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SHAPE OF TRUTH

2018.01.20

SHAPE OF TRUTH

숫자만 믿는 형사와 신기 있는 형사. 강지환과 김옥빈은 OCN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양극단에 있는 인물을 연기하며 음모를 추적해나간다. 대비에서 조화까지 내달리며 두 배우가 찾아낸 진실과 진심의 행방.

강지환의 열정이 채운 자리

스트라이프 패턴 베스트와 팬츠는 디올(Dior), 실크 브이넥 셔츠는 김서룡(Kimseoryong)

오늘 영하 14도까지 기온이 내려갔다. 이렇게 추운 날은 어떻게 견디나. 이번 작품은 추위와의 싸움이라 월동 준비를 좀 했다. 장비 챙기기를 좋아해서 캠핑용 난로와 등유, 천막 파라솔 같은 장비를 차에 엄청 싣고 다닌다.

<작은 신의 아이들>을 쓴 한우리 작가 이력이 흥미롭다 <그것이 알고 싶다>, <대선주자 국민면접>, <궁금한 이야기 Y> 등을 집필한 분의 드라마라서. 작가님 이력이 작품 선택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평소 ‘다시 보기’로 자주 보는 프로그램인데 시사 프로그램 작가가 드라마를 쓴다는 것 자체가 신선했다. 역시나 대본도 드라마풍 대사 톤이 아니었다. 팩트 위주의 글을 쓰시던 분이라 글의 짜임새가 다른 작품과 달랐다.

실제 만남은 어땠나. 온갖 미스터리한 사건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오고 갔을 것 같은데. 굉장히 카리스마가 있고 독특한 분이었다. 8년 넘게 살인 사건 같은 소재로 글을 쓰셔서 그런지 자신감도 많이 느껴졌다. 평소에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면서 결론이 나지 않은 사건을 어떻게 확신하고 방송에 내보내는 지 궁금해서 물어보기도 했다. 판결만 안났을 뿐이지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하시더라. 물론 그런 결론을 내리기 위해 철저히 조사한다고 했다.

시놉시스에 ‘시대정신’이라는 말이 쓰여 있는 걸 보니 정치, 경제, 종교 사이 밀회를 두루 다룰 듯싶다. 잘 모르겠다. 사실 요즘 시놉시스를 볼 때 끝까지 안 읽는다. 시놉은 분위기를 어느 정도 보여주지만 대본으로 나올 때는 많이 바뀐다. 장르 특성상 반전도 있을 테니 뒷얘기를 너무 많이 알기보다는 시청자와 함께 호흡을 맞춰야 현실적으로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요즘에는 대본에만 집중하고 감독님이나 작가님한테 질문도 많이 안한다. 다만 반가웠던 건 작가님과 첫 미팅 후, 대본의 글 톤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내 톤을 염두에 두고쓰셨다는 걸,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안다. 하나의 인물에 내가 들어가고, 작가님이 들어와서 합체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과학수사에 능한 엘리트 형사 ‘천재인’ 캐릭터를 연기한다. 아이큐 167이자 ‘설명충’이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증거나 팩트를 따지지만 정이 없거나 기계적인 인물은 아니다. 자기 일에 대해서는 철두철미하지만 주위 사람들 챙길 때 감성적인 게 섞여 있는 친구라 좋았다. 감정에 그래프가 있는 희로애락이 있는 인물을 표현하는 걸 좋아한다. 그동안 악역이라고 해서 악하지만은 않고, 착하다고 해서 꼭 착하지만은 않은 인물을 연기하던 경험이 이번 작품에 서도 도움이 되었다.

요즘 드라마의 등장인물은 형사와 형사가 아닌 자로 나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한국에는 너무 많은 형사가 있다. 대본을 받았을 때 셜록이 떠올랐다. 그동안 한국 드라마에서 셜록류의 형사는 없었다. 다른 형사물과 확연히 다르게 느껴진 부분이기도 하다. 요즘 OCN 슬로건이 ‘캐릭터를 창조한다’라고 하던데 이번에 새로운 형사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게 내 몫인것 같다. <작은 신의 아이들>은 장르물이긴 하지만 기존의 작품과는 톤이 좀 다르다

