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당신이 이티오피아에 간다면

2023.02.20

by VOGUE

    당신이 이티오피아에 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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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티오피아하면 커피만 떠올리겠지. 그곳엔 활화산이 있어. 운이 좋다면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순간을 코앞에서 만날거야. 우유니에 뒤지지 않는 소금사막도 있어. 저렴하지만 싱싱한 샐러드와 주스를 매일 맛 볼 수 있지. 특히 아보카도가 끝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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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티오피아 여행자들에게 주로 소개되는 투어는 시미엔 트레킹, 남부 부족마을 투어, 다나킬 투어다. 그 중 다나킬 투어는 활화산과 소금사막 그리고 유황지대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투어다. 대부분의 배낭여행자들은 ETT여행사를 이용한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ETT는 아디스아바바(수도)와 메케레에 위치한다. 힘들게 직접 여행사를 찾아 헤맬 필요 없이 전자 우편을 통해 문의를 하면 무료로 숙소 예약과 공항픽업을 받을 수 있다. 예약금도 필요 없다. 다나킬 투어는 2박3일과 3박4일 중에 선택할 수 있다. 3박4일의 경우 300US달러에 예약했다. 모든 여행지가 그렇듯 경우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최저가로 예상된다. 혼자보다 3~4인 이상일 경우 가격을 협상하기 수월하다. 보통은 아디스아바바 ETT에서 투어일정을 확정한 후 메케레에 있는 ETT로 이동해서 투어를 시작한다. 아디스아바바에서 메케레는 비행기와 버스로 이동이 가능하며 육로는 16시간정도 걸린다. 이티오피아는 밤에 버스를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장거리일 경우 이른 새벽에 버스가 출발한다. 최초 이티오피아 입국시 이티오피아 항공을 이용했다면 이티오피아 내의 국내선이 50% 할인된다. 3박4일 투어기준으로 하루는 소금사막, 하루는 유황지대, 하루는 활화산을 간다. ETT기준으로 1박은 실내, 2박은 비박을 한다. 매일 이동거리가 상당한데 저절로 어깨춤과 헤드뱅잉이 되는 오프로드다. 활화산을 올라가는 길 역시 꽤 터프하다. 하이에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선두와 뒤에 총을 든 가드가 동행해 밤의 산길을 이동한다. 일행과 속도를 맞춰 3시간 정도를 걸어 올라가야 한다. 지쳐서 뒤쳐질 즈음엔 어둠속에서 번뜩이는 하이에나의 눈이 힘을 준다. 그렇게 맞이한 활화산은 강렬하다. 멀리서 희미하게 보이던 불빛과 연기가 거리를 좁히다가 어느 순간 폭발한다. 난생 처음 맞이하는 충격이다.

    다나킬 투어를 하는 중간 중간, 조그만 마을에서 식사를 하고 휴식한다. 동네를 한 바퀴 돌며 사진을 찍다보면 신기해하며 아이들이 다가온다. 아이들의 행색을 바라보면 마음이 불편하다. 값싼 동정심도 선입견도 아닌 다른 무엇이다. 하지만 이들의 눈과 표정을 바라보면 불편한 마음은 가라앉고 그저 순수함이 부럽다.

    둘째 날, 끝없이 광활한 소금사막을 접하자 아름답다는 표현으론 부족했다. 경이롭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낙타 행렬과 뜨거운 태양 아래서 소금을 캐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또 하나의 생각이 든다. 사실 이곳은 관광지 따위가 아닌 삶의 터전이자 간절한 숨구멍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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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을과 함께 물드는 소금사막을 바라보면서 이내 다시 한 번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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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째 날, 유황지대를 돌아보며 다나킬 투어는 끝이 난다. 투어장소의 순서는 투어사의 사정에 따라 변할 수 있다. 빡빡한 일정과 긴 이동거리의 투어지만 활화산을 보는 한 순간 때문에라도 권하고 싶다. 물론 다나킬 투어가 이티오피아의 전부는 아니다. 이티오피아의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와 동쪽마을 하라르 역시 매력 있다. 싱싱한 샐러드와 주스를 실컷 즐기는데 2천 원 정도면 충분하며 아보카도가 굉장히 맛있다. 단, 아프리카 중에서도 “칭챙총”거리며 집적대는 사람들이 독보적으로 많고, 정신을 잠시만 놓아도 지갑과 핸드폰이 사라진다. 실제로 동행 중 한 명은 소매치기를 당했고 그를 좇다가 죽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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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티오피아 동쪽엔 하라르라는 마을이 있다. 툭하면 정전과 단수가 된다. 당연히 누리는 것들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 것인지 깨닫는다. 그러다 문명의 편리함에 얼마나 사로잡혔었는지 인정하는 순간 마을에서의 시간은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

    하라르는 하이에나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이에나를 가까이서 보고 밥을 줄 수 있다. 그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마을을 구석구석에서 마주친 사람과 풍경이다. 멋진 스타일의 아저씨, 가진 것을 흔쾌히 나누는 사람들, 활기찬 시장, 마을구경을 시켜 주겠다며 마차를 태워주던 이, 그의 손에 들려있던 담배. 오늘 누구에게든 벌어지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사소하고 소소한 것들이 좋다.

    밖에서 기웃거리던 우리를 본 선생님은 학교 구석구석을 소개해줬다. 학교는 그 어떤 장소보다도 흥미로웠다. 아프리카의 미래가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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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화산을 보던 날, 처음으로 부모님과 놀이동산에 갔던 날이 생각났다. 사방이 새롭고 신기했고 모두 설레던 때. 오랫동안 잊던 어린 시절의 나를 이티오피아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에디터
      김나랑
      글, 사진
      박은수(세계일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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