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줄기세포 시술이 궁금하다면?

2018.08.12

by VOGUE

    줄기세포 시술이 궁금하다면?

    우메이드 바완 팰리스로 휴가를 떠날까, 브라이틀링 내비타이머를 장만할까? 나는 줄기세포를 선택했다.

    줄기세포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은 강원래였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몇 년 후 마련된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조금 상기된 얼굴로 줄기세포에 대해 얘기했다.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이다. 그로부터 얼마 후 논문 조작 사건이 보도됐고 범국민적 사기극에 대한 분노와는 별개로 마음이 좀 안 좋았다.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지난달, 난 인생의 전환기를 맞았고 스스로에게 통 큰 선물을 주기로 결심했다. 왕궁을 개조한 호텔에서 보내는 달콤한 휴식과 오랜 시간 염원해온 파일럿 시계 중 무엇을 선택할까 고민하면서 이맘때면 받던 피검사와 체형 측정에 임했다. 그런데 결과가 충격적이다. 1년 전만 해도 멀쩡하던 인슐린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위를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체력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근육 틀어짐이 심각했다. 몸이 이토록 엉망진창인데 환상의 이국, 명품 시계가 무슨 소용인가 회의에 빠진 나는 내게 ‘시간’을 선물하기로 했다. 줄기세포 시술을 받기로 결심한 거다.

    실제 과정을 간략하고 리얼하게 소개하면 이러하다. 먼저 각종 검사를 통해 의사가 몸의 문제를 진단하고 어떤 줄기세포 시술을 받을 건지 결정한다. 물론 대부분 지방을 선택한다. 골수 줄기세포의 100~1,000배 많은 수의 줄기세포를 포함한 데다 다량의 성장인자까지 갖추고 있으니까. 다음 수순은 팔자에도 없는 지방 흡입이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의사는 기왕 빼내야 할 거 날씬해지고 싶은 부위를 줄여주겠다고 했다. 나는 틀어진 체형 때문에 지방도 오른쪽에 더 많다는 진단을 받았다. 블랙 매직 마커로 복부에 여러 모양의 동그라미를 그린 채 수술대에 누웠고 의사는 배 위에 1cm 정도의 작은 칼집을 낸 뒤 약 100cc의 지방을 뽑아냈다. 이걸 넘겨받은 연구원은 줄기세포, 혈관 형성 세포, 면역 세포 등 쓸모 있는 것만 가려낸 60cc 엑기스를 다시 의사에게 쥐여줬다. 일부는 근육 곳곳에 직접 처리했고, 나머지는 링거를 통해 내 몸속으로 다시 돌아왔다. 1cc에 25만원꼴인 귀한 것인지라 마지막 한 방울까지 탈탈 털어 넣어주는 간호사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이제 남은 건 상처 드레싱과 기다림. 생각보다 엄청 간단하다고? 그래 보일 뿐이다. 내가 병실에 누워 천장 타일의 개수를 세는 동안 연구실에서는 무균 처리, 세포 수, 생존도, 활성도, 조직적합성 검사 등을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했으니까.

    효과는 꽤 즉각적이다. 피로감이 없어진 건 물론 평생 달고 살던 부기가 거의 사라졌다. 미친 스케줄로 일을 소화하는 지금, 3주 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에너제틱하게 움직인다. 내부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시그널이 아닐까? “줄기세포의 치료 메커니즘은 간단해요. 손상된 곳의 시그널을 읽고 스스로 찾아가죠.” 더 클리닉 김명신 원장은 줄기세포가 겉으로 통증이나 장애가 느껴지지 않는 몸속 손상까지 찾아 들어가 복원을 시작한다고 설명한다. “기자님처럼 대사장애가 있었거나 간의 피로도가 높은 상태라면 그 원인이 꽤 다양했을 거예요. 지금 줄기세포 1억 개가 곳곳을 훑으며 치료에 착수했겠죠.” 근육에 따로 처치를 받아야 했던 건, 혈관을 통해 들어간 줄기세포가 치료 우선순위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내게는 근육 문제가 가장 크게 느껴지지만 실제 몸속에는 더 시급하고 엉망인 문제가 존재할 수도 있다. 그런 경우 근육 재생은 뒤로 미루어진다. 그래서 환자가 가장 고통스럽던 부분에는 별도 타깃 치료를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아직은 ‘회장님의 건강관리’ 정도의 먼 나라 얘기로 느껴질지 모른다. 0이 일곱 개 붙고도 또 한참의 숫자를 더해야 하는 가격이라 포도당 링거처럼 피곤할 때마다 맞을 수도 없다. 배에 또다시 칼을 대고 싶지 않으면 한 번에 많이 뽑아서 일부를 위탁 보관해도 되지만 250만원 정도의 세포 아파트 렌트비를 내야 한다. 그리고 아무래도 앉은뱅이를 일으킬 정도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도 현존하는 헬스 & 뷰티 재생법 중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사들이기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건 팩트다. 15년 전 강원래와의 대화를 떠올리면 아직도 마음이 좋지 않다. 하지만 글로 배운 만능 세포가 내 몸에서 이렇듯 ‘가열차게’ 일하게 되었음을 생각하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좀 더 대중적인 가격으로 ‘만능’의 힘이 미치려면 앞으로 얼마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할까?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스위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줄기세포 강국, 제발 속도를 내주길.

      에디터
      이주현
      포토그래퍼
      이신구
      글쓴이
      백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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