실크 트렌치 코트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무거운 분위기에서 숨통을 틔워주는 캐릭터일 거라 예측된다. 사실 캐릭터로 극에 활기를 넣는 건 당신의 전문 분야다.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철칙은있다. 상대 배우대사의 감정을 흔들리지 않게 하는 것. 독백 때나 대사 끝나고 친다. 리허설 때 한 번 딱 해서 반응이 오면 하고, 뭔가 애매하면 과감하게 쳐낸다. 그리고 대본을 이해하기 힘들면 작가님이나 감독님에게 들고 가지만 틀을 건드리지 않고 내 버전으로 2안, 3안을 준비해간다. 장면을 두고 토론하기보다 ‘감독님 버전 찍고, 제 버전 하나 더 찍을게요’ 하는 편이다. 또 다른 철칙이라면 대본을 정말 많이 본다. 흐름을 알고 앞뒤 감정선을 내가 잘 알아야 하니까. 밥집에 가든, 소주를 마시러 가든, 강박적일 정도로 대본을 들고 다닌다

평소 장르물이라는 장르를 좋아했나. 딱히 선호하진 않는다.(웃음). 나는 명확한 게 좋다. 웃거나, 울거나. 생각을 많이 하는 작품과는 거리가 좀 멀었다. 그래서 이 작품이 좋았다. 전작 <몬스터>가 50부작이라 너무 길었고 새로움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겁이 많이 났다. 드라마가 미뤄지면 어떨까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액션, 로맨틱, 코미디는 익숙하지만 스릴러 장르, 채널 OCN까지 모든 게 낯설었다. 종교적인 소재를 다루다 보니까 초반에 대본을 정독할 때마다 가위에 눌렸다. 원래 그런 스타일도 아니고 귀신이 씌는 캐릭터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베개 밑에 가위를 놓고 잔 적도 있다.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캐릭터를 연기하는 김옥빈과 손발을 맞춰나간다. 파트너로서 김옥빈은 어떤 배우인가.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다. 대본 리딩 때 손발을 막 쓰는 여배우는 처음 봤다. 보통 리딩 현장에서 보도 사진을 찍으니까 그냥 앉아서 읽는데 막 모션을 하길래 나도 움직여야 하나 싶었다.(웃음) 항 상 감독님한테 “저 친구, 잘하네요” 얘기한다. 얼마 전에 귀신 들리는 장면을 찍었는데 와, 잘하더라. 감독님한테 “저 친구, 진짜 잘하네요” 또 그랬다.

인스타그램을 보니 김옥빈에게 휴대용 개인 대기실을 선물했다고 하더라. 추위를 많이 타서 힘들어하길래 촬영 중 쉬는 시간마다 온라인 쇼핑몰에 검색 해서 찾아낸 아이템이다. 낚시꾼들이 바람 피할 때 쓰는 천막인데 원터치다. 기사로 나온 후에 다른 매니저들한테 어디서 샀냐고 전화 많이 받았는데 얘기 안해줬다. 내가 어떻게 검색해서 찾은 아이템인데.(웃음

기성품에 만족하지 않고 무엇이든 ‘강지환화’하는 것 같다. 예능 <섬총사>에서는 침대, 노래방, 분장실까지 갖춘 차를 공개했다. 평소 DIY에 능한가. 취미가 집 꾸미는 것과 차 꾸미는 것이다. 장비에 관심이 많다.
최근에 구매한 장비는 무엇인가. 역시 월동 장비다. 보통 촬영 현장에서 핫팩을 붙이는데 배터리로 온도 조절이 되는 조끼를 발견했다. 등만 따뜻해도 온몸이 훈훈해진다.

김옥빈의 스팽글 드레스와 파스텔 컬러 트렌치 코트, 벨트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투톤 하이힐은 펜디(Fendi). 강지환의 머스터드 컬러 셔츠와 운동화는 코스(Cos), 체크무늬 팬츠는 구찌(Gucci).

전원주택에 살고 있는데 어떤 공간인지 소개해달라. 자칭 ‘지환랜드’다. 돌아 다니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집에 헬스장, 바, 당구장, 수영장을 모두 갖춰놓 았다. 다다미 방도 있다. 일본 갔을 때 다다미 방이 너무 좋길래 집에 와서 방 하나를 다 뜯어서 만들었다. 거기 들어가면 항상 엔카가 나온다. 뒤에는 벚 나무도 심어놨다. 하나씩 투자해가며 만드는 게 재미있다. 내 삶의 공간이니까 주위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재미를 추구하며 지낸다.

