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반드시 크게 들을 것-①

2023.02.20

by VOGUE

    반드시 크게 들을 것-①

    홍대 앞 음악신을 대표하는 음악인들이 자신에게 음악적 영감을 준 주옥 같은 LP 음반들을 소개한다. 1월 31일 홍대역 옛 청기와주유소 자리에 문을 여는 호텔 ‘L7 홍대’의 블루루프라운지에서 턴테이블로 해당 음반들을 직접 들어볼 수 있다.

    성기완이 사랑하는 LP 음반 리스트

    한국 언더그라운드 음악신을 대표하는 뮤지션이자 시인. 1990년대 중반, 음악 비평 동인 ‘얼트바이러스(alt.virus)’를 결성하여 한국대중음악의 다양성을 알렸다. 국내 록 페스티벌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음악축제 ‘소란’을 기획하기도 했다. 모던록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멤버로 17년간 활동하며 공연 외에도 라디오 진행, 단행본 작업 등을 통해 국내 음악신의 저변을 확장시켰다. 계원예술대 융합예술과 교수이기도 하다. 현재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소리를 음악으로 풀어낸 프로젝트 그룹 앗싸(Afro Asian Ssound Act-AASSA)로 우리를 새로운 음악의 세계로 안내한다.

    VARIOUS ARTISTS 1 해변가요제  

    당시 초등학교 6학년 생이었다. 이 음반의 불법복제 테이프를 손수레에서 우연히 구입한 후 나는 점차 록음악에 빠져들게 되었다. 내 인생은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내 뮤직 라이프의 출발점이다. 활주로의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블루 드래곤즈의 ‘내 단 하나의 소원’, 블랙 테트라의 ‘구름과 나’, 벗님들의 ‘그 바닷가’ 등 명곡들이 즐비. 이 곡들을 기타로 카피하며 기타를 배웠다.

    LED ZEPPELIN | Physical Graffiti

    레드 제플린의 여섯 번째 앨범. 더블 앨범이다. 음악, 녹음, 자켓 등 모든 면에서 아날로그 시대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명반. 십대 시절 처음 이 앨범을 들었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폭발적인 사운드가 어린 나의 귀를 내내 황홀하게 만들었다. 블루스에 기반한 록 음악의 예술성을 최고조로 고양시킨 앨범.

    JOHN COLTRANE | Giant Steps

    존 콜트레인이 리더로 발매한 6번째 앨범. 이른바 ‘모드 주법’의 진수를 들려준다. 프리의 입구에서 1960년대를 열어젖힌 이정표 같은 음반. 메인 리프들의 헤비함은 거의 록적이고, 쏟아지는 듯 분출하는 특유의 ‘소리다발(Sheets of sound)’는 재즈 즉흥연주의 최고봉이다. 개인적으로는 재즈를 듣고 나서 접한 가장 경이로운 앨범의 하나로 기억된다. 거의 외경하다시피 추종했던 음악의 신, 콜트레인…

    FELA KUTI&AFRICA70 |  Expensive Shit

    나이지리아 뮤지션 펠라 쿠티의 최전성기를 경험할 수 있는 앨범. 그가 집대성한 이른바 ‘아프로 비트’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앨범. 이 앨범에 수록된 ‘Water get no enemy’는 그의 가장 잘 알려진 노래의 하나다. 서아프리카 말리의 ‘알리 파르카 투레’와 더불어 내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현대 아프리카 뮤지션이다. 아프로 비트에 매료된 나머지 나는 현재 아프리카 뮤지션과 함께 ‘앗싸’라는 밴드를 꾸리고 있다.

    OLIVIER MESSIAEN | Livre D ´Orgue  

    프랑스의 위대한 현대음악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의 오르간 곡집이다. 난해하게만 느껴지던 그의 음악을 이 음반 덕분에 조금 알게 되었다. 멜로디와 리듬을 듣기 보다는 ‘음향’과 ‘음색’ 자체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새들의 노래(Chants d’oiseaux)’는 메시앙이 직접 숲에 가서 새들의 지저귐을 악보로 옮긴 음악이라 더욱 들을만 하다.

