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게, 오르에르 아카이브

2023.02.20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게, 오르에르 아카이브

물건에 대하여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하여 이토록 많은 사유를 갖게 되었다. 오르에르 아카이브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부터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게, 오르에르 아카이브 김재원 대표와의 대화 그리고 그녀가 보그를 위해 고른 물건들과 내밀한 코멘트를 소개한다.

누군가를 마주할 때, 늘 ‘저 너머(beyond)’가 궁금해지는 사람이 있다. 취향, 그녀가 지닌 삶의 이야기, 지니고 있을 물건들과 아이디어 그리고 이 다음의 행보까지도 말이다. 가늠이 되지 않는다는 건 사뭇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마침내 오르에르 김재원 대표를 만나게 되기까지, 지난 몇 년간 그녀가 꾸린 카페와 가게들을 드나들며 이따금 실체모를 ‘그녀’를 상상해보았음을 고백한다. 성수동 자그마치의 매력적인 개방감, 오르에르라는 견실한 공간의 우아하고 자연스런 브랜딩, 그리고 일상의 틈새를 채워주는 WxDxH의 예리한 배열까지. 그녀가 만든 곳들은 한 번도 예상된 그림에서 드러난 적이 없었다.

어릴때에는 스티커, 판박이, 메모지, 만화책을 모으다가, 무언가 본격적으로 수집이란 걸 시작했을때 처음 구입한 얼굴모형이다. 18년전, 런던 빈티지가게에서 데려다가 지금껏 함께하는 나의 첫 콜렉션, 나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사진

그리고 이번에는 오르에르 건물 3층에 ‘오르에르 아카이브(orer archive)’라는 문패를 내걸었다. 그녀가 은밀한 사무실로 사용했던 그 공간은, 어쩌면 이 오래된 건물의 오리진이 가장 그윽하게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어둑한 조도,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어떤 향에 몸과 마음이 차분해지는 사이 눈앞에 펼쳐지는 어떤 것들은 진기하면서도 매혹적이다. 어떤 물건들 그리고 물건 이상의 어떤 것들과 그 자체로 자연의 물성인 것들로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공간. 이 모든 건 그녀가 오래도록 수집하고, 그녀의 눈과 마음이 발견해낸 것들이다.

Blown-Glass 작업을 하는 Tsujino(辻野剛) 씨의 작업, 동양적이면서도 서양적인 느낌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데다가 물에 진한초록 잉크를 떨어뜨린듯한 색감이 오묘해서 보고만 있어도 좋다.

Blown-Glass 작업을 하는 Tsujino(辻野剛) 씨의 작업, 옆으로 기대고 있는 것 같은 형상의 화병은 꽃을 꼭 꽂지않아도 공간의 재미를 준다.

그 자체로 한송이 꽃 같은 느낌의 Tsujino(辻野剛) 씨의 화병.

Blown-Glass 작업을 하는 Tsujino(辻野剛) 씨의 작업, 유리컵이지만 물을 마시기보단 창가에두고 일렁거리는 빛을 보는게 재미있다.

조선시대 향합, 프랑스의 오팔린 유리 앤틱들, 생명을 다해 바스라질듯한 이파리와 고려시대의 토기, 평생을 쓰고도 남을 법한 다홍색 인주, 영국에서 만들어진 밸런스 토이, 몇 대째 가업으로 제작되는 일본의 대나무 바구니가 앤틱 비트린 안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비일상적이고 명확한 용도가 없는 물건을 워낙 좋아해서 그런 물건들을 소개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었어요.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라기보다는 고객들이 이곳에 들어왔을 때 어떤 느낌이나 태도를 경험적인 측면에서 감각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나는 향이 뭐예요?’ 라고 물어보시면 자연스럽게 그 향에 대한 스토리를 전해드리는 방식으로요.”

영국의 앤틱들은 덤덤한 느낌이라 좋아한다. 이것은 19세기 영국의 앤틱 캔들스틱. 나무로 만들어진 것도, 흑단이라 까만색인 것도, 100년이 넘었다는 것도 특별하다.

웬지 특이한 예술가가 사는 저택에 놓여있었을 것만 같은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19세기에 만들어진 영국촛대.

일본의 옛날 물통이라고 들었다. 아주 평범한듯하지만 가지고있는 색감이나 표면의 느낌덕분에 어떤공간에서도 역할을 한다. 기분에 따라 하나만 두기도하고, 여러개를 나란히 두기도 한다.

메이지시대에 만들어진 그릇. 서양의 그릇형태에 일본풍 문양의 조화가 그시대 개화의 느낌을 물씬풍긴다. 귀여운 식물을 잔뜩 심으면 좋겠다 싶어 구입했다.

