투가 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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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K 과거 준지는 ‘미래적인 남성복’이라는 평가처럼 앞서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부터 미래적이기보다 동시대적 의상에 더 가까워졌죠.
    JJ 2007년 파리 컬렉션에 데뷔할 당시만 해도 남성복에서 오버사이즈를 시도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MA-1 재킷도 마찬가지고요. 지금은 그런 실루엣이나 아이템이 도처에 퍼져 있어요. 확실히 동시대적인 의상이 됐죠. 그래서 같은 걸 더 쉽게 만든 사람들이 상업적으로 훨씬 성공할 수도 있고요. 또 새롭고 진보적인 뭔가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사실, 굉장히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질적인 면을 유지하기 위해 인내심도 필요하겠죠. 브랜드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니까요.

    VK 클래식의 재해석이라는 테마는 계속해서 유지되겠죠?
    JJ 첫 파리 컬렉션을 치르고 <르 피가로>지와 인터뷰를 했는데, 기자가 기사를 쓰면서 제목을 ‘클래식의 전환자’라고 붙였죠. 그게 마음에 들었어요. 트렌치 코트를 다양하게 변주한 컬렉션이었는데, 유럽인들에게는 익숙하고 뻔한 아이템이라서 더 신선하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파리 데뷔 컬렉션부터 지금까지 모든 컬렉션에 트렌치 코트가 있죠. 매번 컬렉션을 준비할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아이템을 이용해볼까, 고민하곤 합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아이템을 어떻게 새롭게 만들 수 있을까? 여태까지 상의에 무게를 뒀다면 이제부터는 하의가 될 수도 있어요. 스코틀랜드의 킬트 스커트가 될 수도 있겠죠. 그런 영감이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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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K 디자이너가 자신만의 시그니처 스타일이 있을 때, 비슷해 보일 수 있는 컬렉션을 매번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건 거기에 담겨있는 생각이나 주제라고 생각해요.
    JJ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극도의 강박관념을 가진 디자이너예요. 새롭다는 말을 듣지 않으면 저 자신에게 화가 납니다. 매번 새로운 걸 보여주려고 노력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때도 있죠. 그런 면에서 디자이너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진다는 건 존중하지만, 시즌의 구분이 모호할 정도로 반복적인 컬렉션은 제게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VK 그렇다면 무엇이 가장 당신의 흥미를 자극하나요?
    JJ 저의 관심을 끄는 건 언제나 사람들입니다. 출장을 가더라도 시장조사를 하기보다 길모퉁이 카페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곤 합니다. 어떨 땐 정말 깜짝 놀랄 만한 인물을 발견할 때도 있죠. 이를테면 어떻게 저런 방식으로 스타일링을 했을까, 싶은 누군가가 될 수도 있어요. 뭔지 모를 멋이 느껴지는 사람도 있죠.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그 사람한테 어울렸던 모습에 대한 잔상을 갖고 있으면 영감이 떠오릅니다. 옛날 옷으로 차려입은 할아버지가 될 수도 있죠. 저는 책이나 사진, 음악, 영화보다는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얻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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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K 그렇지만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있는 걸 더 즐기는 것처럼 보입니다. 고독하게 몰두하는 스타일이오.
    JJ 디자인 작업은 그렇게 하는 편이죠. 그렇지만 10년이 흐른 지금, 이제 저도 우리 스태프라고 할 만한 사람들을 갖춰나가고 있습니다. 디자인팀도 그렇고 사진 작업은 홍장현, 헤어 스타일링은 주형선, 홍보는 PR 컨설팅, 음악은 미셸 고베르, 이런 식으로요. 매번 누구에게 맡겨야 하나, 고민할 필요도 없고 그들 역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알아요. 고베르와 미팅할 때는 그가 준비한 쇼 음악을 굳이 듣지 않아도 괜찮을 정도죠. 이제 일과 삶의 친구들이 생겼다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그들을 부각시킬 수 있는 색다른 방식의 작업을 해볼까 구상 중이죠.