데뷔한 지 17년 가까이 되었다. 그 시간 동안 작품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변했을 것 같다. 작품 들어갈 때마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변하지 않은 한가지는 ‘내가 잘할수 있을까’ 생각한다는 것. 많은 제작비와 수많은 스태프들이 힘들게 준비하는 건데 내가 들어가서 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불안함이 좀 있다. 그나마 변한 점이라면, 예전엔 시청률이 나오지 않을 때 죄책감을 느꼈는데 어느 순간 내가 노력해서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이 있다고 인정하고 작품과 나를 분리한다는 것이다. 또 옛날에는 대본을 보고 내가 재미있고 즐거워야 시청자와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고,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면 전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남들이 의문을 가지는 대본이라면 내가 그 의문을 지울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1년에 한 작품씩 꾸준히 연기해오고 있다. 작품이 없는 시간을 즐기나, 버티나. 둘다아니다. 궁합이 맞는 작품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한 번도 OCN 장르물을 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웃음) 작품이 없으면 없는대로 그 시간을 보내고 연달아서 몇 작품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안 보이지만 중국에서 작품을 하고 있을 때도 있다.

나이에 연연하며 살 필요는 없지만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알게 되는 것도 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과거에도 알았더라면 싶은 것이 있다면. 조금 더 여유를 가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지금도 작품할 때 대본에 집중하는 편인데 옛날에는 더 심하게 스스로를 괴롭혔다. 쉴 때든, 차에 있을 때든, ‘나는 잘해야 한다’ ‘피해를 주면 안된다’만 생각했다. 여유 있게 임했으면 더 즐겁게 촬영 했을 것이고, 시야도 넓어지고 톤도 성숙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후회 하는 건 아니지만.

숄 칼라가 돋보이는 자카드 재킷과 로브, 테일러드 팬츠는 김서룡(Kimseoryong), 흰색 티셔츠는 우영미(Wooyoungmi), 흰색 운동화는 컨버스(Converse).

끊임없이 집중하고 노력하며 불안함을 해소해보고자 한 건가. 그렇다. 나는 한 번도 내가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정식으로 연기를 배워본 적도 없고, 디자인을 전공하고 직장 생활하다가 뮤지컬, 연극 코러스 앙상블 부터시작했다. 내 목소리 톤. 자체도 평범한 목소리는 아니지 않나. 나는내 연기를 AM이라고 부른다. 지금의 강지환은 이런 모습이 됐는데 이전까지는 시행착오도 많았다.

FM을 지향하는 AM이었던 건가, 다른 어디에도 없는 AM이 되고자 했나. AM을 내 캐릭터로 만들고자 했다. 목소리가 얇아도 어찌 됐건 대사를 또박또박 전달해야 한다. 정확한 발성과 발음이 기본이지만 실제로 얘기할 때 감정이 격해지면 ‘힉’ 소리도 나고 발음도 부정확해진다. 목소리 톤을 맞추지 못하더라도 눈빛이나 호흡으로 감정을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개인적으로 용두사미 마인드다.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가 되자는 주의. 연기 잘하는 사람은 너무 많고 그 중에 한 사람이 될 바엔 나만의 톤을 만드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작품할 때 고민하는 건 두 가지다. 내 장점을 부각할까, 단점을 보완할까. 늘 양갈래에서 선택한다.

<작은 신의 아이들>은 어떤 선택에 해당되나. 장점의 부각이다. 코믹함과 진지함을 오가는 연기를 선호하기 때문에, 그걸 극대화하되 극의 방향과 엇나가지 않는 쪽으로 가야지.
개인적으로 필모그래피 초기작인 <7급 공무원> <차형사> 같은 작품을 좋아한다. 강지환의 무심한 듯한 엇박자 코미디 감각을 좋아했다고나 할까. 요즘에는 코미디 장르제작이 뜸한데 이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드라마나 영화는 다 유행에 민감하다. 한때는 사극, 요즘엔 장르물. 패션처럼 랜덤으로 돌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는 거니까 그런 아쉬움은 없다.

스스로를 시대의 흐름에 몸을 유연하게 맞추는 배우라고 생각하나. 그건 아닌 것 같다. 외국에서 블록버스터를 찍어본 적도 없고 여러 장르를 겪어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연극이나 공연을 본다든지 관심이 안 생기더라도 요즘 제일 많이 회자되는 드라마를 보며 왜 인기가 좋은 지 파악하려고 안테나를 많이 열어둔다.

김옥빈의 마음이 닿는 자리

드레이핑 디테일이 멋스러운 하늘색 드레스는 펜디(Fendi), 싸이하이 부츠는 니나 리치(Nina Ricci).

