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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개의 모공을 지키는 법

2018.05.30

by VOGUE

    2만 개의 모공을 지키는 법

    지름 0.02~0.05mm의 모공이 얼굴에 약 2만 개 있다. 각각 조금씩만 막히고, 더러워지고, 늘어져도 전체적인 인상이 달라 보이는 건 당연지사. 이 말인즉슨 모공만 잘 관리해도 피부 고민이 반 이상 해결된다는 뜻.

    헤라 ‘블루 클레이 쿨링 마스크’. 호두 껍데기 스크럽이 각질까지 케어해준다. 일시적으로 모공을 긴장시키는 쿨한 사용감이 특징.

    각질 제거 아니고 각질 관리
    유분 부자들에게 각질 제거제 사용을 권하는 이유는 심플하다. 모공은 기름이 빠져나오는 구멍이라 유분이 많으면 자연히 그 길이 넓어진다. 과잉 분비되면? 병목현상이 나타나 속으로 고인다. 여기에 여드름 균이 가세하면 트러블이 생기는 것이고. 그러니 혹여라도 각질이 입구를 막지 않도록 길을 터주라는 의미에서 제거를 권하는 것. “하지만 떨어져 나갈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일부러 벗겨내는 건 자극이 돼요. 그러면 피부는 더 많은 피지를 분비하게 되어 있답니다.”

    MH피부과 김지선 원장은 제거 대신 ‘관리’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각질이 제때 떨어져 나가도록 유 · 수분 밸런스를 맞추려 노력하는 게 먼저라는 뜻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유분을 빼내는 대신 수분을 더 넣어 시소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 요즘처럼 기온이 올라 모세혈관이 확장돼 피지 분비가 왕성해지면 가벼운 제형의 수분 크림을 더 꼼꼼히 사용해야 한다. 물을 더 많이 마셔야 하는 건 기본이다. “물론 호르몬의 문제로 피지가 과다하게 많은 경우라면 기름기 자체를 컨트롤하는 것이 맞겠죠.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AHA, BHA 성분이 함유된 각질 정리 제품으로 피부 재생에 도움을 주는 수준으로 가볍게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벤느 ‘클리낭스 스킨 리파이닝 세럼’.
    모공 축소와 피지 조절을 한 번에 해결해주는 세럼. 피부 정돈 효과가 뛰어나다.

    찬물 대신 미지근한 물
    피부는 자극을 받거나 온도가 오르면 피지를 더 많이 분비한다. 이것에 근거하면 지금까지 귀가 따갑게 들어왔던 피부 상식, ‘모공을 조여주는 찬물 패팅’은 틀린 관리법이다. 따뜻한 물, 스팀 타월 등으로 모공을 열고 세안한 후 차가운 물로 마무리하는 기존의 방법은 변화가 극심해 자극이 된다. 또한 차갑게 온도를 내려놓으면 체온을 회복하기 위해 몸은 다시 뜨거워진다. 김지선 원장은 요즘 모든 피부 전문가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체온에 가까운 미지근한 물로 세안하길 권한다고 말한다. “아토피, 건조, 모공 문제 모두 마찬가지예요. 피부에는 변화나 자극이 가장 나쁘니까요.”

    그라운드 플랜 ‘블랙 스노우 딥 클렌저’. 노폐물 닦아주고 수분 잡아주는 산소 거품 클렌저. 각질 제거와 안티에이징을 동시에! 넓어진 모공을 작아지게 케어해준다.

    ‘카더라’ 케어법은 그만
    치약과 베이킹파우더 그리고 더운물 약간을 섞어 칫솔로 모공을 청소하라?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섞어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신박한 관리법이 SNS를 휩쓸었을 때 피부과는 피부염 환자로 가득했다. 치약에는 물리적 연마제 이외에도 피부에 자극이 되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칫솔모 또한 세안 브러시와는 모질이 달라 피부에 스크래치를 내고 제아무리 미세모라 해도 모공 안을 속속들이 닦아줄 만큼 가늘지 않다. 당장은 뽀득뽀득 개운하겠지만 그 과정이 반복되면 결과적으로 피부염이 생긴다.

