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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켄드릭 라마

2018.04.18

래퍼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켄드릭 라마


매년 4월이 돌아오면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언론, 문화 예술인들의 관심이 ‘퓰리처상’에 집중됩니다. 1917년부터 헝가리 출신의 미국 저널리스트 조셉 퓰리처(Joseph Pulitzer)의 유언에 의해 제정된 상으로 매년 가장 탁월한 활동을 보인 언론인과 예술가들에게 주어지는 상이죠.

물론 미국 내에서 자국민에게 주어지는 상이지만, 그 권위로 치자면 전 세계 어떤 보도, 문학, 음악상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 명예로운 상입니다. 특히 언론인에게 퓰리처상은 ‘노벨상’과 같다고 표현할 정도.

이 상을 만든 퓰리처는 1847년 헝가리에서 태어난 언론인입니다. 그는 1864년 미국으로 건너가 기자로 활약하기 시작했고 20년이 지난 1880년대부터는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은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신문사의 경영인이 되었죠.

상업적인 감각이 탁월했던 그는 판매 부수를 위해 선정적인 보도를 대서특필하며 언론사 간의 과당경쟁을 부추기기 시작한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부정부패와 스캔들, 정치인의 뇌물 수수 혐의 등 잘못된 일을 사람들에게 폭로하는 일에 앞장선 기자였습니다.

젊은 시절 과도한 일 중독으로 건강을 해친 퓰리처는 훗날 자신이 언론의 부정적인 측면을 조장하는 데 일조했다는 사실에 굉장히 마음 아파했다고 합니다. 후대에 제대로 된 언론인을 양성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껴 컬럼비아대학에 기부금을 지원했고, 그것을 기반으로 언론대학원 개설과 함께 퓰리처상이 제정되었죠.

이렇게 시작된 오늘날의 퓰리처상은 언론 분야에서 14개 부문, 예술 분야 7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합니다. 그런데 올해 퓰리처상 음악 부문 수상자, 평소보다 좀더 특별합니다.

바로 미국의 힙합 가수 켄드릭 라마가 2017년 발매한 앨범 ‘DAMN’으로 퓰리처상을 받게 된 것이죠. 1943년 음악 부문 상이 개설된 이후 래퍼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처음입니다. 힙합계는 물론 퓰리처상 역사상 처음 있는 일!

물론 켄드릭 라마는 퓰리처상만 처음 받았을 뿐 데뷔 후부터 이미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래퍼입니다. 그래미 어워드에서 숱하게 ‘최우수 랩’ 상을 거머쥔 뮤지션으로 취향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래퍼.


전 미국 대통령 오바마도 사랑해 마지않던 이 래퍼는 58회 그래미 어워즈에서는 무려 11개 부문 후보에 올라 마이클 잭슨 이후로 가장 많은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린 뮤지션이 되었죠.

퓰리처 프라이즈의 집행위원은 <빌보드>와의 인터뷰에서 켄드릭 라마에게 수상을 결정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습니다.

“위원회에서는 힙합의 영향을 받은 앨범을 고려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누군가가 ‘힙합스러운 음악을 생각하는 거면 그냥 힙합 앨범을 찾아보는 게 어때요?’라고 말했고 또 다른 한 명이 켄드릭 라마의 이름을 거론했죠. 그의 앨범 전체를 듣고 난 후, 모두가 만장일치로 ‘바로 이거야’라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퓰리처상 위원회는 그의 앨범 ‘DAMN’이 “현대 미국에서 살아가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삶의 복합성을 포착하는 명작”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실제로 그의 네 번째 정규 앨범이었던 ‘DAMN’은 발표되자마자 평론가들과 대중의 극찬을 받았죠. 작년 그래미 시상식에서는 5개 부문 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역사를 새로 쓴 기분은 어떨까요? 우선 켄드릭 라마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짤막하게 수상 소식을 공유했습니다. 시상식은 매년 5월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열리는 만큼, 아직 감격스러운 장면은 공개되지 않았죠. 그의 수상 세리머니가 벌써부터 기대되는군요.

    에디터
    황혜영
    포토그래퍼
    GettyImagesKorea,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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