칸 영화제에 두 번 다녀온 여배우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졌나. 달라진 건 없다. 늘 느끼는건데, 영화 개봉 전 2주가 가장바쁘고, 개봉 후 첫 주에 무대 인사 다니고 나면 약간 허탈하다. 보통 그때 반응은 이미 다 나온다. 칸 영화제도 가기 전에는 설렜고 가서는 재미있었고 다녀왔더니 힘들었다.(웃음)

<작은 신의 아이들>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내가 이렇게 빨리 장르물을 하게 될 줄몰랐다. 글에 정말 힘이 있었다. 나도 편견이 있다고 느낀 게 처음에 대본을 읽고 남자 작가인줄 알았다. 그런데 너무 예쁜 여자 분이었다. 체구도 작고. 이런 사람이 이렇게 파워풀하고 멋진 글을 쓴단 말이야? 충격 받았다. 작가님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강지환 오빠와 셋이 대작을 했다. 아, 두 분이그렇게 술이 센 줄 몰랐다. 결국 셋 다 기절해서 실려갔다. 장르물은사건 서사가 정말 중요한데 이 작품은 빈틈없이 몰아붙인다. 터무니없는 사건이 아니라 기시감이 있는 사건들이 그대로 나온다.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두 인물은 이상하게 ‘라이트’한 위치에 있다. 사건이 주는 무게감은 되게 묵직한데, 사건을 가지고 움직이는 캐릭터들은 굉장히 유쾌하다. 처음부터 인상 쓰고 보는 장르물이 아니라 웃으면서 볼만한 느낌이 있었다. 미드 <캐슬〉 같다고 해야 하나. 되게 무겁지만 되게 웃겼다. ‘천재인’은 설명충이라 말이 되게 많고 내가 맡은 ‘김단’은 옆에서 ‘아, 그만 좀 해요’ 하는 식이다. 캐릭터가 좋아서 또 한번 반했다.

‘김단’은 타고난 운명과 개척해가야 할 운명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 보인다. 신기 있는 형사 ‘김단’으로부터 어떤 인상을 받았나. 김단이 좋았던 한 가지는 어리숙함이다. 장르물 특성상 사건을 계속 파헤쳐나가야 하니까 ‘만랩’인 캐릭터가 있고 어리숙한 캐릭터들이 있잖나. 나는 이미 액션 ‘만랩’을 찍었으니 더 이상 어리숙한 캐릭터 제안이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단이 어리숙한 형사인 거다! 이 친구가 점점 성장해나가는 점에 많이 끌렸다. 캐릭터의 영향 때문인지 오늘 유난히 밝아 보인다. 나는 맡는 역할에 따라서 말하는 톤이라든지 느낌이 좀 바뀌는 게 있다. 어리바리한 형사 역할을 맡고 나니 요즘 진짜 어리바리해졌다.(웃음) 역할이 굉장히 가벼워서 그런지 경쾌 해졌다.예전에<악녀>찍을 때는 밥도못 먹을 정도로 심각했다.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 방향을 계속 생각해야 했고, 집중해야 했고, 힘들었다. 지금은 너무 잘 챙겨 먹는다. 현장에서 매니저가 “누나, 이제 자제하세요. 밥 그만 먹어요” 하고 걱정할 정도다.

크리스털 장식 트위드 재킷과 실크 셔츠, 스트라이프 미디 스커트는 구찌(Gucci).

과학수사로 많은 범죄를 해결하는 요즘, 실제로 ‘신기’를 믿나. 안 믿는다. 점집도 태어나서 딱 한 번 가봤다. 둘 중 고르라면 오히려 과학과 이성, 논리를 중요시하는 ‘천재인’ 캐릭터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데 이번 역할 때문에 새로운 세상을 많이 알았다. 신내림 받을 때 무구를 집어든다거나 공수하는 무당 할머니를 따라 하는 장면 등 때문에 유튜브에서 굿하는 영상을 밤마다 많이 찾아봤는데 너무 무서웠지만 한편으로 흥미로웠다.

거부감은 없었나 보다. 우리나라에서 굿은 지켜야 할 문화재로 지정해서 계속 계승하고 있더라. 무당 하면 ‘점’을 떠올리는데, 아름다운 굿도 많다는 생각을 했다. 영혼을 어르고 달래서 하늘로 보내기 위해 하얀 천을 길게 찢으 면서 굿을 하지 않나. 한이 맺힌 사람들은 실타래를 묶어놓는데 그 상태에서 사람들이 억울한 이야기를 쏟아내기도 한다. 그런 장면을 보면서 굿으로 정신과 치료를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사물놀이 패가 들어가니까 마치 놀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관심을 갖고 나서 보니까 재미있게 보이기 시작했다.

