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s of Seeing & Touching
조나스 우드는 그림을 그리고 시오 쿠사카는 도자 작품을 만든다. 긍정 에너지로 가득 찬 이들의 스튜디오는 이 부부 예술가의 작품 세계에서 일어나는 예술적 사건과 협업의 결정판이다.
최근 로스앤젤레스 전체의 빛깔은 MOCA 건물의 벽화가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건축가 아라타 이소자키가 디자인한 건물의 붉은 벽은 조나스 우드(Jonas Wood)의 정체성이 가득 담긴 그림으로 채워졌다. 덕분에 벽화는 LA의 일상을 비출 뿐 아니라 지하철역 입구처럼 보였던 유서 깊은 미술관의 입구를 예술 세계의 관문으로 탈바꿈시켜주었다. 이로써 MOCA뿐 아니라 브로드 뮤지엄, 디즈니 콘서트홀 등으로 LA에서도 가장 예술적 기운으로 충만한 사우스 그랜드 애비뉴의 풍경에 명분을 부여했다. 그 길을 지나다 보면 그림의 존재가 어떻게 개인의 경험으로 이어지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조나스 우드의 성공적인 작업은 또 다른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기회를 보장했다.
LA에서도 가장 활기찬 작가 조나스 우드는 회화라는 전통적 매체에 신세대적 발상을 접목시켜 미래를 펼쳐 보인다. 정물, 초상, 풍경뿐 아니라 기억, 스포츠 스타, 순수한 영웅주의, 반복적 패턴 등이 어우러지는 식이다. 이로써 그의 그림은 구상화와 추상화, 판타지와 현실, 삶과 기억 등의 경계를 넘나들며 ‘본다’는 행위를 상기시킨다. 어느 연구 결과에 따르면 관람객이 작품을 보는 시간은 한 작품당 17초에 불과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그림을 즐기기에 시간은 의미가 없다. 한눈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흡입력이 그의 작품을 ‘본다’는 것의 가장 큰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한편 조나스 우드와 함께 스튜디오를 나눠 쓰고 있는 아내이자 도예 작가 시오 쿠사카(Shio Kusaka)는 ‘만진다’는 것의 의미에 몰두한다. 그녀는 도자기를 만든다. 도자 예술은 흙을 어루만지는 행위로 시작해, 촉감이 일으킨 사유로 완성된다. 그러므로 시오 쿠사카가 만드는 자유로운 형태의 도자 작품은 예술적 직관력의 결과물이다. 가늘거나, 납작하거나, 하얗게 빛나거나, 울퉁불퉁한 도자 예술은 그녀에게 더 이상 예술과 공예의 차이점에 대해 질문할 필요가 없음을 상기시킨다. 물론 그녀는 이 작품들의 쓰임까지 막을 생각이 없지만 말이다.
이들의 스튜디오는 서로를 예술가로서 존중하게 하는 공간이다. 조나스 우드의 친구이자 건축가인 제프 구가(Jeff Guga)와 쿨라파트 얀트라사스트(Kulapat Yantrasast of wHy Architecture)가 디자인한 공간에서 이들은 살고, 사랑하며, 작업한다. 예술가의 행복한 결혼 생활이 작품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직접 증명하는 공간인 스튜디오에서 이들은 매일 서로의 작업을 같이 보고 예술적 사건을 만들어낸다. 이해와 영감, 비판을 주고받는 이들이 자신의 작품에 서로의 작품을 인용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시선을 담아내는 것은 작은 예일 뿐이다. 소설가 폴 비티는 <배반>에서 “삶이란 사람들이 소설인 줄 아는 에세이”라고 말했지만, 이 공간에서만큼은 삶이란 소설도, 에세이도 아닌 완벽한 예술이기 때문이다.
아티스트 커플로서 삶과 일의 균형을 완벽하게 맞추고 있습니다. 결혼 생활의 건강한 에너지가 작가로서의 작품 세계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JONAS WOOD 우린 아주 유연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시오는 제가 일을 너무 많이 하는 것에 대해 잔소리를 하지 않는데, 그 점이 좋아요. SHIO KUSAKA 게다가 서로에게 가장 좋은 지지자이기도 하죠. 가장 정직한 피드백을 서로에게 하기도 하고요. W 우린 서로에게 꽤 비판적이기도 해요. 그걸 기분 나빠하지 않죠.