    VK 패션계에서 일하면서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건 뭔가요?
    JJ 마케팅. 이제는 마케팅이 너무도 중요한 시대가 됐어요. 곧 마케팅의 역할이 가장 큰 시대가 올지도 모르죠. 당연히 컬렉션도 훌륭해야 하고, 소셜 네트워크의 영향력도 점점 커지고 있지만 그 모든 걸 차치하더라도 브랜드 성패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건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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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K 요즘 이슈인 ‘See Now, Buy Now’ 컬렉션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JJ 우리도 그 방식을 검토하기 위해 내부 회의를 한 적 있어요.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See Now, Buy Now’ 대신 SNS용 의상이 나오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추측합니다.

    VK 그동안 선보인 준지의 협업 컬렉션도 SNS에 꽤 적합해 보여요. 의무감으로 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진 적도 있지만요.
    JJ 꾸준히 협업을 해온 건 의무감이라기보다 전문가와 일하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어요. 저는 그래픽이나 아트워크가 약한 편이죠. 그래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찾았습니다. 진심으로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인물로요. 리복, 아디다스와의 협업도 마찬가지죠. 저는 디자인을 할 수 있지만 기능적 스니커즈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들과 일하면서 즐거웠던 건, 함께 작업한 스니커즈를 직접 신어보니 너무나도 편하고 가벼웠다는 거예요. 함께 작업하며 그들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존중하고 절충해나가는 과정 또한 중요하죠. 대화하면서 합일점을 찾아가는 게 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준지의 아이코닉한 오버사이즈 트렌치 코트와 MA-1 재킷을 입고 준지 사무실의 원단 더미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의상과 액세서리는 2017 F/W 컬렉션.

    준지의 아이코닉한 오버사이즈 트렌치 코트와 MA-1 재킷을 입고 준지 사무실의 원단 더미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의상과 액세서리는 2017 F/W 컬렉션.

    VK 지난 10년간의 컬렉션 중 가장 좋아하는 컬렉션은 뭔가요?
    JJ 2008 S/S 파리 데뷔 컬렉션과 이번 아카이브 컬렉션. 제게 가장 뜻깊은 기억으로 남을 테니까요.

    VK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컬렉션이 있다면요?
    JJ 새로운 게 가장 덜했던 컬렉션입니다. 2014 F/W 시즌으로, 가죽을 소재로 한 컬렉션이었어요. 나중에 보니 누구나 가죽으로 만들 수 있는 뻔한 아이템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새로운 방식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아요. 개인적으로 가죽을 좋아해서 언젠가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요.

    VK 가장 성공적인 컬렉션은요?
    JJ MA-1을 변주했던 2013 F/W 컬렉션. 그 컬렉션을 작업할 때 상업성을 좀더 담아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시에 그 MA-1 재킷들은 단순히 사이즈만 커진 게 아니라, 비싼 값을 주고 소장했을 때 충분히 제값을 할 수 있는 디자이너 옷이라고 자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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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K 마지막 질문입니다. 높은 위치에 이르면 성장 폭이 크지 않죠. 준지도 패션계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충분히 안주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준지의 다음 단계가 궁금합니다.
    JJ 최근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준지를 업그레이드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그래서 여성 컬렉션이 등장하게 됐고 이제 그 행보를 시작하고 있죠. 사실 ‘다음 단계’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하고 있죠. 이제 한국에서는 준지가 오래된 레이블처럼 여겨집니다. 소위 말하는 패션계 ‘어른’처럼요. 제가 디자이너로 일한 지 벌써 20년이 됐으니 그럴 수 있죠. 파리로 가면서 준지라는 이름을 만들었을 때는 한 단계 도약하고 싶고, 새롭게 하고 싶었던 의지도 있었고요. 그래도 아직까지 SNS에 붙는 태그는 ‘#베트멍 #고샤루브친스키 #준지’ 정도니, 해외에서는 아직 젊은 레이블로 받아들여지는구나 싶어요. 그리고 브랜드의 모습을 젊게 유지하는 것이 브랜드가 오래 살아남는 길이기도 하고요.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HONG JANG HYUN
      모델
      이혜승, 곽지영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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