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ement Piece
이브 생 로랑이 사랑하던 도시 마라케시에 그를 기리는 새로운 공간이 들어섰다. 파트너였던 피에르 베르제가 생애 마지막으로 완성한 이브 생 로랑 마라케시 박물관이 바로 그곳. 그 건물을 디자인한 젊은 건축가 듀오, 스튜디오 KO를 만났다.
3년 전 이브 생 로랑의 오랜 연인이자 사업 파트너였던 피에르 베르제(Pierre Bergé)는 건축가 올리비에 마르티(Olivier Marty)와 칼 푸르니에(Karl Fournier)에게 마라케시에 생 로랑과 자신의 유산을 수용할 박물관을 의뢰했다. 지시 사항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간단했다. “심플할 것. 나는 강렬한 걸 원해요. 모로코답고, 동시대적이고, 무엇보다 절대 타협하지 않는 그런 디자인.”
처음부터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을 의뢰해본 적이 없는 베르제가 그 일을 두 사람에게 전적으로 맡긴 건 무조건적인 신뢰 때문이었다. 마르티와 푸르니에는 몇 년 전 모로코에 있는 베르제의 친구들을 통해 그를 처음 만났다(두 사람의 이니셜을 딴 회사인 스튜디오 KO는 모로코에서 에르메스와 아녤리(Agnelli, 피아트 소유 가문) 성을 가진 고객들의 저택을 디자인했다). “그들과는 가족 같은 사이가 되었어요.” 듀오에게 탕헤르에 있는 자신의 집을 새롭게 하는 작업을 의뢰했던 베르제는 말했다. “그들은 제가 아는 다른 건축가들과 달리 거만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 중 누구도 생 로랑의 자료와 스케치를 전시할 4만3,000제곱피트의 박물관과 문화센터는 물론, 이전에 공공 기관을 디자인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걱정하지 않았다. “그것은 도박 같았어요. 하지만 저는 위험을 감수하는 걸 좋아합니다.” 박물관 문을 열기 한 달을 조금 앞둔 지난 9월 8일 세상을 떠난 피에르 베르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했던 도박에 아주 만족해요.”
10월 19일에 문을 연 이브 생 로랑 마라케시 박물관은 베르제가 좋아할 만한 모든 요소를 갖춘 성공작이 될 것이다. 선의 순수함이 지배하는 이곳은 테라초(대리석을 골재로 한 콘크리트), 콘크리트, 테라코타 벽돌로 이루어진 벽이 서로 대비를 이루고 둥근 중앙 안뜰은 거의 텅 비어 있다. 마르티는 서로 다른 볼륨의 상호작용을 입체파 조각에 비유했다. 박물관은 예를 들어 이브 생 로랑의 대표적인 여성용 턱시도인 르스모킹(Le Smoking)을 연상시키지 않는다. “실제로 생 로랑을 참고한 것은 텍스타일 직조를 떠올리게 하는 여러 겹의 벽돌뿐입니다.” 마르티는 평면도가 바느질 옷본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그가 살아 있었다면 분명 아주 다른 것을 원했을 겁니다. 하지만 결국엔 그가 그것을 좋아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마르티와 푸르니에는 호텔과 레스토랑을 디자인할 때 훨씬 더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2014년 그들이 앙드레 발라즈(Andre Balazs)를 위해 디자인한 런던 호텔인 칠턴 파이어하우스(Chiltern Firehouse)의 경우 두 사람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아 오래된 소방서에 피난처를 마련한 영국 귀족 가문을 상상했다. “많은 사람들이 또 다른 칠턴 호텔을 디자인해달라고 찾아오고 있어요. 하지만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푸르니에는 말한다. “중요한 것은 맥락입니다. 장소, 고객, 우리 취향의 진화.” 이런 공유된 취향은 두 남자가 파리 에콜 데 보자르에서 공부하던 중 만나 사랑에 빠진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스튜디오 KO를 시작한다. 둘 사이 공유된 미적 가치 덕분에 사이좋게 잘 지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둘 다 지적인 좌파 중산층 가정 출신이에요. 책은 수백 권이 있지만 공간이나 안락함이나 건축에 대한 감각이 없는 그런 가정 말입니다”라고 푸르니에는 말한다. “우리는 지금 복수를 하고 있는 겁니다!”
복수는 분명 달콤했다. 현재 스튜디오 KO는 마라케시, 파리, 런던에 사무실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꾸준히 작업을 해왔다. 맨해튼과 LA 멜로즈 애비뉴에 위치한 발맹 부티크를 마무리했다. 한편 발라즈는 칠턴 파이어하우스에 아주 만족했기 때문에 소중한 샤토 마몽을 리노베이션하는 일도 두 사람에게 맡겼다. 그들은 지난 9월 말에 자신들의 첫 연구서인 <Studio KO>를 출간했다. 전 세계를 누비고 있지만 두 사람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따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들 각자가 사용한 유일한 대명사는 우리였다. 그러나 그들은 똑같지만은 않다. 마르티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고 푸르니에는 몽상가이다. “올리비에는 무언가를 첨가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리고 저는 그의 뒤를 따라다니며 무언가를 빼죠.” 두 사람의 차이점을 말해달라는 요청에 푸르니에는 어렵게 고민한 후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저희 작업은 모두 결국 네 개의 손이 함께 하는 피아노 악보입니다.”
- 글
- JOSHUA LEVINE
- 에디터
- 손기호
- 포토그래퍼
- Matthieu Salvaing, Courtesy of Studio KO / Musée Yves Saint Laurent Marrak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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