스타일이 서로 너무 다른 두 분이 아티스트로서 공유하는 것은 무엇인까요?
S 둘 다 ‘Mark-making(예술 작품이나 드로잉 위에 생성되는 다양한 선, 패턴, 질감 등을 일컫는다)’을 좋아해요. 퍼즐도 좋아하고요. 우리 모두 독특한 관점을 갖고 있답니다. W 우리는 아주 정돈된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제가 시오의 작업을 많이인용해 사용하죠. 정물화를 그린다든가, 소품이 필요하다든가 할 때 말이에요. 우리는 작업 속에서도 만나요.
아티스트로서 완전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준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W 대학원에서 예술을 깊이 있게 공부한 것과 LA로 옮겨온 것, 이 두 가지 경험이에요. 남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전 학교에서 스튜디오의 경험을 쌓았어요. 그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연습하는지를 학교 밖에서 하는 것처럼 배웠죠. 학교는 제게 ‘저 자신’이 되기 위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가르쳤어요. 로라 오웬스(Laura Owens)라는 화가와 맷 존슨(Matt Johnson)이라는 조각가 밑에서 각각 2년씩 일한 시간도 의미 있었고요. S 저 역시 대학을 다니며 저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제가 학교에서 경험한 것, 스스로에게 확신한 것들이 졸업 후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학생 때는 학교에서 잘하는 것, 남들에게 칭찬받는 것, 나 자신의 모습을 쌓아가는 것 등에만 신경을 쓰잖아요. 하지만 몇 년이 지나고 나서 그게 진정한 ‘나’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덕분에 제가 본격적으로 도자기를 다시 공부할 결심을 할 수 있었죠.
조나스 우드의 관심사는 농구 선수부터 LA의 풍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시오 쿠사카 역시 예술과 일상의 접점을 작품에 녹여내요. 예술가로서 어떤 것에 가장 자극 받고 영감을 얻나요?
W 내게 영감을 줄 만한 것을 찾아다녀요. 사진을 모으는 것이 될 수도 있고, 테니스, 스포츠, 식물을 좋아하기도 해요. 해보지 않은 일, 그리기 어려운 그림에 도전하는 것도 영감의 원천이 되죠. 회화와 예술의 역사, 이미 세상을 뜬 예술가들의 존재, 몇몇 생존하는 예술가들에게서도 영감을 받아요. 그래요, 그게 저의 가장 큰 영감의 대상인 것 같아요. 저 자신과 제 작품을 지금까지 만들어진 위대한 작품과 나란히 비교해보는 것도 큰 도전이 됩니다. S 저를 둘러싼 모든 것이랄까요. 딸이 가지고 놀던 공룡 장난감은 ‘공룡 프로젝트’가 되어 도자기로 탄생했어요. 어떤 경우에는 더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아요. 며칠 전에는 해변에서 물 위로 뛰어오르는 돌고래를 봤어요. 이것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내 작업과 연결되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모르겠어요. 하지만 나를 아주 즐겁게 해주는 것들이 아마도 내 작품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해요. 물론 다섯 살에서 일곱 살 정도의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도 신선한 자극이 되죠.
협업을 통해 각각의 작품 영역과 깊이를 확장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렇게 함께 작업하고 성장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S 물론 전시를 함께 열긴 하지만, 그걸 모두 ‘협업’이라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어쨌든 이런 전시가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 스튜디오에서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생각해요. 저희 둘이서 함께 여는 전시에 오면,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함께 있는 광경도 볼 수 있겠죠. 우리 작품의 관계를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거예요. 그것이 바로 함께 전시하는 것의 큰 즐거움이에요.
