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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탄 자동차

2017.11.22

드라마를 탄 자동차

드라마에서 움직이는 세트나 다름없는 역할을 하는 자동차. 최근에 등장한 방송 속 자동차 출연의 뒷얘기를 들어보니 만남의 방법은 다 다르지만, 등장의 이유는 하나다.

드라마 한 작품이 히트할 때마다 주인공들이 썼던 화장품과 옷은 때때로 같은 수혜를 입는다. 몇 초 스칠 뿐인데 우리 눈엔 왜 그렇게 잘 보이는 걸까? 사실 방송속 PPL(간접광고)은 그 효과를 숫자로 사실상 거의 측정할 수 없는 애매한 광고 수단. 그러나 유독 자동차 메이커는 PPL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유는 뚜렷하다. 짧은 광고 안에서 담지 못하는 성능이나 기능을 잘 보여줄 수 있기 때문. 현대차 홍보팀에 따르면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나왔던 운전 중 키스신처럼, 차가 가지고 있는 고속주행보조시스템 등의 능력을 상황을 통해 보여줄 수 있다면 충분한 효과가 있다고 보기에 적절한 제안이 있다면 언제든 응하고 있다. 드라마 제작사 입장에서도 일상을 묘사하는데 차가 빠질 수 없고, 드라마 속 인물들의 캐릭터와 실제 자동차 구매 고객의 타깃이 잘 맞아 서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안 할 이유가 없다.

예컨대 종영 후에도 꾸준한 ‘다시 보기’ 인기를 끌고 있는 tvN 드라마 <비밀의 숲>에는 검사 황시목(조승우)의 차로 현대자동차 그랜저가 나온다. 무표정으로 묵직하게 극을 끌고 나가는 황시목과 무척 잘 어울리는 조합. 국내 드라마에서 특히, 공무원, 경찰, 언론인을 현실적으로 묘사하고자 할 때는 역시 현대, 기아, 쌍용 등 국내 메이커를 찾는 편이라고.

아르곤

청춘시대

최근 새롭게 시작한 tvN 드라마 <아르곤>, jtbc<청춘시대 2>에선 20~30대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에 기아의 소형 SUV 스토닉이 나온다. 현실 속의 자동차 등장은 해외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워싱턴 D.C나 뉴욕 등 주요 사건(?)이 벌어지는 곳에는 경찰 공무원의 차로 포드가 자주 등장한다. ABC 드라마 <지정생존자>의 경우 사건을 파헤치는 FBI 요원 한나 웰스(메기 큐)는 포드의 몬데오를 몰고 온갖 곳을 달렸다.

한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는 <마블> 시리즈는 2015년부터 현대자동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중이다. ‘데어 데빌’, ‘제시카 존스’, ‘아이언 피스트’ ‘루크케이지’는 물론 최근에 출시한 ‘디펜더스’까지 주인공의 출동 현장이나 가까운 지인들, 리포터나 간호사 등 지적인 조력자들의 차로 현재 미국에서 팔리고 있는 쏘나타, 투싼, 제네시스 등이 골고루 등장 한다. 실제로 현대차가 미국에 론칭한 지도 30년이 넘었고 넷플릭스의 관객들이 미국의 거리 곳곳에서 그 차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원작보다 리얼리티를 살릴 수 있는 좋은 포인트로 서로 효과가 높다고 보는 것.

반드시 고가의 노출 계약을 하지 않아도 생기는 우연도 있다. jtbc <효리네 민박>에서 볼 수 있는 볼보가 예다. 종종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장을 볼 때 타고 나가는 짙은 남색의 왜건은 볼보의 가장 인기 있는 모델 중 하나인 V60. 이들 부부의 실제 자가용이다. 볼보는 우연한 기회에 제작진으로부터 이 사실을 들었고, 손님들을 모시고 오기에 넉넉한 대형 SUV, XC90을 즉각 보냈다. 자연주의적 삶을 살고 있는 스타 부부의 모습과 차가 추구하는 이미지의 완벽한 매치로 볼보는 대만족 중.

그룹 ‘빅뱅’의 태양은 최근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쿠페 LC500h의 모델이 됐다. 브랜드 송 ‘So Good’의 뮤직비디오를 찍는 등, 홍보대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 자발적 PPL(?)을 보여주기도. 홍보대사를 맡으면 경우에 따라 차를 일정 기간 제공하는데, MBC<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을 때 같은 팀 멤버 대성을 태우러 스타일리시한 LC500h를 유유히 몰고 나와 관계자들을 놀래켰다. 이건 전혀 사전에 렉서스 측에 얘기 되지 않은 뉴스. 이 얼마나 충실한 모델인지!

    김미한(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에디터
    윤혜정
    포토그래퍼
    COURTESY OF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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