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몸수색을 받는 엄마와 오열하는 아이

2018.06.21

몸수색을 받는 엄마와 오열하는 아이

경찰에게 수색당하는 엄마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울고 있는 한 아이.

미국 국경에서 찍힌 이 사진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비난받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아동 격리 정책’을 상징하는 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불법으로 이민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자녀와 강제로 분리시키는 비인도적 정책이죠.

미국 내에서는 최근 임시 보호소에 격리된 어린아이들이 부모를 찾으며 흐느끼는 녹음 파일이 공개돼 더욱더 충격을 주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잔인한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난민, 불법 이민자들을 반대하는 단호한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미국을 ‘난민 수용소’로 만들 수 없다는 굳은 의지였죠.

그동안은 아이와 함께 밀입국을 시도한 가족들은 일단 풀어준 뒤 미국에서 추방하는 절차를 밟았는데요. 작년 10월부터는 아이가 있더라도 무조건 체포해 기소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바꾸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들은 처벌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부모로부터 분리해 ‘불법 이민자 격리 시설’에 머무르게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기소 절차가 얼마나 길어질지도 불분명한 데다가 엄마와 떨어지는 아이들 중에는 네 살이 채 되지 않은 아주 어린아이도 있다는 사실이 큰 문제입니다. 게다가 아이들을 관리하는 시설도 열악해 거의 방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하는군요. 심지어 온두라스에서 미국으로 넘어온 한 가장이 아내와 아이들로부터 강제 격리되자 구치소에서 자살하는 사건까지 벌어졌습니다.


가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요? 사실 불법인 줄 뻔히 알면서도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아이의 손을 잡고 국경을 넘는 이들은 자신의 나라를 버릴 수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전쟁, 가정 폭력, 성폭력, 가난 등 태어난 나라의 정부로부터 기본적인 생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 도망치듯 국경을 넘은 것이죠. 이미 최악의 상황을 경험한 이들에게 가족까지 빼앗아버리는 것은 지나치게 비인도적인 정책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유엔인권최고대표 제이드 라드 알 후세인은 “어린이들을 학대해 부모의 이주를 막으려고 하는 것은 전혀 도덕적이지 못하다”며 강한 어조로 미국 정부를 비판했고,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 또한 본인의 페이스북에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구글 CEO 선다 피차이, 애플의 CEO 팀 쿡 또한 한목소리를 내는 중. 사람들은 “부모로부터 격리된 아이들의 사진과 목소리가 너무 가슴 아프다. 이런 비인도적 정책 실행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의학 전문가들은 “아이를 부모로부터 격리할 때 그들에게 어떤 트라우마가 남을지 사람들이 정확하게 안다면, 결코 이런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아이에게 부모로부터 분리되는 공포는 거의 재난을 경험하는 것 이상의 신체적, 정신적 상처를 남긴다고 하는데요. 엄청난 스트레스로 뇌가 장기적으로 손상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잠시 헤어졌다가 만나면 그뿐’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 정확하게 상황을 인지하기 힘든 아이들에게 당장 부모와의 생이별은 엄청난 충격을 주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각종 정신 질환을 유발할 수 있고 IQ 발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네요. 유아기 부모와의 관계가 인간이 성장하는 데 근본적으로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이런 무자비한 정책에 전 세계 사람들이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거세져 몇몇 주지사들은 현재 아동 분리 정책이 중단될 때까지 국경과 연방 기구에 어떤 군사도 배치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죠.
현재 SNS상에서는 부모와 아이를 재결합하게 하려는 모금이 큰 호응을 얻고 있고, 여러 도시에서는 시위를 벌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정치인, 연예인을 떠나 모든 사람들이 트럼프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하는 상황.


처음에는 ‘불법 이민자들을 기소하려면 아이들과 분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트럼프도, 예상치 못한 강력한 반발에 한발 물러섰다는 후문입니다. ‘무관용 정책’을 수정해 미성년자인 자녀들과 부모가 함께 머무를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 기소와 추방 절차를 보다 신속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추측만 무성할 뿐 아직 정확한 수정 법안은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하루빨리 아이와 부모를 격리하는 정책이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에디터
    황혜영
    포토그래퍼
    GettyImagesKorea, Pexels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