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I?
여자들의 특권 네일 케어가 제압받는 영겁의 시간, 10개월. 아이를 품고 손톱 색을 칠하는 임신부는 정녕 ‘나쁜 엄마’일까?
눈 깜짝할 사이 임신 5개월 차. 커피의 유혹은 생각보다 견딜 만하나 복병은 따로 있었다. 2주에 한 번꼴로 사랑방처럼 드나들던 네일 숍과의 이별이다. 임신부에게 있어 카페인, 스트레스, 무리한 업무 혹은 운동만큼이나 금기시되는 사항이 바로 네일 케어. 그래서 임신 테스터 두 줄을 확인하는 즉시 네일 숍 발길을 끊는 게 예비 맘들의 정해진 수순이다. 정돈된 손톱에 깔끔하게 발린 매니큐어는 그 자체로 힐링을 선사한다. 이 즐거움을 맛봤다면 10개월간 네일 케어를 외면하기란 생각보다 훨씬 고통스럽다. 왠지 모르게 초라해 보이는 열 손가락을 감추기 위해 화려한 반지를 장착해도 어딘가 2% 부족한 기분. 더는 못 참겠다 싶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선생님, 저 그냥 하면 안 될까요?”
꾸지람 혹은 호통을 예상했지만 의사의 반응은 의외로 쿨했다. 안정기에 접어들었으니 스트레스 받을 바엔 기분 좋게 가서 받으라는 것이다. 포인트는 시기. “수정 단계부터 임신 약 10주까지를 배아기, 임신 10주 이후부터 출산까지를 태아기로 구분해요. 배아기는 ‘기관 형성기’로 뇌척수, 심장, 눈, 안면, 사지 등의 인체 주요 구조물의 틀이 잡히는 아주 중요한 때죠.” 강남차병원 심소현 교수의 설명이다. 호산여성병원 이채민 원장도 초기 관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배아기, 그러니까 10주 전 배아 세포가 손상받으면 죽음에까지 이르지만 만약 그 정도가 미미하다면 정상 발달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이 시기를 일컬어 ‘살아남거나 도태되거나(all or none)’라 칭하죠.”
마의 10주가 지나면 만사형통인 걸까? 방심은 금물이다. 심 교수는 기관 형성기의 끝은 태아기의 시작을 의미하나 이 시기에도 모든 태아 기관의 형성이 완료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태아기 동안 이미 형성된 조직의 분화, 성장, 생리학적 성숙이 끊임없이 일어나죠. 따라서 큰 의미에서의 안정기는 임신 10주 정도로 볼 수 있겠으나 노출되는 물질에 따라 끼치는 기형 유발 시기 및 정도는 다르기 때문에 관리 전 전문의와 상담을 필요로 해요.” 10주 이전, 그러니까 임신 초기 네일 케어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면 제품의 성분 체크는 필수다. 태아기의 기형 발생 물질은 일반적으로 수정된 배아나 태아의 발달 단계에서 구조적, 기능적 손상, 성장 장애를 발생시키는 모든 물질로 정의되며 방사선, 바이러스, 환경적 인자, 물리적 요인 그리고 약물과 화학 성분 등이 포함된다. 지금까지 밝혀진 기형 발생 물질 개수만 약 35~40종. 이 중 석유화학산업의 주요 원료인 톨루엔에 주목하자. 매니큐어의 발림성을 좋게 하는 윤활제 톨루엔 과다 노출 시 모체의 영양 결핍은 물론 대사성 산증으로 인한 근 마비, 심 기능 쇠약으로 인한 태아 저산소증이 유발된다. 이는 태아의 심각한 성장 장애 및 알코올 증후군과 유사한 결과를 초래하니 톨루엔을 함유한 매니큐어는 절대 금물. 무분별한 아세톤 사용도 위험하다. “아세톤은 피부에 닿으면 바로 흡수되며 장기적으로 피부에 접촉할 경우 피부염, 두통 등이 발생할 수 있어요. 피부 접촉 외에 지속적으로 흡입할 경우 코, 기도, 폐 등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위험 물질이기 때문에 사용량을 최소화하거나 아세톤 프리 리무버로 대체하는 것이 적절하죠.”
평소 집에서 셀프 관리를 즐긴다면 네일 아티스트 제시카 슐튼의 클린 네일 리스트를 귀담아듣자. “프탈산디부틸(DBP), 톨루엔, 포름알데히드, 장뇌 등 유해 성분을 배제한 착한 매니큐어라면 걱정 없어요. 스미스앤컬트, 앤아더스토리즈, 스파리추얼, 퀴르 바자, LVX, 릴리롤로 제품을 추천합니다.” 앤아더스토리즈는 최근 알코올 프리 리무버를 내놨다. 100% 자연 성분으로 구성된 ‘자르댕 론 네일 폴리시리무버’로 아세톤 사용의 부담을 최소화했다(대신 아세톤처럼 속 시원히 지워내진 못한다).
마의 10주를 지나 한층 가벼워진 마음으로 네일 숍에 예약 전활 걸었다면 <보그>의 다섯 가지 팁을 숙지하길. 하나, 바르는 횟수도 지워내는 과정도 복잡한 젤 네일이 아닌 일반 네일을 받자. 둘, 매니큐어를 지울 때 아세톤 양은 최소한으로. 애초에 원 코트로 얇게 바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셋, 리무버 사용 면적을 최소화해라. 피부에 많이 닿지 않게, 손톱만 접촉할 수 있게 지운다. 넷, 관리는 가급적 공기청정기가 설치된 곳, 환기가 잘되는 곳에서 받자. 마지막으로 관리의 마무리는 깨끗이 손 씻기. 나와 내 아이를 위협하는 화학물질이 싹 씻길 수 있도록.
- 에디터
- 이주현
- 포토그래퍼
- 김보성
- 모델
- 이정문
- 스타일 에디터
- 남현지
- 헤어
- 최은영
- 메이크업
- 이자원
- 네일
- 최지숙 (브러쉬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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