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대멸종기가 다가온다?
전 세계에 마지막으로 남은 수컷 북부흰코뿔소 ‘수단’이 얼마 전 사망했습니다.
케냐에 있는 올 페제타 동물 보호구역에서 지내던 수단은 마흔다섯 살이라는 고령과 온갖 합병증으로 고통받고 있었죠. 특히 마지막 24시간 동안은 네 발로 서지도 못한 채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그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던 수의사들이 안락사를 결정한 것.
사실 ‘수단’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밀렵꾼들로부터 그를 안전하게 지키려는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고 하네요. 죽기 전에도 그를 관리하던 수의사, 사육사와 작별 인사를 나눴고, 지금은 전 세계가 수단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습니다.
이제 지구에 남은 북부흰코뿔소는 수단의 딸 나진과 파투 두 마리. 수컷은 모두 사망한 상태로, 종족을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수단의 몸에서 채취한 정액을 통한 체외 인공수정입니다. 하지만 이미 여러 번 실패한 인공수정. 그마저도 성공을 보장할 순 없습니다. 사실상 멸종의 길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죠.
그를 마지막까지 보호하던 올 페제타의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수단의 죽음에 굉장히 슬퍼하고 있습니다. 그는 그의 종족을 대신하는 위대한 대사였을 뿐 아니라, 인간의 이기심으로 멸종 위기에 직면한 수많은 종에 대한 인식을 높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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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북부흰코뿔소가 멸종 위기에 처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짐작하셨겠지만 인간의 난개발과 밀렵이 매우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그런데 더 어이없는 것은 밀렵을 시작하게 된 배경…
언젠가부터 코뿔소의 뿔이 각종 치료에 효과가 좋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암은 물론 정력에까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코뿔소를 무자비하게 잡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암시장에서도 아주 고가로 거래되기 시작했죠.
그 결과 지난 몇십 년간 약 50만 마리의 코뿔소가 밀렵꾼들에 의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심지어 프랑스 파리에서는 동물원에 살고 있는 코뿔소를 총으로 쏜 뒤 뿔을 잘라 달아나는 사건까지 있었죠. 동물원의 사정이 이러하니, 야생에서 서식하는 코뿔소들은 얼마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을까요. 현재 남은 개체는 모두 약 2만 마리… 밀렵으로 1년에 수천 마리의 야생 코끼리가 희생되는 것을 감안하면 전체 멸종은 정말 시간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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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뿔소는 원래 야생에서 천적이 없는 동물이라고 합니다.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사라져가는 이유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오직 밀렵. 오직 인간의 이기심입니다. 1kg당 약 7천만원 상당으로 거래되는 금보다 값진 ‘재화’로 인식하는 어리석음 때문이죠. 코뿔소의 뿔이 ‘만병통치약’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불러온 기가 막힌 현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이게 비단 ‘북부흰코뿔소’ 혹은 ‘코뿔소’ 종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세계자연기금(WWF)의 관계자는 “수단 같은 상징적인 동물의 죽음은 엄청난 비극이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한 부분일 뿐, 엄청난 멸종 위기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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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멸종’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속도와 멸종의 원인에 그 문제가 있죠. 현재 동물이 멸종하는 속도는 백악기 말 공룡들이 사라진 이후 처음으로 나타나는 엄청난 속도라고 합니다. 한 ‘마리’가 아닌 ‘종’으로 계산했을 때 15분에 한 종, 하루에 약 1백 종, 1년이면 수만 종의 동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멸종 속도에 비해 약 1백 배가 넘게 진행되는 상황.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생물의 다양성 감소의 원인을 다섯 가지 이유(Hippo)로 정의했습니다.
Habitats 서식할 수 있는 곳이 줄어듦
Invasives 외부의 침입
Population 인구 증가로 인한 부작용
Pollution 환경오염
Over Exploitation 과도한 착취, 밀렵
동식물의 멸종은 단순히 그 종이 지구에서 사라지는 것만 의미하진 않습니다. 지구와 환경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개발과 착취의 결과는 결국 인간에게 모두 돌아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는 생태계 종이 계속해서 멸종된다면 그중 일부인 우리는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요? 무분별한 포획, 환경오염, 난개발 등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동물 보호.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 도래했습니다.
- 에디터
- 황혜영
- 포토그래퍼
- GettyImagesKorea,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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