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Venduta Roma In Paris

2017.07.26

Venduta Roma In Paris

아티스트 존 커린의 아내, 그의 그림 속 모델이자 뮤즈, 예술계의 패셔니스타, 패션계의 뮤즈… 레이첼 파인스타인을 규정하는 것으로부터 우리가 자유로워져야 하는 이유를  파리의 어느 작은 벽화에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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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생봉 거리(Rue St. Bon), 길에서도 보이는 소규모의 마주한 벽이 있는 공간이 하나 있다. 매 4개월마다 그 벽을 위해 선정된 작가에게 의뢰를 한다. 늘 똑같은 벽에 고유의 크기를 유지하면서 말이다. 국제적인 아티스트들에게 제안된 작업은 종종 네 개의 에디션이 존재하는데, 본질과 크기 면에서 자율적이며 동일해야 한다. 레이첼 파인스타인(Rachel Feinstein)은 이 같은 제안을 재해석한 다섯 번째 아티스트다. 사라 모리스(Sarah Morris), 알렉스 이스라엘(Alex Israel), 웨이드 기튼(Wade Guyton), 마티아스 팔바켄(Matias Faldbakken) 등이 이곳을 거쳐갔다. 이번에 그녀는 얇은 비닐 거울 시트에 브라운색으로 그린 파노라마 전경을 재현했다. 출력되지 않은 부분은 하늘과 풍경의 반사 영역으로 나타난다. 이 작품은 17세기와 18세기에 활동한 베두타(Veduta, 이탈리아어로 ‘전망’을 뜻하며 도시 경관이나 도시의 풍경을 그린 대규모 그림) 화가들처럼 로마를 묘사한 더 큰 파노라마 시리즈의 일부였다. 이 장면들은 장엄하고 압도적인 유적과 잘 어우러지며, 이 역사적인 도시의 환경에서 즐거운 기분 전환이 되어준다. 파인스타인은 스캔해 출력한 시트에 확장된 그리자유(Grisaille) 색(여기서는 갈색과 보라색) 팔레트와 커다란 붓의 획으로 이 시리즈를 작업했다. 역사적인 성과 18세기 복장을 한 노부인들의 초상화를 그렸던 거울 페인팅을 연상시키는 방식이다. 타원형과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이뤄진 작품들은 평범한 그림처럼 벽에 걸려, 그림 속 인물들과 섞여 있는 관객들의 이미지를 포착하고 있었다. 로마는 성인이 된 귀족의 자제들이 고대 도시의 영예롭던 과거와 유적을 찾아가며 필수적으로 들르던 장소였다. 버려진 건물과 그 건물을 뚫고 자라 그늘을 드리우는 나무의 향기, 나태함, 문화적 훈련, 우울을 상징하는 이 그랜드 투어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세상을 지배할 준비를 갖춘 셈이었다. 파인스타인은 스튜디오에서 매일 작업하는, 매혹적인 동시에 헌신적인 아티스트다. 하지만 패셔니스타로서의 명성이 때때로 그녀의 예술 작품을 가렸을 수도 있다. 미디어는 아름다운 여자와 예술계의 유명 인사들을 사랑하며, 아름다운 여자가 예술계의 유명 인사이기까지 할 경우에는 더욱더 열광하기 마련이다. 이번 칼럼을 위해 그녀는 이 작품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그리고 유럽의 미술사로부터 어떤 영감을 받는지 등에 대한 친근한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었다.

거울에 그린 타원형이나 원형의 초상화가 작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화가라기보다는 조각가에 더 가깝다. 늘 형태에 대해 생각하고, 형태가 어떻게 사람의 몸과 관계 맺는지 생각한다. 거울에 그린 그림들은 그림이라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내 조각의 반대편을 보여주기 위해 있는 것이다. 나는 ‘맞은편’에 관심이 많다. 거울이 되는 벽은 내 조각의 반대편을 보여주는 음성의 구멍들이며, 방 한가운데 있는 양성의 모양인 내 조각을 비추고 있다. ‘Le Mur’ 벽은 2~3년 전 로마에서 열린 가고시안 갤러리 전시회 때 만든 것이다. 그때 나는 방 한가운데 설치할 네 개의 커다란 흰색 조각상을 만들었는데, 성 세바스찬, 성녀 아가타, 성 크리스토퍼, 성 미가엘을 보여주는 조각이었다. 추상적이고 단순했으며, 그야말로 해골 같았다. 나는 이 성자 조각상 뒤에 끊임없이 반사하는 풍경화를 배치해 조각과 맞은편의 거울들이 서로 마주 보게 하고 싶었다. 이번에 파리를 위해 로마의 파노라마를 다시 떠올려보는 일은 재미있었다. 로마 풍경의 작은 부분을 가져다 파리의 갤러리 공간에 적용시키기. 이것이 내게는 영감 어린 재발명이었다. 작품 안에는 풍경, 벽 장식, 손으로 색칠한 부분, 사진 기술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 작업을 가능하게 한 원래의 영감은 바로 ‘파노라마’다. 이 주제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다, 쥐베르(Zuber)와 뒤푸르(Dufour) 회사가 만든 18세기 파노라마 핸드메이드 목판 벽지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1700년대 후반의 한 유럽 가문의 식당에 아마존 열대우림 그림이 걸려 있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19세기 시골 사람들은 장터에서 대규모 파노라마가 있는 방에 들어가길 즐겼는데, 화가들은 그곳에 예루살렘, 로마, 파리 같은 역사적인 도시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만들었다. 18세기의 이국적인 장소를 거실이나 식당으로 들여놓는 것, 유명 도시를 작은 읍내의 장터로 가져가는 것, 나는 이 두 가지 아이디어에 관심이 많다.

유럽의 미술사는 내 작업의 주제를 제공하는 원천이다. 파노라마의 전경은 다양한 출처에서 나왔는데, 이탈리아 로마의 도리아 팜필리 갤러리(Doria Pamphilj Gallery) 너머의 언덕 꼭대기 풍경을 묘사한 19세기 그림, 어떤 관광객이 찍은 로마의 트라야누스 원주(Trajan’s Column) 사진, 미국 의회 도서관 웹사이트에서 찾아낸 1800년대 후반과 1900년대 초반에 만든 오래된 은색 젤라틴 인쇄물 등. 로마와 파리는 수 세기에 걸쳐 그처럼 매력적인 장소가 되어왔다. 현재의 기술을 이용해 역사적인 문헌을 겹겹이 쌓을 수 있다는 건 대단히 흥미로웠다. 2010년 관광객의 사진 같은 것 바로 아래 18세기 그림을 이용하는 것이 좋았다.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자원으로 작업할 뿐만 아니라 내가 태어나기 전에 존재한 엄청난 유럽의 보고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김승덕 (르 콩소르시움 공동 디렉터)
    에디터
    윤혜정
    포토그래퍼
    PIERRE 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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