김단은 직감으로 단서를 찾아내는 형사인데 당신도 직감이 좋은 편인가. 아니다. 둔하고 절대 예민하지 않다. 직감이 좋아 보였다면 다 이미지다.
사이비 종교, 연쇄살인 등 소재만 놓고 봤을 때 떠오르는 실화가 여럿이다. 배우 입장에서도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은 몰입도가 남다를 것 같다. 어떤사건이라고 콕 집어 말할 수 없지만 찾아보면 비슷한 사건이 있다. 궁금해져서 관련된 자료를 찾다 보면 진짜 무서워진다. 5부까지는 방에서 혼자 대본 읽기가 무서울 정도였다.

숄 칼라가 돋보이는 자카드 재킷과 로브, 테일러드 팬츠는 김서룡(Kimseoryong), 흰색 티셔츠는 우영미(Wooyoungmi).

몇 년째 수사물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어찌 보면 가장 트렌디한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셈이다. 장르의 이종교배. 판타지 플러스 수사물, 저승사자 기본, 귀신 보는 거 기본, 사이코 꼭 나오고. 타임슬립.(웃음). 우리는 타임슬립 대신 사건을 재연하기 위해 공간 이동을 한다.(웃음) 형사라는 직업도 너무 많이 나왔지만 이에 대한 해답은 결국 글 안에 다 나와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캐릭터를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까에 집중하기보다 이 글에 나와 있는 캐릭터를 어떻게 참신하게 표현해볼까 생각하는 건데 김단은 사이코메트리라는 강렬한 차별점이 있다.(웃음)

좋아하는 형사 캐릭터를 말해준다면. 누구나 거부할 수 없는, 셜록. 유튜브에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 영상을 저장해놓고 심심하면 돌려 본다.
평소 장르물은 즐겨 보는 편인가. 사실 좋아하진 않는다. 그동안 심각한 작품을 많이 찍었지만 심각한 거 별로 안 좋아한다. 장르물을 즐겨 보지 않는 이유는 한번 흐름을 놓치면 따라가기가 힘들어서 그렇다.(웃음) 보다가 딴짓도 하면서 편안하게 봐야 하는데 잠시만 눈을 떼도 동생한테 ‘뭐래?’라고 물어 봐야 하는 게 너무 싫다.(웃음) 그래서 예전에 <프리즌 브레이크>도 시즌 1만 보다가 포기했다. 잠깐만 자리를 비우면 단서 네다섯 가지가 지나가버렸다.

어떤 서사를 가진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성장 드라마에 관심이 많다. 자신의 몸을 사랑하지 않는 16세 소녀의 이야기인 <마이 매드 팻 다이어 리(My Mad Fat Diary)>, 치어리더의 성장 스토리인 <메이크 잇 오어 브레이 크 잇(Make It or Break It)>같이 사춘기적인 마음을 갖고 있는 친구들 얘기를 좋아한다. 조만간 <루머의 루머의 루머(13 Reasons Why)>도 보려고 리스트에 담아두었다.

그동안 본인 취향과는 거리가 먼 작품만 찍은 모양이다.(웃음) 그런 유의 작품이 한국에 많지 않다. 인물들의 내적인 심리가 부각되는 작품이 없잖나. 요즘에는 딱 두 장르인 것 같다. 수사물과 로맨스. 그리고 막장. 난 막장 드라마도 너무 좋아한다. 한국 특유의 장르인 것같다. 한국에서 하이틴물이 왜 안 나올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리얼하지가 않아서 그런 거 같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일본이나 대만 하이틴 영화처럼 ‘멜로멜로’ 하면서 기타 치고 있으면 ‘저러니까 대학 못 가지’ 소리가 나올거다.‘ 저게 말이 돼? 공부해야 하는 데’ 같은 반응이 나올까봐 못 만드는것 같다. 그런 감성이 그리워지면 일본이나 대만 하이틴 영화를 찾아본다.

김옥빈이 입은 에메랄드색 시스루 드레스와 트렌치 코트는 미우미우(Miu Miu), 강지환의 티셔츠는 닐 바렛(Neil Barrett), 체크무늬 트렌치 코트와 팬츠는 디올(Dior).