JONAS WOOD
MOCA 건물을 장식한 벽화는 LA의 풍경을 바꾸었어요. 스스로 지역의 풍경과 문화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W 그들의 목적은 바로 “우리 지역이 미술관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자”였어요. 특히 MOCA는 세계에서 가장 대단한 소장품을 가진 곳이에요. 그래서 전 그 아이디어에 발맞추어, 주목받을 만한 무언가를 고르고 싶었어요. 매우 캘리포니아적인 작품이면 좋겠다 싶었죠. 그래서 오래된 정물화를 빌딩의 모양에 맞도록 새롭게 디자인했어요. 그들이 공동체에 보여주고 싶었던 것을 제가 보여주었다고 생각해요. 미술관의 존재에 관심을 가질 뿐 아니라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 작품을 감상하고 경험하는 것까지 말이죠. 그들이 이 프로젝트를 원했던 다른 이유는 아티스트가 주목받길 원했기 때문인데, 그런 점에서도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예술가인 동시에 컬렉터라고 들었어요. 컬렉터로서의 취향은 어느 쪽인가요?
W 최근에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60년대 프린트와 에드 루샤의 70년대 프린트를 구입했어요. 로에 에드리지(Roe Ethridge), 이반 몰리(Ivan Morley), 리처드 호킨스(Richard Hawkins), 해롤드 안카르트(Harold Ancart), 조시 스미스(Josh Smith), 캘빈 마르쿠스(Calvin Marcus) 같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과 팝아트 작품, 도자 예술의 혁명가였던 막달레나 수아레스 프림케스(Magdalena Suarez Frimkess)와 마이클 프림케스(Michael Frimkess) 작품, 마크 그로찬(Mark Grotjahn)이나 조 브래들리(Joe Bradley) 같은 미국 작가의 작품, 알리기에로 보에티(Alighiero Boetti)의 근대 작품, 마이클 윌리엄스(Michael Williams), 로버트 하이네켄과 페티본(Robert Heinecken and Pettibone)의 작품 등… 중독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컬렉팅에 매료되어 있어요. 또 얼마 전에는 알베르스 커플의 작품인 ‘정사각형 찬가(Homage to the Square)’ 프린트를 집에 들였는데, 이런 훌륭한 작품과 함께 살면서 작품을 직접 ‘경험’한다는 건 정말 흥미진진한 일임을 깨닫고 있죠.
컬렉팅한 작품을 가까운 아티스트들과 교환하기도 하나요?
W 네, 가끔씩이요. 하지만 전 전시나 2차 시장에서 내 의지로 좋은 작품을 발견하는 걸 더 선호해요. 정말 좋아하는 작품을 원하는 거지, 무언가를 소유하기 위해 모으는 것에는 관심이 없거든요. 그래서 제 작품을 교환하고 떠나보내는 것도 힘들 때가 많아요.
컬렉터였던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일 등의 성장 배경이 예술적 경험에 영향을 주었나요?
W 할아버지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놀라운 작품을 모았어요. ‘말하고 있는 조지 다이어의 초상(Portrait of George Dyer Talking)’ 같은 60년대 작품 같은 건 선명하게 기억나요. 리히텐슈타인과 칼더의 작품도 꽤 또렷하게 생각나네요. 제가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그런 존재와 기억이 제게 매우 큰 영향을 줬어요. 할아버지와 부모님은 예술가로서의 저의 삶을 강력하게 지지해주셨거든요. 덕분에 전 예술이 열려 있는 것이라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둘러싸여 살았어요. 그래서 워홀이나 마티스 같은 거장뿐 아니라 살아 있는 아티스트 혹은 시오와 프림케스의 도자 작품을 내 그림에 그려 넣는 식으로 오마주를 표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마티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그는 끝까지 추상화가가 되지 않았어요. 혹시 끝까지 구상화가로 머무는 본인 모습이나 혹은 추상화가가 되는 걸 상상해본 적이 있나요?
W 저는 제 작품이 아주 단순하다고 보는데, 그런 면에서는 추상적인 것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제 그림은 구상적이지만 포토 리얼리스틱하지는 않고, 말이 안 되는 포인트도 있지만 기하학적으로는 균형이 맞죠. 저는 추상화가처럼 그림을 그리긴 하지만, 패턴 페인팅을 하거나 추상에 가까운 식물 그림을 그릴 땐 또 구상적으로 그리는 것 같아요. 그러나 사실 이런 생각을 딱히 해본 적은 없어요. 엄밀히 말하자면 전 구상주의 화가지만 그림에 접근할 때는 무엇이든 상관없어요. 색이나 형태, 패턴에서 어떤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죠.
