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위해 왕의 자리를 포기한 남자, 에드워드 8세
케이트 미들턴부터 메건 마클까지.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이들이 영국 왕실의 며느리가 될 때마다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됩니다. 그들에게 관심이 있든 없든 인터넷을 도배한 뉴스 덕분에 그 소식을 모를 수가 없죠. ‘현대판 신데렐라’와 왕족, 과연 모두가 원하는 자리일까요?
아니요! 여기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왕의 자리를 버린 남자가 있습니다. 사랑을 택한 영국의 왕, 에드워드 8세.
모험심이 강한 자유로운 영혼이었다고 전해지는 윈저 공. 할아버지였던 에드워드 7세와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왕자로 성장합니다. 젊은 시절엔 해군에 입대해 참전하기도 했죠. 1910년 할아버지였던 에드워드 7세가 사망하자 당시 에드워드 왕자였던 윈저 공도 훗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이 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갑니다.
왕세자로서 당시 에드워드의 인기는 셀러브리티나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외모, 지위, 활발한 성격 탓에 가는 곳마다 주목을 받았다고 하네요. 그는 끊임없이 전 세계를 여행하며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물론 여자도 많이 만났습니다. 그중에는 가끔 결혼한 여성도 포함되어 있었죠. 에드워드 왕자의 사적인 행각이 멈추지 않자 왕실에서는 그가 왕위를 물려받는 것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답니다.
이런 아버지의 우려가 사실이 된 걸까요? 에드워드 왕자는 영국 왕실에서 절대 인정할 수 없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바로 미국 펜실베이니아 출신의 월리스 심슨 부인. 그녀는 스무 살이 되던 해 해군 조종사 스펜서와 결혼합니다. 10년 만에 첫 번째 결혼 생활을 정리하고 런던으로 건너와 다시 사업과 함께 심슨과의 재혼에 성공하죠. 타고난 패션 감각과 세련된 태도를 지닌 심슨 부인은 남편의 재력을 바탕으로 단숨에 런던 사교계를 휘어잡습니다. 그리고 한 파티에서 우연히 에드워드를 만나게 되죠. 윈저 공은 당시 파란색 드레스를 입고 있던 심슨 부인에게 첫눈에 반합니다.
하지만 결국 깊은 사랑에 빠지고, 그녀의 남편은 왕이 될 에드워드에게 고스란히 부인을 빼앗기게 됩니다. 두 번 이혼한 여자와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왕세자. 지금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당시 영국 왕실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였을까요? 에드워드와 심슨 부인의 사랑은 그의 가족들에게 엄청난 충격 그 자체였죠. 하지만 왕세자는 이미 그녀에게 푹 빠졌습니다. 1936년 1월 아버지 조지 5세가 사망하자 곧바로 왕위를 이어받게 된 에드워드 8세. 본인에게 왕위 승계가 선포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을 때조차, 그의 옆에는 아직 다른 남자의 부인이던 심슨이 함께 있었습니다.
과연 이 둘은 왕실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에 성공했을까요?
사람들은 그가 여자 친구를 포기할 줄 알았겠지만, 그에게 심슨 부인은 왕위와도 비교할 수 없는 사랑이었나 봅니다. 결국 즉위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1936년 12월 10일, 동생 알버트 왕자에게 왕위를 물려준 채 퇴위를 결정합니다. 에드워드 8세에서 다시 왕자로 돌아간 그다음 날 그는 라디오를 통해 인생을 뒤바꾼 결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무거운 책임을 맡는 일도, 왕으로서 원하는 바대로 임무를 수행하는 일도,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I have found it impossible to carry the heavy burden of responsibility and to discharge my duties as king as I would wish to do without the help and support of the woman I love).”
결국 영국이 아닌 프랑스에서 올린 이 둘의 결혼식. 단 한 명의 왕실 가족도 찾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퇴위 후 왕이 된 동생으로부터 ‘윈저 공’이라는 지위를 부여받았지만 부인은 여전히 평민. 부부는 나라 전체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커플이 되어 30년이 넘게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며 생활합니다. 윈저 공의 모국인 영국만 빼고요. 결혼식 당일 심슨 부인은 남편을 처음 만난 날 입었던 드레스의 컬러와 같은 푸른색 옷을 입었다고 전해지네요.
하지만 그 엄청난 반대가 이 둘의 사랑을 더 애틋하게 만든 걸까요? 이 부부는 35년간이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합니다. 두 사람은 유럽 곳곳에서 열리는 파티와 행사에 참여하며 어쩌면 왕족보다 자유롭고 화려한 삶을 이어나갔죠.
게다가 이 부부의 패션 사랑은 남달랐습니다. 특히 결혼할 때 각자의 이니셜을 새긴 까르띠에 반지를 교환했는데, 그게 바로 까르띠에의 상징적인 반지 ‘이터니티’입니다. 실제로 에드워드는 죽을 때까지 부인에게 까르띠에의 보석을 선물했죠. 심슨 부인이 죽은 지 1년 후 그녀가 생전에 남편으로부터 선물 받았던 까르띠에의 주얼리가 경매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토록 절절한 사랑에도 영국 왕가는 그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에드워드의 어머니였던 메리 여왕은 “고작 그 여자를 위해 이 모든 것을 포기했느냐”며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아들에 대한 원망을 내려놓지 못했죠. 에드워드는 가족들의 장례식, 추모식 등 꼭 필요한 경우에만 영국을 방문했습니다.
푸른색 옷으로 갈아입혀달라는 말이 그녀의 마지막 유언이었다고 하네요.
- 에디터
- 황혜영
- 포토그래퍼
-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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