사춘기 청소년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시절은 훌쩍 지나가버렸다. 늦지 않았다. 이제 선생으로 가능하다. 그런 작품이라면 어떤 역할이든 환영이다.
상대 배우와 호흡이 정말 중요한 작품처럼 보인다. 강지환으로부터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김단’이 초보 형사이다 보니까 ‘천재인’이 옆에서 계속 어슬렁거리면서 도와주는 느낌이 있다. 정도 가고 전우애, 동지애 같은 게 느껴진다. 이 작품을 위해서 끝까지같은 배를 타고 가야 할. 사람. 현장에서 느끼는 건 창의적이라는 것. 찍다 보면 피곤해서 대충 넘어가기도 하는데 어떤 장면에서 빈 느낌을 받으면 뭐든 갖고 와서 보충을 한다. 달리는신이 텅 비어 보이면 갑자기 의자를 가져와서 세워놓는다. 그리고 액션에 대해 잘 이해하는 사람 같다. 나는 카메라 한 대에 익숙한데 지금 현장에서는 카메라 두 대가 같이 돌아간다.내가 풀샷인지, 버스트 샷인지 구별 못하는 동안 지환 오빠는 기가 막히게 피했다가 시선도 너무 잘 맞춘다. 한번은 너무 신기해서 한참 동안 입 벌리고 구경했다.

강지환 씨가 휴대용 개인 대기실을 선물해줬더라. 한번은 너무 추웠는지 “야, 네가 먼저 펴야 내가 펴지. 얼른 네가 먼저 펴” 그러더라.(웃음) 오빠 별명이 ‘걸어 다니는 다이소’다. 차에 신기한 게 많다. 처음에는 자꾸 뭘 사서 주길래 왜 신경 써주지 그랬는데 알고 보니 성격이었다. 현장에 부족한 게 없는지 살피면서 자꾸 작은 걸 사온다. 우리 매니저한테도 귀마개를 선물해줬다. <악녀> 이후로 공식 석상에서 수트 스타일링이 종종 눈에 띄더라. 수트 스타일링을 선호하는 편인가. 각 잡힌 옷을 좋아한다. 제복 예쁘잖나. 스타일리스트가 스타일링에 변화를 주곤 하는데 지금은 플라워 패턴에 푹 빠져 있다. 청룡영화제 드레스도 꽃무늬고, 오늘 언론 시사회에도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다녀왔다. 사실 입어서 예쁘면 다 좋아한다. ‘이 옷은 입기 싫어’ 할 때는 하나다. 뚱뚱해 보일 때.(웃음)

관심사가 궁금해서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봤다. 배우들은 팔로워는 많아도 팔로잉이 많지 않은데 300명 넘게 하고 있더라. 팔로잉 리스트를 살펴보니 ‘영화 제작사’ ‘패션 브랜드’ ‘세상의 모든 여배우’ 세 가지로 압축이 되더라. 정확하다.(웃음) 좋으면 원래 다 팔로잉하는 거 아니었나.(웃음). 패션 브랜드는 최신 정보를 알고자 하기보다는 예뻐서 팔로잉한다. 요즘 패션계는 어떤 분위기인지 틈틈이 훑어보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요즘 내가 ‘좋아요’를 누르는 게시물은 고양이, 강아지밖에 없나 보다. 언젠가부터 ‘회원님이 좋아할 만한 동영상’에 고양이, 강아지만 계속해서 뜬다.

어제 국회에서 영화 <1급기밀> 시사회가 있었다. 영화가 완성되기 전 홍기선 감독님이 유명을 달리하시는 등 의미가 남다른 영화일 것 같다. <1급기밀>은 당신에게 어떤 작품인가. <1급기밀>은 감독님이 돌아가셔서 후반 작업이 늦어진 경우지만, 감독님은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닌, 사회문제를 돌아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하셨던 것 같다.실존 인물인 김영수 소령을 만나셨고 영화가 나오기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지금도 마음이 너무 아픈데, 그냥 다 잘됐으면 좋겠다. 감독님한테 잘해드리지도 못했다. 문자도 못지우고 아직 가지고 있다. 사회 고발 영화가 많이 나온다는 건. 그만큼 그 사회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영화가 더 이상 안 나오도록 세상이 제대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홍기선 감독님처럼 사회문제를 날카롭게 바라보고 할 얘기를 할 수 있는 움직임이 영화든 소설이든 TV든 전반적으로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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