‘그린다’는 행위는 어떤 의미인가요? 그 행위가 경험과 시간에 따라 진화하기도 하나요?
W 평생 그림을 그려오긴 했지만, 드로잉이 그림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드로잉이 페인팅을 어떻게 가능하게 하는지 등을 대학원에서 배웠어요. 지난 5~10년 동안은 프린트 메이킹에도 매진해왔죠. 이런 작업을 하는 이유는 단순해요. 페인팅 아이디어와 그 시스템을 실현시켜주거든요. 언어로 운율을 만드는 것과 같아요. 그 한 줄로 많은 걸 설명할 수 있고, 아주 좋은 연습이 되기도 하죠. 자신을 표현하는 좋은 방식일 뿐 아니라, 작업의 원천이자 훈련이 되거든요. 무엇보다 즐겁고요.
그림은 직감적으로 그리는 편인가요?
W 전혀요. 내 작업은 모두 계획된 것이에요. 즉흥적으로 작업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낙서할 때나 즉흥적인데, 뭔가를 끄적거리면서 내 머릿속에 있는 소스나 재료를 구체화시키기도 해요. 하지만 철저한 작업을 할 땐 항상 분명한 자료나 원천을 갖고 그걸 연구한 후 시작해요.
LA의 예술 커뮤니티를 지지하는 예술가로서, 마크 그로찬과 협업도 하고, 에드 루샤와 2인전을 열기도 했어요. 이런 경험은 당신에게 어떤 자극이 되나요?
W 에드 루샤를 안 지 10년 정도 되었는데, 그가 제 예전 스튜디오의 주인이었어요.(웃음) 그와 친분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울 정도로, 제게 항상 큰 영향을 줍니다. 마크와의 협업도 더할 나위 없었죠. 그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자 멘토이고 또한 천재적인 예술가이기도 해요. 함께 하나의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낸 후 한 사람이 그걸로 작업하고, 나머지 한 사람이 그 외의 작업을 하는 방식이었는데, 전 이런 작업 방식이 정말 좋았어요.
인생의 영웅은 누구인가요?
W 예술가에 국한하지 않는다면, 농구 선수를 꼽고 싶군요. 테니스 선수인 로저 페더러도 좋아하죠. 운동 경기는 늘 흥미진진해요. 이길 때의 감정을 좋아하고, 이기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을지, 얼마나 연습했을지 추측하고 느낄 때가 좋아요. 저도 완벽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계속해서 연습하고, 그러다 보면 좀 나아지잖아요. 좋아하는 예술가도 많죠. 피카소와 마티스를 사랑하고, 알렉스 카츠, 데이비드 호크니,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 등…
요즘 가장 표현하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요?
W 저는 늘 제가 원하는 걸 그림으로 그려요. 어떤 순환이랄까요. 지금도 경치 작업과 인테리어 작업을 해요. 데이비드 코단스키 갤러리를 위해 11월에 작업했던 것 같은 것들이요. 하지만 다음 번에는 더 큰 규모의 도자기 작업을 하고 싶고, 정물화도, 인테리어 작업도 더 하고 싶어요. 하지만 보통은 이 모든 걸 동시에 조금씩 진행하는 편이에요.
작품에 한 가지 제목만 붙인다면, 어떤 것이 좋을까요?
W 나의 작품이 되도록 많은 곳에서 관객을 만나고, 작품이 저 자체로 인식되었으면 해요. 하나의 조나스 우드의 작업으로요. 제목은 저도 모르겠지만요.
SHIO KUSAKA
경영학교에 다니다가 돌연 세라믹을 공부하기로 결정했다지요. 무엇이 당신을 예술가의 길로 이끌었나요?
S 글쎄요… 경영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제가 평생 동안 하고 싶은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제 인생을 좀더 재미있게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을 하기로 한 거죠. 생각해본 적은 있지만 한 번도 도전하지 않았던 일이었다고나 할까요. 수업 계획서를 보다가 도자기 기초 수업을 듣기로 했어요. 꽤 즉흥적이었죠. 사실 전 제가 예술가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파인아트나 예술사에 대해서 많이 알지도 못했고요. 오히려 다도와 캘리그래피에 더 가까웠죠.
어린 시절, 일본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도자기 작품을 접하며 살아왔다고요.