    각질 제거 후 모공을 조여주고 보습에 도움이 된다는 식염수 팩 또한 위험하다. 식염수는 눈에도 넣고 드레싱도 할 수 있는, 몸에 가장 가까운 물이라 생각되겠지만 피부 입장에선 pH를 깨트리는 알칼리 물일 뿐이다. 원래 피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나쁜 것이 몸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방어하는 것. 그래서 언제나 약산성을 유지해 가벼운 살균 기능을 갖추고 있다. 그런 곳에 알칼리 식염수를 들이붓는 건 순리를 역행하는 일. 특히 피부 장벽이 망가져 건조함에 시달리고 있다면 상처에 소금물을 들이붓는 격이다. 온라인상의 카더라 후기를 맹신하지 말길. 뭘 발라도 문제가 없는 튼튼한 피부의 소유자라면 당장은 문제가 드러나지 않겠지만 피부 상태에 따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치료 비용을 써야 할 수도 있으니까.

    클라란스 ‘SOS 퓨어 리발란싱 클레이 마스크’. 논 드라잉 텍스처라 머드 팩 특유의 뻑뻑한 땅김이 없다.

    머드 팩 순환 마사지
    피지 분비 자체가 많다면 바이오더마 ‘세비엄 로션’이나 아벤느 ‘클리낭스 스킨 리파이닝 세럼’ , 오리진스 ‘오리지널스킨 매트 모이스처라이저 위드 윌로우 허브’ 같은 데일리 스킨케어 제품으로 조절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건성 피부가 여름 한정 오일 파크를 개장한 상황이거나 피지를 바짝 말려버릴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지 않다면 노폐물 정화 기능까지 갖춘 머드 팩을 일주일에 두세 번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클라란스 ‘SOS 퓨어 리발란싱 클레이 마스크’나 메리케이 ‘클리어프루프 딥-클렌징 차콜 마스크’가 <보그>의 추천. “머드 팩과 알로에 베라를 1:1로 섞어 바른 다음 광대뼈의 밑 라인, 턱선에서 귀까지 이르는 부분을 따라 지그재그로 살짝 꼬집듯 비틀어주세요. 노폐물 배출을 도와 모공 케어에 도움이 됩니다.” 벨라체 에스테틱 김은경 원장의 관리 비법이다.

    닥터 데니스 그로스 by 라페르바 ‘알파 베타 울트라 젠틀 필’.

    피지 때문이 아니라면
    서른 전후 갑자기 피부가 칙칙해 보인다거나 모공이 눈에 띄는 걸 느꼈다면 그건 기름 때문이 아니고 늙어서다. 진피층 탄력이 떨어지고 근육과 피하지방이 느슨해지면서 모공을 단단히 조이는 힘이 약해진 탓이니까. 조금씩 아래로 늘어지고 깊어진 2만 개의 구멍 사이로 드리운 그림자. 마치 얼굴에 작은 점을 수만 개 찍은 듯 얼굴이 어두워 보이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니 탄력 크림, 주름 개선, 강력 보습 등 모든 안티에이징 케어는 곧 모공 케어인 셈이다.

    건강을 위해 인스턴트나 당을 멀리하는 습관, 숙면을 취하려는 노력 역시 작고 깨끗한 모공에도 도움이 된다. WE클리닉 조애경 원장은 당분을 분해하려면 비타민 B군이 다량 필요한데 당분 섭취가 많아 비타민 B군이 부족해지면 피부가 지성화된다고 설명한다. 스트레스 상황을 피하고 잠을 푹 자는 것 역시 피지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라네즈 ‘라이트 핏 파우더’. 난반사에 유리한 탄성 파우더와 미세 펄을 함유하고 있어 모공 그늘이 보이지 않게 착시 효과를 준다.

    노화 방지와 모공 케어는 장기전이다. 당장은 베이스 메이크업 전 맥 ‘프렙+프라임 포어 리파인더 스틱’ 같은 모공 지우개 베이스를 사용해 모공을 메워 가리는 방법을 쓰면 된다. 이런 제품 특유의 미끈함이 싫다거나 건성이라 케어의 모든 순간에 수분감이 필요하다면 메이크업 마무리 단계에 난반사 효과가 뛰어난 하이라이트 파우더를 소량 사용하는 것도 좋다. 빛을 산란시켜 자연스러운 모공 블러 효과를 연출해줄 테니까.

      에디터
      백지수
      포토그래퍼
      이신구,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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