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tage or Vivid

굳이 차를 차로만 고르지 않아도 된다. 서울 가로수 길에서 만난 유럽 자동차 메이커의 팝업 스토어들을 가보면 알게 될 것이다.

서울 강남 신사동 쪽 입구에서 압구정로 쪽 방향으로, 가로수길을 걸어 가다보면, H&M 매장 직전에 두 곳의 낯선 숍이 있다. 먼저 만나는 ‘까만’ 곳은 재규어 랜드로버 스튜디오고 ‘반짝’이는 곳은 르노삼성 QM3의 브랜드 스토어다.

차가 없어도 면허가 없어도 상관없다. 다리 아프고 힘들 때, 그냥 커피 한 잔 친구와 나누고 싶을 때, 눈치 보지 않고 긴 업무 미팅이라도 하고 싶을 때, 들어가서 즐기면 된다.

조용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재규어랜드로버 스튜디오

1935년생 재규어와 1948년생 랜드로버는 영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카 메이커다. 영화 ‘007 시리즈’나 유럽과 미국 마이애미 부촌을 배경으로한 거의 모든 드라마에 출연하는 대형 SUV는 랜드로버 아니면 레인지로버였다. 혹은 BBC 드라마 <셜록>에서 늘 갑작스런 MI 6 호출이 있을 때 오르던, 크고 까만 차가 바로 재규어의 플래그십 모델 XJ다. 물론 이들의 공간을 즐기는데는 이 사실을 전혀 몰라도 상관없다.

82년 된 재규어와 70년된 랜드로버, 두 브랜드가 한 가족이라 한 공간에 놓여 있다. 입구에 들어서기만 하라. 마침 동행한 친구가 있으면 면허증 확인을 하고 그 자리에서 시승 신청을 해도 좋겠다.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최신 차들이 상시 대기 중이니까. 어떤 이는 레이싱 시뮬레이션 게임이든, 고성능 SVR 모델을 살펴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할 것이다.

직원의 권유조차 성가시고 부끄럽다면 바로 2층 카페를 가겠다고 하면 된다. 카페에선 바리스타가 브로컬리 에이드부터 뜨겁거나 차가운 에스프레소 음료까지 원하는 대로 만들어 준다. 돈은 필요 없다. 해시태그 ‘#재규어랜드로버스토디오, #차스타그램’을 걸어 인스타그램에 한 컷 올려주면 그만.

와이파이는 무료 제공하며, 역시 친구들과 어울려 한 시간쯤 너끈하게 떠들 수 있는 테이블과 좌석, 깨끗한 화장실도 있다. 한켠에는 유서 깊은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역사 아카이브와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전시, 판매하고 중이다. 권할 만한 쇼핑리스트는 바버(Barbour)와 콜래버레이션한 랜드로버의 재킷도 좋겠다. 랜드로버 모양, 재규어 모양의 USB나 가죽 지갑, 아이폰 케이스, 조카들을 위한 티셔츠와 곰돌이 인형까지 다양하다. 현장에서 구매하면 20% 할인해 준다. 단언컨대 카 마니아가 아니라도 지갑이 열릴 만 한 수준의 디자인 제품들이다. 아, 그리고 맨 안쪽에는 즉석 ‘셀카’ 부스도 있다. 남들이 보지 못 하는 자리에서, 여러 가지 포즈로 나르시즘을 만끽해 보시길. 단, 재규어랜드로버의 오너에 한해 무료 발렛 파킹 서비스를 제공한다.

* 매일 11:00 ~ 21:00, 12월 23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546-5 (도로명: 압구정로 12길 33 )

아기자기한 자극이 좋다면

르노삼성자동차 QM3 라뜰리에 비비드 라이프(L’atelier VIVID LIFE)

모두가 각진 스타일을 권할 때 르노삼성의 QM3는 표표하게 곡선이 어우러진 유럽 스타일의 디자인으로 어필했었다. 실제로 유난히 반짝이고 화려했던 QM3의 컬러 덕인지 고객의 다수는 여성이었다고.

그래서 여기에 어울리는 프랑스 & 비비드 컬러를 테마로 가로수길에 숍을 열었다. 입구에 마련된 자판기에서 뽑기를 하는 것으로 체험이 시작된다. 다행히도 100% 당첨이다. 꼴찌에게도 바로 옆 바에서 곤트란 쉐리에의 크로와상과 커피를 쥐어준다.

1층에서 즉석 자동차 주문 체험을 해봐도 좋다. 물론 원하면 실제 시승이나, e-쇼룸에서 차 구매도 바로 해 볼 수 있다. 아무도 강권하지 않으며 안한다고 두 말을 하지도 않으니 걱정 말 것.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사진 찍기에 좋은 대형 브릭 인형이나 배경을 이용할지는 각자의 선택일 뿐이다. 2층에 올라가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중 가고 싶은 나라를 선택하고 같이 가고

싶은 친구와 사연을 적어 우편함에 여행권 응모를 하는 것도 좋겠다. 참고로 유럽 3국은 르노의 차가 가장 많이 보이는 대표 국가. QM3는 뾰족한 마름모 꼴 ‘르노’ 뱃지를 달고, ‘캡처’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당연히 와이파이도 무료며, 노트북을 켜고 망중한을 즐길 만 한 테이블과 의자도 있다.

매주 수요일에는 팝업 식당이, 토요일에는 유명 쉐프와의 쿠킹 클래스가 진행되고 있다. 지금 온라인 홈페이지(www.renaultsamsungm.com)에서 접수 중인 이벤트는 요리연구가 홍신애의 솔트 팝업 레스토랑(16일, 토), 압구정 양출쿠킹(20일, 수), 비비드 크리스마스 스페셜 파티(23일, 토). 팝업 스토어는 크리스마스 전에 마감하며, 당첨자는 개별 연락한다.

* 매일 11:00 ~ 21:00, 12월 23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546-3 (도로명: 압구정로12길 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