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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구매를 부르는 백화점의 비밀 9

2018.03.08

by 홍국화

    충동구매를 부르는 백화점의 비밀 9

    들어서는 순간 시간을 잊은 채 나도 모르게 지갑을 열게 되는 그곳, 백화점입니다. 무심코 쇼핑하느라 깨닫지 못했던 백화점 곳곳에 숨은 비밀, 한번 찾아볼까요?


    스마트폰을 켜고 클릭 몇 번이면 쇼핑할 수 있지만, 눈앞에서 휘황찬란하게 반짝이는 화려한 쇼윈도의 매력은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식품 코너가 즐비한 지하, 화려한 보석과 시계, 명품과 화장품 브랜드가 들어찬 1층, 여성 의류와 스포츠웨어, 남성 의류 그리고 아동용품과 전자 기기가 순서대로 들어선 백화점. 어떤 곳을 가든 비슷한 걸 보면 분명 백화점엔 쇼핑을 위한 공식이 숨어 있지 않을까요?

    백화점 입구와 1층에선 왜 좋은 향기가 날까?

    백화점 1층 입구 주변엔 꽃집이 많습니다. 코끝을 맴도는 향기 때문에 절로 발걸음을 멈추는 원리 때문!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은 각 층마다 에스컬레이터에 샤넬 No.5 향수를 분사하고 있죠! 에스컬레이터 주변 매장에 향이 맴돌 때면 매출이 30~40%나 증가할 정도로 향기는 굉장한 위력을 지닌답니다. 1960년대 에스티 로더는 라파예트 백화점에 매장을 내고 싶었지만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아 입점을 거절당하죠. 그러자 백화점 바닥에 에스티 로더 향수를 고의로 뿌립니다. 향기를 맡은 손님들이 향수에 대한 문의를 쏟아붓자 결국 입점하게 됐죠.

    명품과 화장품 매장이 밀집된 1층, 화장실은 왜 없을까?

    자, 입구의 향기에 이끌려 들어선 백화점 1층.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죠. 화려한 명품 의류와 가방, 시계 매장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중앙 홀엔 화장품 매장이 가득하죠? 백화점 총매출의 무려 30%가 이곳에서 나옵니다. 여자들이 들렀다가 그냥 지나치기 힘든 충동구매가 가능한 가격대의 제품과 좋아하는 브랜드가 밀집된 곳이 바로 1층입니다. 그런데 가장 사람이 많은 이곳엔 화장실이 없어요. 이용하려면 2층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화장실’만 들렀다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죠. 2층으로 유도해 백화점에 더 머물게 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지갑을 여는 조명과 인테리어 컬러가 따로 있다?

    사람의 심리엔 향기뿐 아니라 ‘색’도 영향을 주죠. 백화점 안이 눈부시게 하얀 이유는 흰색과 파란색, 녹색처럼 차가운 계열 색상이 소비 심리를 부추기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백화점 안은 쨍한 형광등이지만 유독 피팅 룸은 따뜻한 노란색 조명이라는 건 눈치채셨나요? 사람이 더 예쁘고 부드럽게 보이는 노란빛은 구매 욕구를 자극한답니다.

    1층과 5층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다르다?

    1층에 들어서면 밝고 활기찬 노래가 바글바글한 사람들 사이로 흘러나옵니다. 그런데 2~3층 여성 의류 섹션에 들어서면 유동 인구가 확 줄어들죠! 음악도 달라집니다. 고급품이 판매되는 층일수록 템포가 느린 음악을 틀었을 때 매출이 증가한다고 하네요. 스포츠용품을 파는 층에서는 댄스곡이 흘러나오죠. 하지만 백화점에서 여간해선 틀지 않는 장르의 음악이 있습니다. 바이올린 독주곡과 랩 파트가 긴 댄스곡은 쇼핑 집중도를 떨어뜨린답니다!

    눈만 돌리면 거울인데 왜 시계와 창문은 없지?