S 네, 할머니가 다도 선생님이었거든요. 그래서 도자기가 각기 다른 기능이나 스타일을 갖고 있고, 사람이 어떻게 그 다른 작품을 존중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어요.
깊고 넓은 도예의 역사 중 특히 어떤 시대, 어떤 지역의 스타일을 가장 좋아하나요?
S 야요이(Yayoi) 시대를 가장 좋아해요. 당시 사람들은 더 화려하고 정교한 자기를 만들고자 했는데, 이 시대에 접어들어서는 아주 단순한 작품을 만들었어요. 도자기 물레는 흙으로 완벽한 원을 만들고자 발명된 것이지만, 야요이 시기의 작품은 이 물레가 발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완벽할 수가 없었죠. 동시에 처음으로 누구나 도자기를 만들게 된 시기이기도 해요.
그런 취향이 도자 작업을 할 때에도 드러날 것 같은데,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은가요?
S 최고의 크루아상 같은 도자기를 만들고 싶어요. 밖은 바삭한데, 안은 부드럽고 폭신한. 두 요소를 반드시 동시에 경험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균형 혹은 콤비네이션이라고나 할까요. 그 조합은 꽤 보편적으로 느껴져요. 왠지 사람은 누구나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고, 저도 그중 하나인 것 같고요.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즐거움을 잊은 요즘, 이런 촉감의 경험은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겠죠?
S 예술 작품을 만들 때 내리는 일련의 결정이 육체적인 감각 경험에 대한 반응이라는 점이 좋아요. 도자기 작업을 할 때는 직접 만지는 걸 통해서 직관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죠. 흥미로운 관계예요. 특히 나는 찰흙이 손에 닿는 느낌이 좋아요. 그렇게 만들어진 도자기는 오래오래 남아 영원의 생명을 얻죠. 미술관에 진열된 작품과 오래전에 만들어진 역사적인 작품을 생각해보세요. 그 소재 자체가 오랫동안 유지되고 살아남아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잖아요.
당신이 만든 도자기를 손에 쥐어보고 싶군요. 작품에서 무엇이 느껴지길 바라나요?
S 저는 바삭함과 부드러움이 작품에 공존하길 바라지만, 그 시각적, 촉각적 부분은 제 스튜디오 경험이나 제작 과정과도 관련이 깊어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같은 작품도 누군가에게는 너무 가벼울 수도, 또 너무 무거울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저는 작품을 만들면서 뭔가를 의도하거나 기대하진 않아요. 하지만 전시를 보러 가면 작품을 만지고 싶은 유혹을 느끼곤 하잖아요.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만질 수 있는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이 제가 무의식적으로 제 작품에 바라는 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만든 도자기 작품을 직접 사용하기도 하나요?
S 네, 그러기도 하죠. 요즘 제 작품은 다 물을 담을 수 있게 만들었어요. 컬렉터분들은 꽃이나 음식을 담기도 해요. 이를 지켜보는 게 즐거워요. 그렇다고 실용적으로 쓰이도록 의도한 건 아니에요. 다만 그럴 기회를 막지 않을 뿐이죠.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요.
작가로서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S 공간의 균형 혹은 형태의 균형이요. 도자기를 구울 때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자기의 표면에 대한 문제일 수도 있지만, 하여간 균형 그 자체가 제게 가장 중요해요.
도자기는 보통의 조각보다 훨씬 인간적으로 다가와요. 동시에 도예와 조각의 경계는 점점 불분명해지고 있죠. 당신은 그 경계에서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은가요?
S 예술과 공예, 저는 꽤 오랫동안 둘 간의 관계를 고민해왔어요. 그리고 그런 숱한 고민이 제 작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죠. 보통 예술에 대해 생각할 때, 뭔가 도움이 되는 지점에서 영감을 받을 거라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항상 그렇진 않아요. 그리고 전 그 명분에 대해 생각하길 멈추면 훨씬 작업하기가 수월해지리라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그 생각을 멈추기로 했고, 그렇게 했어요. 제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는 이유예요. 저는 뭔가 다른 것에 집중하고 싶어요.
- 에디터
- 윤혜정
- 포토그래퍼
- HYEA W. KANH, Brian For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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