    BROTHER JOHNSON Light Up the Night

    흑인 형제 밴드 브라더스 존슨의 디스코 명반. 퀸시 존스가 프로듀스했고 마이클 잭슨도 피처링으로 참여한 화려한 라인업. 브라더스 존슨 최고 히트곡인 ‘스톰프(Stomp)’ 가 수록된 앨범이다. 어렸을 때는 디스코 앨범 무시했었는데 다시 들으니 실력들이 무시무시하다.

    3호선버터플라이 | Dreamtalk

    3호선버터플라이의 2012년 정규 4집의 바이닐 버전. 지금은 떠났지만 17년간 3호선버터플라이를 이끌면서 이 더블 앨범을 발매했을 때가 내게는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더블 LP는 우리 세대에게는 하나의 로망이었다. 내가 하는 밴드의 두 장짜리 바이닐을 발매했으니 여생에 한이 없다고 여겼었다. 유럽에서 프레스와 인쇄를 모두 해와서 퀄리티도 높다고 ‘자랑질’. CD 버전과 달리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의 라이브 버전이 수록되어 있다.

    한경록이 사랑하는 LP 음반 리스트

    홍대 앞의 돈키호테, 인디 뮤지션들의 영원한 캡틴! 한국 펑크 음악의 새로운 시대를 연 1세대 펑크록 밴드 ‘크라잉넛’의 베이시스트로 본명보다 ‘캡틴락’으로 더 유명하다. 크리스마스, 할로윈과 더불어 홍대 지역의 3대 명절이라 불리는 ‘경록절’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매년 2월이면 홍대 앞에서는 특별한 축제가 열린다. 록페스티벌을 방불케하는 한경록의 생일파티는 음악을 사랑하는 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다. 18세 악동의 열정으로 늘 뜨거운 무대를 선보이며 최근 첫 솔로 앨범 ‘캡틴락’을 발표하기도 했다.

    AC/DC | Highway to Hell

    가장 순수하고 신나는 로큰롤 밴드. 지옥으로 가는 로큰롤 급행열차에 브레이크는 없다.

    SEX PISTOLS | Never Mind the Bollocks, Here comes the Sex Pistols

    펑크의 시작, 반항의 아이콘, 썩어 빠진 세상 다같이 죽자는 느낌을 받았다. 센세이션한 패션 또한 많은 영감을 주었다.

    GREENDAY | Dookie

    1994년 우드스탁에서 파란머리를 한 채 기타를 길게 매고 스트로크 치는 모습은 또 하나의 충격이었다. 펑크의 반항, 간결함, 에너지, 팝적인 멜로디, 화음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앨범이다.

    THE BEATLES | The Beatles

    존 레논, 폴 메카트니, 조지 해리슨의 아름다운 곡들로 꽉 찬 앨범. 다양한 장르와 멤버들의 개성들이 하나로 녹아드는 농익은 비틀즈 음악의 정수.

    산울림 산울림 13

    기상천외한 발상과 형식의 자유로움. 따듯한 위로와 시가 있는 앨범.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무지개’ 추천.

    NIRVANA | Nevermind

    학창시절 헤비메탈 키드였다가 이 앨범을 듣고, 얼터너티브, 펑크 음악에 빠지기 시작했다. 앨범 모든 트랙이 좋고, 단순하고 폭발적이고 아름답다.

    김수철 | 못다핀 한송이

    한국적인 색채가 묻어있는 감수성 짙은 앨범.  구슬픈 멜로디와 가사를 통해 슬픔이 해장되는듯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미혜(컨트리뷰팅 에디터)
      포토그래퍼
      박상혁(성기완), 김윤식(한경록), COURTESY PHOTOS
      에디터
      조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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