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묘등록번호
고양이 등록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마이크로칩으로 애묘인들의 애타는 고양이 찾아 3만 리 역사는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가장 많이 리트윗하는 글은 고양이를 잃어버렸다는 글, 입양처를 찾는 글, 발견한 고양이의 주인을 찾는 글이다. 그 둥글둥글하고 겁먹은 듯한 얼굴을 보면 자동적으로 리트윗 버튼에 손이 간다. 이 작은 가족들이 말을 할 줄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게 불가능하니 그저 짐작하거나 입소문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잃어버린 사람은 얼마나 애가 탈까. 눈 동그랗게 뜬 저 고양이는 얼마나 불안할까.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 미약하여, 결국 많은 수의 동물들이 제집이 아닌 곳으로 간다. 최악의 경우인 안락사까지는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제 살던 집을 찾아가는 것만 못한 대안일 것이다.
리트윗을 하면서도 기대는 낮다. SNS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글쎄, SNS의 힘으로 주인을 찾아준 적도 한 번 있기는 하다. 아현역 즈음에서 꼬질꼬질한 장모종 고양이를 발견하고 고민 끝에 안고 오기는 했는데, 주인을 찾아줄 생각을 하니 요원했다. 동물병원에 가서 확인하니 내장 칩은 없었다. 의사 선생님 이야기로는 꽤 오랫동안 길 생활을 한 듯하단다. 털 상태도 좋지 않고, 상처가 많았다. 입양 보낼 준비를 하던 중에 전화가 왔다. 산책 나간 고양이가 며칠 동안 들어오지 않아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내 SNS를 보고 알려줬단다. 고집불통 용감무쌍한 고양이 ‘만원이’는 그렇게 제 주인을 찾아갔다.
고양이를 잃어보기도 하고 주워보기도 하고 찾아줘보기도 한 사람으로서, 고양이 등록제는 두 손 들고 환영하고 싶다. 2014년부터 개를 대상으로 시행한 동물등록제는 고양이로 범위를 넓혔다. 엄격한 의무제는 아니지만 등록하지 않으면 4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터라 유기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리트윗보다 더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제도가 마련된 셈이다.
아직 전면적으로 시행되려면 기다려야 한다. 일단 서울 중구, 인천 동구, 경기 용인시 등 17개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으로 시작했고, 그 사업에 대한 평가에 따라 확대가 결정될 것이다. 개와 다른 점은 등록 방법이 하나라는 것. 개는 내장형 무선식별장치, 외장형 무선식별장치, 등록 인식표 부착 중에서 선택할 수 있지만, 고양이는 내장 마이크로칩만 가능하다. 고양이의 행동 특성 때문이다. 개보다 외장형 식별장치를 잃어버리거나 훼손할 위험이 높다고.
고양이는 개와는 습성이 다르다. 집 안에서는 그렇게 사람에게 살갑게 안기고 기대면서도 집 밖으로 나가면 주인을 버리고 자기가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곳으로 잽싸게 도망가버린다. 그곳이 어디냐고? 확실한 것은 주인은 모르는 곳이라는 것이다. 주인이 아무리 울며 소리쳐 부르고 다녀도 꼼짝하지 않고 숨어 있는 녀석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온갖 경험담에서 나온 팁을 시도해보며 요행을 바라거나, ‘고양이 탐정’을 부르거나. 그러다 찾으면 다행이지만 점점 더 멀리 사라지기 십상이다.
생각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아직 일부 사람에게는 고양이가 ‘집을 나가는 동물’인 것이 당연하다. 개는 묶어 키우더라도, 고양이는 목걸이도 없이 집 안팎을 돌아다니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여긴다. 그러다 어느 날 안 들어오면 “은혜를 모르는 동물”이라며 잊는다. 수동적 방식의 유기인 셈이다. 고양이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 이유의 대부분이 교통사고와 같은 피치 못할 이유라는 것을 알게 된 게 오래지 않았다. 길을 잃고 말 그대로 ‘도둑고양이’가 되는 확률도 적지 않다. 동물등록제는 어쩌면 개보다 고양이에게 필요한 제도일지도 모른다. 일상에서 잃어버리고 유기하는 것도 문제지만, 지진 같은 천재지변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사고로 잃을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동물등록제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어떤 대책과 방안이 필요한지 파악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하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서 집계한 기록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유기 동물은 10만715마리다. 그중 개가 7만3,002마리이고 고양이가 2만6,553마리다. 개에 비해서 적은 숫자라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은 꾸준히 그리고 눈부시게 증가하고 있다. “나만 고양이 없어”가 유행어가 될 정도로 말이다.
그렇지만 환영하기 전에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게 많다. 내장 마이크로칩의 문제점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동물의 피하에 삽입하는 이 쌀알만 한 크기의 칩이 동물의 몸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가에 대한 연구 결과는 나와 있지만, 신빙성에 대한 논란은 분분하다. 악성종양이나 기타 건강상 문제를 일으키는 부작용은 없을까? 칩은 과연 제대로 작동할까? 훔쳐가거나 고의로 유기할 경우에 대응할 수 있을까? 동물의 경우 내게는 둘도 없는 가족이라도 밖에서 보면 한갓 몇 푼에 사고팔 수 있는 재산에 지나지 않는다는 괴리 때문에 더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다. 다치거나 죽더라도 그저 ‘재물손괴’로밖에 처리되지 않는 현실에서 우리는 살고 있으니까.
더구나 집고양이종의 경우는 밖에서 사는 길고양이와 겉으로는 구별하기 어렵다. 내장 마이크로칩은 GPS 기능이 없어 리더기가 있는 동물병원에서 스캔해봐야 정보를 알 수 있는데, 길고양이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고양이를 데려다 스캔해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한눈에 알 수 있는 목걸이가 더 효과적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도 유기묘에 대한 이렇다 할 대책이 없는 이 상황에서는, 기대할 수밖에 없다. 등록뿐 아니라 그 너머까지 요구하고 지켜봐야 한다. 내장 칩의 안전성 관리, 지속적인 모니터링, 철저한 책임 제도와 분명한 사후 관리가 함께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신뢰하지 못하겠다면 그만큼 감시하면 된다. 나만 고양이가 있는 사람처럼 사명감을 가지고, 온통 고양이뿐인 동네에 사는 것처럼 모두 함께.
- 에디터
- 조소현
- 사진
- Gettyimagekorea
- 글쓴이
- 박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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