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LOGICAL age
UN이 인증한 호모 헌드레드 시대, 중요한 건 떡국 나이가 아니라 생체 나이다.
째깍, 1월 1일이 되면 저절로 나이가 한 살 많아지는 이상한 시스템. 그리니치 천문대를 시작으로 마치 파도타기를 하듯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나이가 늘어나는 상상을 하다 보면 실소가 난다. 연식, 그게 뭐라고.
뷰티 브랜드 커버걸은 시대정신을 담은 광고로 유명하다. 아름다움의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해 무슬림 유튜버 누라 아피아, 17세 남자 고등학생 인플루언서 제임스 찰스를 모델로 발탁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2018년 커버걸의 선택은 사회가 ‘노년층’으로 분류한 69세 모델, 메이 머스크다. 물론 억만장자 아들을 둔 덕에 사교계에 끊임없이 회자되어왔던 ‘쿨 그래니’이긴 하지만 지금 그녀가 누리는 제8의 전성기는 엄마가 아니라 ‘여자’로서의 아름다움 덕분인지라 의미가 남다르다. 또한 2018년 S/S 컬렉션에는 나이를 잊은 원조 슈퍼모델들이 대거 등장했다. 베르사체 헌정 쇼에 오른 카를라 브루니, 클라우디아 쉬퍼, 나오미 캠벨, 신디 크로포드, 헬레나 크리스텐슨은 ‘왕년’이라는 수식어가 필요 없는 모습이었고, 마이클 코어스 쇼에는 42세 커스티 흄와 44세 캐서린 머피, 안나 수이 쇼에는 40세의 매기 라이저가 건재함을 뽐냈다. 여전히 납작한 아랫배와 길고 우아한 목선을 자랑하면서.
언니들이 위세를 떨치는 건 국내도 마찬가지. 요즘 충무로에 ‘20대 여배우 기근’이라는 말이 돌곤 하는데, 그건 스무 살 안팎의 미녀가 없어서가 아니라 연기에 물이 오른 30대 여배우들이 20대까지 커버할 수 있는 겉보기 등급을 자랑하기 때문이리라. 캐릭터 있는 30대 배역은 김혜수, 김희선, 고소영 등 40대 언니들의 차지가 됐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니 그들의 시계만 느리게 흘렀을 리 만무. 10년은 거뜬히 제치고 들어가는 패기의 원천에는 피나는 관리가 있다.
아시아 최초로 생체 나이 측정 체계를 마련한 더클리닉 가정의학과 배철영 박사는 “주민등록 나이 말고, 실제 몸 나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체가 노화될수록 폐 기능은 나빠지고, 지방은 늘어나며 혈압과 당 수치가 올라갑니다. 이런 나이별 신체 기능을 빅데이터화한 뒤 자신의 수치와 비교하면 또래에 비해 신체 나이가 많은지 적은지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종합검진 결과로도 상대적 생체 나이를 추산할 수 있게 된 거죠.”
흥미로운 것은 10년 전에 비해 20~30대의 생체 나이는 더 늙었고 50대 이상은 더 젊어지는 경향이 보인다는 사실. “젊은 층의 노화는 나빠진 환경과 스트레스 탓이에요. 건강을 과신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자신을 챙길 시간이 부족해서 영양과 정신 건강을 돌보지 못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50대 이상의 데이터를 보니 아직 희망이 있는 듯하다. “지속적으로 신체 나이를 체크하며 식단을 관리하고 호르몬을 보충하는 등 주의를 기울인다면 충분히 어려질 수 있습니다.” 메이 머스크도 후천적 관리를 강조한다. “그저 예쁘기만 한 모델로 남고 싶지 않아 영양학자가 됐다”는 그녀는 현재 매우 유명한 ‘웰니스’ 강연자로, 자신의 피부와 에너지의 비결은 고른 영양 덕분이라고 강조한다.
<보그 코리아〉 창간 21주년 기념호에 등장했던 63세의 여배우 문숙은 명상과 요가를 하며 자극적 음식에 대한 욕심을 버리는 것을 자신의 뷰티 비결로 꼽았다. 인간으로서의 멋은 예상대로, 여자로서의 매력은 상상 이상이었던 그녀는 촬영일에 명품 백 대신 작은 대나무 가방을 들고 왔는데, 그 안에는 어제 땄다는 오이가 몇 개 들어 있었다. 반을 툭 잘라 건네며 그녀가 이렇게 말했다. “충분히 예쁘니까 마음 편하게 살아.” 내려놓음은 훈련이며 노력하면 이뤄낼 수 있다고 말이다. [caption id="attachment_145358" align="alignnone" width="683"] Sharon Drijanski[/caption]
배철영 박사는 신체 나이를 낮추기 위한 노력은 노화가 시작되는 순간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적어도 서른 살부터는 몸 나이를 체크하고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려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그 나이는 눈 옆을 가린 경주마 같아서, 자신이 일생 중 어느 지점을 달리고 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언니들의 등장이 고마운 이유는 이 때문. 청년의 유통기한은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는 증거로 자신들의 몸을 제시하는 멋진 여자들. 호모 헌드레드 시대에 이보다 더 좋은 영감은 아마 없을 거다.
- 에디터
- 백지수
- 포토그래퍼
- 안주영, James Cochrane
- 스타일리스트
- 김석원
- 헤어
- 이혜영
- 메이크업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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