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뮌헨까지, 네 도시 네 곳의 에어비앤비
떠날 준비가 한창이다. 베를린, 라이프치히, 뒤셀도르프, 뮌헨, 가장 매력적인 독일의 네 도시에서 직접 묵어본 네 곳의 에어비엔비 스토리를 공개한다.
베를린 / Beautiful spacious room
이스트 베를린이 거칠고 쿨한 베를린의 무드를 풍긴다면 웨스트 베를린은 한껏 풍요롭고 릴렉스한 베를린의 정서가 흐른다. Keith 슈트라세에 위치한 안야의 아파트먼트 곳곳엔 아티스틱한 오브제와 크고 작은 페인팅들로 가득하다. 직접 만나지는 못한 주인의 취향과 개성을 더듬어 상상하는 것이야말로 에어비엔비 스테이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갤러리라고 해도 될법한 높은 천장과 넓은 공간감 속에서의 휴식은 한껏 여유롭다.
새소리와 함께 시작한 아침은 상쾌하다. 하나의 작은 조각에 눈길이 가기도 하고, 바닥에 나뒹구는 오래된 요리책 한 권이 생경하다. 커다란 나무가 서 있는 중정 사이로 출근하는 이웃들의 분주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토스트와 달걀 후라이, 아침 시장에서 사온 체리와 사과로 늦은 아침을 먹었다. 같은 건물, 바로 이웃한 집에 갤러리가 있다고 하니 들러볼 참이다. 게다가 베를린의 가장 크고 유명한 백화점 카데베(Kadewe)가 길 건너에 있고, 핫한 쇼핑센터 비키니(bikini)까지 걸어서 3분이면 족하다.
라이프치히 / Your home for a while
‘공원에서 개와 함께 산책하고 있을게. 집 근처에 도착하면 메시지 부탁해’ 집주인 샬롯과의 만남은 공원의 시냇물 다리 위에서였다. 열쇠를 건네 받는 용무가 고작이었지만, 참 낭만적인 만남이란 기분이 들었다. 그 첫인상 만큼, 라이프치히 서쪽의 그녀 집은 한 장의 드로잉 같았다. 핑크빛 앤틱 소파와 오래된 옷장, 천장까지 타고 오른 커다란 식물의 잎의 조화로움이 아름다운 집이었다. 값비싼 건 하나도 없었지만, 낡고 오래된 물건들이 하나같이 정겨웠다.
옛 동독의 도시 라이프치히는 아직 열지 않은 보물상자 같다. 여전히 옛 영화와 동독시절의 음울함을 간직한 회화의 도시 라이프치히의 특별한 무드는 베를린의 쿨함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녔다. 이따금 지나가는 트램의 소리, 시시때때로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게으름을 피웠다. 운 좋게도 따스하게 여행자를 끌어 안아주는 이런 집을 만나면 게으름 또한 여행의 명분이 된다. 밤이 되니 그녀의 빈티지 램프들이 여러 색의 빛들을 오묘하게 밝혔다.
뒤셀도르프 / Bright, friendly old house
뒤셀도르프 중앙역에서 가까운 가비의 집은 오래된 아파트먼트 2층에 위치하고 있다. 넓은 방 코너를 차지하고 있는 창가와 테이블은 그녀의 집에서 가장 밝은 수채화 같은 공간이다. 주인과 같이 공유하는 집을 혼자 차지하게 되는 운수 좋은 날도 더러 있게 마련이다. 주방의 테이블에 역에서 사들고 온 노란 꽃을 꽂아 두었다. 독일의 집들엔 항상 꽃이나 화분이 많은데, 오래 물기를 머금지 못한 화분에 물을 뿌려 주기도 했다.
아침 일찍 사온 사과로 아침을 시작한다. 때론 과도나 작은 포크를 찾지 못해 애를 먹을 때도 있지만 덕분의 누군가의 살림을 살짝 엿보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뒤셀도르프에서 가까운 쾰른에서 친구가 오는 날이라 어떤 옷을 입고 나갈까 한참을 망설였다. 독일의 날씨가 오락가락한 탓이다. 여행지에서 누군가와 만날 약속장소로 나가는 일은 꽤 근사하게 느껴진다. 가비의 집에서 가까운 멋진 카페 오마 에리카(Oma Erika), 오늘도 그곳으로 간다.
뮌헨 / Well arranged for you
뮌헨에서의 나흘을 보낸 이 집은 대학가와 가까운 슈바빙 웨스트의 조용하고 유서 깊은 동네에 위치하고 있었다. 집 입구에서부터 유겐트스틸의 서막을 보는 듯 했는데, 집 안의 전체를 다스리는 흰색, 무대 위의 그것처럼 놓인 가구들과 의자의 배치, 그리고 비어 있는 공간이 절묘하게 힘을 겨루고 있는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내가 묵었던 방엔 간결한 매트리스, 오래된 의자 두 개와 조명, 그레이 톤의 비슬리 수납장 하나가 놓여 있다. 붉은색 의자 두 개와 플로어 램프의 배치가 연극적으로 느껴졌다. 마치 여러 개의 시간들이 겹쳐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집 주인 엘르는 오렌지 컬러를 좋아하는지, 화이트와 그레이 사이에 오렌지를 경쾌하게 넣어두었다. 거실의 블랭킷과 소파 위 쿠션 두 개, 욕실의 타월, 커피 잔, 커피 텀블러의 오렌지색이 눈에 띄었다. 모든 것들이 극단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어서 나 역시 주방과 욕실을 사용하고도, 그녀가 놓았던 그대로 두고 나와야 안심이 될 정도였다. 유학 가자마자 줄자 들고 타국의 집을 측정하기 시작했다는 어느 아티스트처럼, 머무는 내내 이 집의 아름다운 모든 요소들을 집요하게 들여다 보았다. 그것이 차이와 다름을 생경하게 만끽하는 여행의 즐거움이라 스스로 위안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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