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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에 이은 펜스룰 운동 등장?!

2018.03.16

by 황혜영

    미투 운동에 이은 펜스룰 운동 등장?!


    성폭력 범죄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

    얼마 전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추행 사례를 고발한 뒤 한국에서도 미투 운동이 활발합니다.

    검찰 내 게시판에 오른 그녀의 글은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동료 검사의 부친 장례식에서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이 외에도 몇몇 남자 검사들로부터 “네 덕분에 노래방 도우미 비용 아꼈다”, “나랑 자자” 등 상식 이하의 성희롱 발언을 들어왔다고 밝혔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현재 수십 명의 문화, 스포츠, 정치계 인물들이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되었으며, 매일매일 새로운 고발 뉴스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

    그런데 미투 운동에 대한 반작용으로 ‘펜스룰’ 운동이 번지고 있다고 합니다. 

    ‘펜스(울타리)’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은 미국의 부통령 ‘마이클 펜스’의 인터뷰 발언에서 유래한 것이죠.

    2002년 마이클 펜스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행동 원칙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1) 아내가 아닌 여성과는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
    2) 아내가 없이는 술을 동반하는 어떤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성 추문 스캔들이 잦은 정치계에서 그 어떤 상황에도 연루되지 않겠다는 본인의 철칙이었죠. 그런데 최근 미투 운동이 활발해지자 일부 남성들 사이에서는 그의 행동 방식을 따라 해야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오해를 받느니, 그런 상황을 애초에 차단하겠다는 것. 10년도 훨씬 전에 한 발언이지만 최근 이렇듯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과연 옳은 방법일까요? 국내에서는 출장은 동성끼리만, 여직원과의 대화는 메신저로, 회식은 오로지 남자끼리 등 다소 극단적인 실천 방안이 거론되며 역차별의 소지를 만들고 있죠.

    시사평론가 엘리자베스 스파이어는 “펜스 부통령이 여성과의 식사를 피하면, 어떤 여성도 수석 보좌관이나 선거 사무장에 오르기 힘들다”며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최근 페이스북의 COO 셰릴 샌드버그 또한 “펜스룰 운동은 여성 차별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며, “남성 임원이 수적으로 훨씬 많은 상황에서, 남성이 여성 동료와 단둘이 대면하지 않는 것이 직장 내 성폭력 발생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 여성들이 더 차별받게 되는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표창원 의원 또한 본인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죠.

    “당황한 일부 관리직 혹은 남성 직원들이 예방책이랍시고 채용이나 업무 등에 여성을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불법적 행위를 한다고 합니다. 이는 그들이 여성 가까이에 있으면 성폭력을 해왔고, 할 수 있는 잠재적 성범죄자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 서로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며 공존합시다.”


    성폭력 피해자를 지지하고 보호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자는 의도의 캠페인. 그런데 마치 이 운동이 ‘무고한 남성들까지 잠재적 가해자로 몰고 갈 것’이라는 근거 없는 오해는 어디서 온 것일까요?

    일부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사실 규명되기도 전에, 인터넷에 고발성 글이 올라오는 것만으로 가해자는 사회적으로 매장당한다”, “허위 폭로의 경우 피해를 입는 남성들의 입장은 이번 미투 캠페인에서 너무나 배제되어 있다”는 의견입니다.


    미투 운동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조롱한 사례까지 있습니다.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소속 교수가 강단에서 “안희정이 결혼해준다고 했으면 비서가 고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해당 학과 학생회는 공식적으로 비판 성명을 발표했죠.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운동인 만큼 파생되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하지만 이제 겨우 용기를 내어 피해 사실을 털어놓으려는 이들을 폄하하며 위축되게 하는 것만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관계에서 오는 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미투 운동의 본질을 흐리지 않는 것 아닐까요?

    “싫다고 했을 땐, 싫은 거야!”

      에디터
      황혜영
      포토그래퍼
      GettyImagesKorea,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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