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입고 싶은 옷을 디자인하는 젊은 디자이너 3인
떠오르는 남성복 디자이너 혹은 여성복 디자이너라는 수식어는 퇴색됐다. 지금 당장 입고 싶은 옷을 디자인하느냐 마느냐가 관건이다. 이에 관해 젊은 디자이너 3인과 〈보그〉가 대화를 나눴다.
Vogue Korea 2018 S/S 컬렉션은 토론토의 언더그라운드 신, 그중 트레버 휴스(Trevor Hughes)의 사진에 영감을 받았다. 특정 테마가 컬렉션에 녹아드는 과정에 대해 듣고 싶다.
Martine Rose 트레버의 사진을 중심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었고, 그 속에서 많은 캐릭터를 만들어냈으며, 이를 디자인으로 풀었다. 특히 그의 사진 속에서 자전거 배달부 이미지를 많이 차용했다. 이번 컬렉션처럼 특정 주제가 도드라질 경우엔 옷을 봤을 때 그 뒤에 숨은 영감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VK 어떤 여자들이 마틴 로즈의 옷을 입길 원하나?
MR 마틴 로즈를 입었을 때 자신이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인물. 사실 ‘마틴 로즈’ 여성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이 없다. 컬렉션을 보고 공감할 수 있으면 된다.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다.
VK 패션에서 젠더란 뭐라고 생각하나? 당신의 남성복 컬렉션에서 ‘새로운 남성성’을 찾아볼 수 있나?
MR 젠더에 대해 그리고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매우 시사적이다. 다른 무엇보다 나는 옷을 옷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나는 남성복이 지닌 경계, 남성복이 여성복에 어떻게 스며드는가를 즐긴다. 남성복과 여성복 사이의 ‘크로스 오버’ 구역이 마틴 로즈가 가장 편안하게 자리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이 긴장되는 구역에선 서로 간의 경계를 최대한 밀어붙일 수 있다.
VK 가수 오혁과도 개인적 친분이 있고 프로젝트에 대해 의논했다고 들었다. 사실 그는 한국에 당신의 옷을 유행시킨 인물이다.
MR 몇 년 전 그와 그의 스타일리스트를 런던에서 만났다. 사실 내 조카가 한국어를 독학할 만큼 한국과 오혁의 열성적 팬이다. 이를 알고 그가 유럽 투어 콘서트 티켓을 보내주기도 했다! 마틴 로즈의 서포터 중 한 사람이 오혁이라 고맙다. 첫 만남 이후 그와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중이며, 머지않아 재미있는 소식을 들려줄 수 있을 것이다.
VK 만약 과거의 한 지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가?
MR 음,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 최고의 순간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VK 사람들이 마틴 로즈에 대해 오해하는 것이 있다면?
MR 사람들은 내가 90년대에 집착한다고 생각한다!
VK 지금의 패션 신에 필요한 것은?
MR 파워풀한 비전.
Vogue Korea 당신의 패션 세계를 몇 가지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Charles Jeffrey 퀴어의 현실도피, 예술, 역사주의를 찬양하는 포괄적인 젠더 플루이드(유동적 젠더) 브랜드다. 컬렉션을 통해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영감을 주고자 한다. 또 러버보이의 옷은 나의 정신 상태를 시각적 은유로 표현한 것이다.
VK 지난 1월 2018 F/W 컬렉션에서도 젠더 요소가 곳곳에 스며 있었다. 예를 들면 컬렉션의 배경으로 이성애자 남자의 세계에서 게이로 자라는 고통을 극복하는 내용을 담은 책 를 언급했다. 컬렉션에서 드래그 퀸 퍼포먼스도 있었다.
CJ 컬렉션을 통해 젠더라는 건 스펙트럼처럼 다양하고, 개인의 젠더를 설명하는 데는 수많은 방법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사람들이 자신감과 확신을 갖고 자신을 표현하라고 부추기면서 말이다. 위에 언급한 책은 진정한 자기 확인을 느끼기 위해 자신의 부정적 생각이 어디서 오는지 자각하고, 이를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것에 대한 책이다. 이번 쇼를 통해 정말 탐구하고 싶었던 주제이기도 하다.
VK 당신의 개인적 경험은 어땠나?
CJ 이성애자가 소위 정상이라고 여겨지는 세계에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결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나에게 과잉 보상 하려고 했다. 판타지와 럭셔리로 가득 찬 패션에 이끌린 것도 나를 둘러싼 괴롭힘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기 때문이다.
VK 늘 런웨이에 남녀 모델을 써왔다. 이유가 있나?
CJ 옷이란 건 성의 구별이 없다. 신체를 감싸기 위해 만들어진 것일 뿐이다. 그리고 남자든 여자든, 논 바이너리(그 어떤 성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 트랜스젠더든 쇼에 설 수 있고 나는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VK 현재 패션이 과거와 다른 점은?
CJ 요즘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있다. 패션은 점점 포괄적이고 다양한 신체를 받아들이고 있다. 옷 뒤에 있는 사람들의 삶 그리고 그들이 전달하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VK 찰스 제프리 러버보이를 이루는 필수 요소는 뭔가?
CJ 메이크업, 테일러링, 니트웨어, 스코틀랜드 전통 그리고 사랑!
VK 지금의 패션 신에 필요한 건?
CJ 유머 감각.
Vogue Korea 알렉스 멀린스는 어떤 브랜드인가?
Alex Mullins 나의 옷은 창의적 열망으로 가득한, 그러면서도 미래에 대해 낙관적 태도를 지닌 남자와 여자를 정의한다.
VK 당신의 최근 컬렉션을 젠더라는 관점에서 해석한다면?
AM 남성복 패션 위크 때 선보였지만, 성에 상관없이 입을 수 있다. 누가 내 옷을 입느냐는 내가 결정할 문제는 아닌 듯하다. 그저 나의 고객이 알렉스 멀린스의 옷을 입은 모습을 보는 걸 가장 좋아한다. 옷을 단순히 성별 혹은 다른 기준으로 구분하는 건 편협한 시각이다. 미래의 패션은 ‘선택’에 관한 것이 될 것이다. 어떤 옷을 입을지에 대한 선택. 이것이 패션을 바라보는 진보적 사고방식이다.
VK 젠더리스 패션이라는 말은 사실 과거에도 존재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젠더리스 패션은 과거와 어떻게 다를까?
AM 지금 와서 ‘젠더리스’라는 말을 쓴다는 건 좋지 못한 취향을 가진 것과같다. 고대로부터 그리고 현대의 패션에서 남녀는 늘 서로의 옷에서 디자인을 차용해왔다.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하지만 이분법이 아닌 논 바이너리 패션 운동은 훌륭하다. 오랜 시간 어둠 속에 있던 이슈를 꺼내고 강조했으니까. 이러한 진전은 편견 없는 미래를 위해 끝내준다고 생각한다.
VK 요즘 빠져 있는 게 있나?
AM 미래에 대해 긍정적 비전을 느끼게 해주는 옷을 만드는 데 빠져 있다.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가미된 옷.
VK 젊은 디자이너가 늘 마음속에 지녀야 할 문장은?
AM ‘절대 타협하지 마라!’ 또한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삶뿐 아니라 개인적 삶을 기억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 둘은 같기 때문이다. 자기 브랜드를 가진다는 건 극도로 바쁜 삶을 산다는 뜻이다. 하지만 개인적 삶, 가족, 친구들 또한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니 두 번째는 ‘두 가지 삶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는 것’.
VK 지금의 패션 신에 필요한 건?
AM 창의성, 삶, 정신, 발전!
- 에디터
- 남현지
- 포토그래퍼
-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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