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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모피 금지법’

2018.04.03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모피 금지법’

지난 3월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모피 판매를 전격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이미 미국 버클리와 캘리포니아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는 모피를 상품으로 판매하는 것이 금지되었습니다. 하지만 주요 도시에서 금지 법안이 통과된 것은 이번이 처음.

이로써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 모피 거래가 불법화된 가장 큰 도시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곳에서는 모피를 구매할 수도, 반입할 수도 없게 되었죠. 앞서 국가적으로 모피 생산을 금지한 곳으로는 영국, 북아일랜드,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등 유럽권 나라가 있습니다. 

2019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이 모피 금지법은 모든 종류의 모피 거래를 제한합니다. 단, 법안이 의결되기 이전인 3월 20일까지 주문한 분량에 대해서는 2019년 말까지 거래가 가능하며, 빈티지, 세컨드핸드 등 중고 제품을 판매하는 상점에 대해서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하네요.


이번 법안은 샌프란시스코 시의회의 찬반 투표 결과 10:0 만장일치로 의결되었다고 합니다. 열쇠, 코트, 고리, 장갑 등 의류와 액세서리를 포함한 모든 상품에 적용되며 가죽 제품은 해당되지 않죠.

샌프란시스코의 캐시 탱(Kathy Tang) 의원은 “쇼윈도에 걸린 모피 제품을 바라보면서 ‘아, 정말 예쁘다, 입으면 따뜻하고 패셔너블해 보이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단지 우리가 패셔너블하게 보이기 위해 1년에 5,000만 마리의 동물을 희생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이제 과학기술의 발달로 진짜 모피만큼 따뜻하고 예쁜 페이크 퍼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모피 제조를 위해 이렇게 많은 동물을 희생시킬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죠.

“소비자들은 이제 제품을 윤리적인 방향에서 만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모피 산업이 이런 현실에 적응해야 할 때입니다.”

미국의 국제동물보호협회(The Humane Society International)는 이번 법안에 대해 “동물보호와 의식적인 소비에 대한 역사적이고 기쁜 투표 결과”라는 찬사를 보내며 “전 세계가 이 같은 결과를 바라보고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부의 상징이던 모피가, 이제는 동물 학대와 잔인함, 게다가 ‘시대에 뒤처진다’는 신호가 된 것!


실제로 작년 말, “앞으로 모피 제품을 생산하지 않겠다”고 밝힌 구찌의 CEO 마르코 비자리는 “모피를 쓰는 건 더 이상 현대적이지 않다. 시대에 뒤떨어진 방법이다”라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죠.


최근 이 대열에 동참한 브랜드로는 베르사체가 있습니다. 영국 잡지와 인터뷰에서도 “나는 더 이상 모피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패션을 위해 동물을 죽이는 행동은 옳지 않다”고 선언했죠.


친환경 브랜드 스텔라 맥카트니 외에도 마이클 코어스, 캘빈 클라인, 조르지오 아르마니, 휴고 보스, 라코스테, 비비안 웨스트우드, 랄프 로렌, 타미 힐피거 등 일찍이 ‘모피 반대’ 행렬에 동참한 브랜드도 있습니다. 이커머스 사이트인 육스 네타포르테 그룹 또한 소비자들의 요구로 모피 제품 판매를 중단한 바 있죠.


아시아는 어떨까요? 전 세계 모피의 중심인 홍콩과 중국을 필두로 아직 한국도 대단한 모피 소비량을 보이고 있습니다.


평생 철장에 갇혀 살다가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동물들. 아직 남아 있는 모피 산업 관계자들이 주장하는 ‘인도적’이고 ‘투명한’ 도살 방법이란 과연 존재하는 걸까요?

샌프란시스코와 베르사체에 이어 ‘진보적’인 선택을 할 도시와 브랜드는 어디가 될지, 그다음에 주목해봅니다.

    에디터
    황혜영
    포토그래퍼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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