    에스컬레이터와 매장과 매장 사이, 백화점은 눈만 돌리면 유리와 거울이 나를 비춥니다. 거울 앞을 지나면 무의식중에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느라 발걸음이 느려지기 때문이죠. 게다가 거울은 실내를 넓어 보이게 합니다. 공간이 넓을수록 충동구매율이 높아지죠! 그런데 백화점에선 아무리 고개를 돌려도 벽시계를 볼 수가 없습니다. 물론 시계 매장을 제외하고요. 창문도 없어 해가 지는지, 비가 오는지도 알 수 없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쇼핑에 집중하게 하려는 전략입니다.

    쇼핑의 적, 남자들이 기다리는 전용 공간이 있다?

    백화점에 들어선 지 30분도 안 되어 하품을 하며 앉을 자리를 찾는 남자들. 느긋하게 둘러보고 쇼핑을 즐기는 여자들에게 함께 나선 남편과 남자 친구는 쇼핑의 ‘적’이기도 합니다. 여자가 혼자 매장에 들어설 경우 평균 쇼핑 시간은 5분. 여자 친구와 함께 들어서면 8분 15초로 늘어나지만, 남편이나 남자 친구와 함께 들어서면 4분 40초로 줄어든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2~3층 여성 의류 매장엔 유독 의자가 많죠. 남자들은 구매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에 필요한 것만 구입해 곧바로 밖으로 나가려는 반면, 여자들은 각 층 매장을 다 돌아다니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남성 관련 브랜드를 고층에 배치하고 있기도 합니다. 몇몇 백화점에는 남자들이 따로 쉴 수 있는 남성 전용 휴게 공간이 있습니다. 푹신한 소파와 TV, 만화책 , DVD로 가득하죠!

    눈높이 30cm 위아래를 조심하라?

    백화점 매출의 60%는 고객 눈높이 30cm 위아래에 진열된 제품이 차지했습니다. 따라서 백화점은 이 위치에 주력 상품을 진열합니다. 당연히 가격도 비싸겠죠? 조금 더 저렴한 제품을 사려면 허리를 숙여 진열대 아래를 둘러보시길.

    엘리베이터는 대체 어디에 있죠?

    아무리 백화점에 자주 가도 엘리베이터는 왜 이렇게 찾기 힘든 걸까요? 표지판을 봐도 찾기 힘든 구석을 어렵게 찾아간 후 엘리베이터를 타면 그렇게 좁을 수가 없습니다. ‘삐’ 만석 표시등은 기본이죠. 심지어 빠르지도 않고, 한참 걸립니다. 결국 아주 느린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하죠. 고객이 최대한 빨리 빠져나갈 수 없도록, 엘리베이터를 찾는 동안 최대한 많은 쇼핑 스폿을 지나치게 설계한 것. 에스컬레이터 앞마다 세일 매대를 진열한 것도 같은 원리!

    쇼핑백과 카트는 왜 이렇게 큰 걸까?

    쇼핑 카트가 쓸데없이 크다는 생각 안 해봤나요? 백화점뿐 아니라 마트에서도 카트에 하나둘 담다 보니 어느새 수십만 원어치 장을 보는 일이 부지기수. 스웨덴의 컨설팅 그룹 ‘마틴 린드스톰’은 쇼핑 카트 크기가 2배 커진 후, 매출이 19% 증가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일단 채워 넣는 심리를 무시할 수 없는 거죠. 계산대에도 쇼핑의 비밀이 숨어 있어요. 겉보기엔 평평한 바닥이지만, 계산대 근처는 오르막입니다. 무거운 카트에 밀려 걸음걸이가 느려지는데, 이때 계산대 주위의 물건도 집어 들게 됩니다. 반대로 계산이 끝나면 내리막 경사입니다. 다음 손님을 위해 재빨리 자리를 비키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

      에디터
      홍국화
      포토그래퍼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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