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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제주의 비자림로

2018.08.14

사라지는 제주의 비자림로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부터 봉개동까지 이어진 1112번 지방도로. 제주도의 비자림로를 아시나요?

달리는 차 안에서 길 양옆으로 빼곡하게 서 있는 삼나무를 바라보면, 잠시 드라이브하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확 트이는 경험을 할 수 있죠.

사계절 내내 푸른빛을 유지하는 삼나무 덕분에, 차가 달리는 내내 나무 그늘 아래서 맑고 깨끗한 공기를 느낄 수도 있답니다. 최근 부쩍 심해진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때문인지 이런 숲길의 아름다움과 가치가 새삼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비자림의 삼나무가 무참히 잘려나가고 있다는 것! 보시는 바와 같이 제주도 구좌읍 대천교차로에서 송당리로 이어지는 약 3km 구간의 삼나무를 하루에 약 100그루씩 베어내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접한 사람들은 분노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천 그루가 넘는 멀쩡한 나무를 베어내야만 하는 이유를 궁금해했죠. 그리고 밝혀진 내용은? ‘왕복 2차로인 비자림로를 4차로로 늘리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제주 동부 지역의 교통난을 해소하고, 10년이 넘게 지속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하는군요. 공사 완료 예정은 2022년, 이 사업에 소요되는 예상 비용은 총 200억원이 넘었습니다. 이 공사를 진행한 제주도 측은 “삼나무림의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디자인했으며, 벌목 작업을 진행하는 해당 구간은 공사를 마친 후 다른 나무를 심어 경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설명도 사람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순 없었죠. 4차로 확장이 과연 환경 보전보다 중요한 숙원 사업이 될 수 있는 걸까요? 제주도로 이주한 배우 윤진서 또한 안타까운 마음을 본인의 SNS 계정에 올렸습니다.

Jinseo Y(@augustjin)님의 공유 게시물님,

” #제주도 #비자림로 사라지고 있네요기사를 보니 하루 100그루씩 잘라내 도로를 넓힌다고 합니다. 앞으로 2,400그루를 잘라낸다고… 지난주에 부모님 모시고 다녀왔을 때만 해도 시원하고 울창한 곳이었는데, 더 이상 그곳이 예전 같지 않다고 생각하니... 허 참, 우린 있을까요.”

제주환경운동연합 또한 성명을 내고 ‘비자림로 삼나무 숲길 공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현재 공사를 반대하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참여한 인원은 3만 명을 넘어섰죠.

시민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심해지자 제주도는 지난 10 공사를 중단했습니다. 현재까지 500m 구간에서 삼나무 900 그루 베어낸 상태죠.

여름휴가를 마친 13, 업무에 복귀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휴가 중에 비자림 도로 확장 사업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아름다운 생태 도로로 만들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밝혔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비자림로 공사는 100% 중단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하네요. 이미 토지 보상이 반 이상 완료된 데다가 해당 지역 주민들이 오랜 시간 도로 확장을 요청해왔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 중 하나로 꼽히는 비자림로. 이곳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제주도 측의 말처럼 환경 보전과 개발의 균형을 이루는 ‘종합 대책 마련’이 가능할까요?

    에디터
    황혜영
    포토그래퍼
    GettyImagesKorea, 제주환경운동연합, Visitjeju,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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