1900년대 만들어진 과일 ‘두리안’ 의 형상을 한 나무 오브제. 열대과일인 두리안을 영국의 누군가가 처음 접하고 충격을 받아 만든게 아닐까 하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어린 시절 모았던 메모지와 분필, 영국 유학의 시작 무렵부터 쌓아둔 모든 가게들의 비닐봉지와 영어로 쓰여진 전단지처럼 사소한 애정과 맹목적인 수집에의 욕구. 오르에르 아카이브의 물건들은 ‘기능’이 모호한 그것들의 영역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그렇기에 그녀는 ‘오르에르 아카이브’가 일종의 불편한 가게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물건을 사려는 사람도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도 많은 이야기가 이어져야하기 때문이다. “마치 집에서 기르는 식물이나 강아지처럼, 나의 삶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관점으로 물건을 바라볼 수도 있다고 봐요. 사용하는 물건이 아니더라도, 특별한 기능이 없더라도 형태나 컬러만으로도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물건이라면 그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손님이 ‘이 물건 어디에 써요?’라고 물어보시면 ‘특별한 용도가 있는 건 아니지만… 예쁘잖아요.’라고 대답할 때도 있어요.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면 그것도 이 시대에는 물건의 어떤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저녁 무렵의 아름다운 오르에르 아카이브 풍경

한때 빈티지 / 앤틱 타일, 그림이 그려진 타일을 모으고 싶어 찾아다녔을때 구했다. 길쭉한 타일형태라 최근 구멍을 내어 향꽂이로 사용하고 있다.

연대를 알수 없지만, 손잡이 부분의 돌기문양이 재미있다. 함께있는 메탈피규어는 세계2차대전의 프랑스군인.

쏟아지는 디자인물건에 눈이 지친다는 느낌이 들었을때, 나뭇가지, 식물, 미네랄 같은 가공되지 않은 자연물을 보면 정화되는 기분을 갖는다. 모두가 다르게 생겨 모으는 재미가 끝이 없다.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하여 아크릴큐브에 봉입한 오브제이다. 일본 장인의 손으로 하나하나 정중하게 만들어진다.

1898년에 창업하여 100년이 넘게 대나무제품을 만들고 있는 브랜드의 대나무 화병이다. 비율이나 선이 아름다워서 굳이 꽃을 꽂지 않아도 오브제로서의 존재감이 있다.

조선시대 말, 함경도 해주지방에서 주로 만들어져 해주항아리라고 불린다. 소박하고 투박하며 세월의 깊이가 느껴진다. 조선시대의 물건이라는 것 만으로도 좋은 자리에 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고운 유니폼을 입고 손님의 물음을 기다리는 직원에게 무슨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어떤 이야기라도 좋다. 이곳에서라면 종이 한 장을 갖고도, 황동 덩어리를 얹어 놓고도 길고 길게 아름다움을 논할 수 있다. 혹은 가늠할 수 없는 장인의 삶과 살아보지 못한 아득한 시대를 잠시 그려볼 수 있는지도 모른다. 마음에 드는 오래된 물건이 두 세 개쯤 있었지만, 구매하지는 않았다. 단 하나 무언가의 결이 내 곁을 계속 맴돌 즈음, 다시 찾아가서 가져올 생각이다. 물건을 사색하는 일은 매혹적인 만큼 쉬운 일은 아니므로.

Myosu 라는 이름의 작가 작품이다. 도쿄에서 처음보고 반해 오사카 근방에 작업실까지 찾아가 구경을 했다. 형태나 질감, 작은 작업임에도 가지고있는 힘이 너무나 매력적이다.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목쟁반. 원래는 원형이었겠으나 최소 150년의 세월로 인해 현재는 타원형의 모습이다. 그 세월이 보이고 무엇을 올려도 그림같다고 생각한다.

Blown-Glass 작업을 하는 Tsujino(辻野剛) 씨의 작업. 입으로 불어만든 유리 특유의 자연스러운 형태와 물을 연상시키는 컬러감이 좋다. 동그란 물컵엔 물을 담아 잎파리를 띄워 마시지않고 보기만 한다. 하나의 물덩어리같다

고려시대 만들어진 청자. 땅속에 오랜시간 묻어져 있어 본래의 유약이 떨어져나가 현재의 모습이 된 것이라 들었다. 긴 세월 묻혀있었단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해가 잘드는 곳에 두고싶다.

1875년부터 현재까지 130단계의 미세 수작업을 거쳐 만들어지는 차통이다. 뚜껑부분에 손잡이가 달린 이것은 커피원두를 담을 수 있게 만들어졌다. 금속이라 사용할 때마다 손으로 쓰다듬는 것으로 표면의 색과 광택이 깊어지는데, 자신만의 도구가 만들어지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orer archive

주소 :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18 3F

보그라이프

    에디터
    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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