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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명작 <해바라기>가 시들어가고 있다고?

2018.06.05

by 황혜영

    고흐의 명작 <해바라기>가 시들어가고 있다고?

    캔버스 세 개에 동시에 작업 중이다. 첫 번째는 초록색 화병에 꽂힌 커다란 해바라기 세 송이를 그린 것인데, 배경은 밝고 크기는 15호 캔버스다. 두 번째도 역시 세 송이인데, 하나는 꽃잎이 떨어지고 씨만 남았다. 이건 파란색 바탕이고 크기는 25호 캔버스다. 세 번째는 노란색 화병에 꽂힌 열두 송이의 해바라기다. 가장 멋진 그림이 될 것이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중 동생 테오에게 쓴 글


    고흐에게 ‘태양의 화가’라는 호칭을 안겨준 명작 <해바라기>.

    해바라기는 고흐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이미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고흐는 1888년 프랑스 파리에서 남부 아를 지방으로 스튜디오를 옮겨 작업을 시작했고, 이곳에서 <해바라기> 연작이 탄생했죠.

    그런데 지지 않는 태양처럼 영원히 이글거릴 것만 같던 그의 ‘해바라기’가 시들고 있다고 합니다.


    벨기에 앤트워프대학과 네덜란드 델프트공과대학의 공동 연구로 밝혀진 사실인데요. 현재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에 있는 1889년 1월 작 <해바라기>에서 색채 변화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원인은 그가 즐겨 사용한 물감 ‘크롬 옐로’ 때문.

    ‘크롬 옐로’는 빛에 상당히 민감하고 아주 엷은 노랑에서 올리브 그린 혹은 황토색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의 그림 또한 변색의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연구원들은 첨단 기술과 엑스레이 스캔을 통해 그의 그림을 연구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고흐는 총 두 가지 유형의 크롬 옐로 물감을 사용했는데 그중 한 가지가 유독 빛에 분해되기 쉬운 성질을 가진 사실을 밝혀냈죠. 

    오렌지빛이 도는 부분은 큰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밝은 노란색 꽃잎과 줄기 부분은 지금의 강렬함을 차차 잃게 될 것이라고 하네요! 또한 오렌지색 말고도 그가 그림에 일부 사용한 에메랄드 그린과 빨간색도 점차 하얗게, 밝게 변색될 것이라고 합니다.

    다행인 것은 색상 변화가 아직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미미한 정도라는 것!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변색을 막을 수 없다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언제쯤 사람의 눈에 띌 만큼 색채 변화가 심화될지조차 예상이 어렵다고 합니다. 또한 외부 환경이 그림 변색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림을 소장한 미술관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해진 상황!


    반 고흐 미술관 측은 현재 안료 변색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조명 시스템을 교체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단순히 고흐의 그림을 넘어서 비슷한 경우를 보이는 그림의 변색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네요. 보존을 위한 과학자들의 연구로 고흐의 <해바라기>가 그 강렬함을 최대한 유지하길 바랍니다.

      에디터
      황혜영
      포토그래퍼
      GettyImagesKorea, Pexels, Van Gogh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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