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화장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아수라장! 바로 그 화장대도 디톡스가 필요하다면?
일반적으로 말하는 실온의 범위는 15~20°C. 화염에 가까운 무더위와 습한 장마를 경험한 화장대는 이를테면 폭음과 폭식이 난무한 ‘이별 직후’ 같은 상태다. 몸과 마음엔 독소 가득하고 카오스 상태에 빠진 화장대에는 무엇 하나 멀쩡한 게 없다. 로션, 파운데이션, 자외선 차단제 같은 액체류는 오일층이 분리되어 제일 먼저 마중 나오고, 반짝반짝 투명함을 뽐내던 향수는 관리 안 된 어항처럼 혼탁해진 지 오래다. 쓰레기장으로 둔갑한 종전의 흔적 틈에서 아직 쓸 만한 물건을 찾아 재가동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화장대도 디톡스가 절실하다.
1 비워라 디톡스 식단의 첫걸음은 ‘단식’. 화장대도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정리 정돈에 취약할수록 모조리 비우고 새로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멀쩡한 화장품을 버리는 일이 오래된 연인을 내치듯 마음 아픈가? 그렇다면 ‘비움 상자’를 만들어보길.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은 한데 모아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보관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도록 꺼내 쓸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때 모조리 버리면 된다.
2 사용 기한을 확인하라 유통기한보다 중요한 건 ‘개봉 시점’. 스킨, 에센스, 자외선 차단제, 파운데이션 등 리퀴드 제형의 제품은 평균적으로 개봉 후 최대 6개월을 유예기간으로 본다. 수분 함량이 높은 쿠션 팩트, 아이라이너, 마스카라도 마찬가지다. 처음 뚜껑을 연 순간을 매번 기억할 만큼 치밀한 성격이 아니라면 그때그때 날짜를 적어두는 습관을 들이길. 매니큐어의 신선도는 포뮬러로 확인한다. 물처럼 묽거나, 꿀처럼 점성이 생겼거나, 두 층으로 분리됐다면 변질된 것이라고 브러쉬라운지 네일 아티스트 최지숙은 조언한다.
3 수집광에서 벗어나라 ‘데스크테리어’의 꽃이라는 이유로 야심 차게 모은 향초와 향수 역시 퇴출 1순위. 걸러내는 방법은 단순하다. 향수를 분사했을 때 어딘지 예전만큼 신선한 느낌이 아니라면 아웃. 또 5분 이상 켜놔도 발향이 시원치 않은 향초는 제사상의 양초와 다를 바 없으니 과감히 버릴 것. “공기 중 떠다니는 변질된 향료가 숨 쉬면서 체내로 유입되거나 피부에 닿으면 두통과 피부염, 심한 경우 색소침착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조 말론 런던 교육팀 김수진 부장의 경고를 꼭 기억하도록.
4 브러시는 한 개면 충분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미용 도구의 최고봉은 ‘다섯 손가락’. 브러시 풀 세트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래도 브러시를 써야겠다면 관리에 힘쓰길. 사용 후 세척은 필수. 번거롭다면 잘 만든 제품 하나로 돌려 막는 것도 방법이다. “고원 ‘고원혜 치크 브러시 03번’처럼 끝이 직각으로 깎인 짧고 단단한 원통형 브러시를 추천해요. 페이스 파우더부터 셰이딩, 블러셔 연출에는 물론 손가락으로 납작하게 눌러 하이라이터용으로도 활용 가능하죠.” 메이크업 아티스트 오미영의 조언이다.
5 색조 제품의 수명은 ‘트렌드’에 달렸다 제조사에서 권장하는 색조 화장품의 사용 기한은 개봉 후 2년. 그 사이 <보그> 컬렉션 북은 무려 네 권이 나온다. 다시 말해 트렌드가 최소 네 번 바뀐다는 이야기. “한국은 특히 컬러 트렌드에 민감한 편이죠. 계절에 따른 차이도 극명합니다. 그로 인해 색조 제품의 이른바 ‘현실 수명’은 최대 6개월 정도로 봅니다.” 맥 교육팀 이성욱 대리의 설명이다. 지금 활용 가능한 컬러가 아니라면 미련 없이 정리하자.
6 작지만 강하다 화장품 용량과 신선도는 정확히 반비례. 실내 온습도 변화가 잦은 한반도에서는 작은 용량을 사서 빨리 쓰는 게 어찌 보면 현명한 화장품 소비다. 시코르 스킨케어 바이어 김현아는 그런 의미에서 샘플이나 여행용 미니 사이즈 화장품만 한 게 없다고 추천한다. “미니 사이즈 아이템은 평소 써보고 싶던 제품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뭐든 쉽게 싫증을 느끼는 ‘갈대녀’라면 더 마다할 이유가 없다.
7 화장품 과식을 버려라 비우고 정리했다면 다음은 채울 차례. WE클리닉 조애경 원장은 남녀노소 불문 반드시 구비해야 할 기본 카테고리로 세 가지를 꼽는다. “클렌징, 보습, 자외선 차단입니다. 나이, 피부 타입, 계절에 따라 젤, 로션, 크림, 밤 등 보습제의 제형을 달리하는 것만으로도 기초 케어는 충분하죠.”
8 사용 순서대로 나열하라 하나둘 늘어나다 어느새 군집을 이룬 기초 화장품은 사용 순서에 맞춰 일자로 나열해보길. “토너-에센스-로션-선크림 등 평소의 루틴대로 제품을 정렬해두면 쓰기 편리할뿐더러 추가로 필요한 것과 중복되는 것 등을 한눈에 관리하기에 용이합니다.” 프레쉬 트레이닝 매니저 공민주 차장의 꿀팁이다. 화장품은 추위에 맞서 옹기종기 모인 펭귄 떼가 아님을 기억하자.
9 스스로 하겠다는 생각은 버려라 셀프서비스가 필요한 건 패스트푸드를 먹을 때다. 하루 3분만 문질러도 셀룰라이트가 사라진다는 기적의 마사지 도구, 피부과 시술을 그대로 적용했다는 미용 기기, ‘곰손’도 너끈히 해낼 수 있다는 각종 헤어 스타일링기까지. 구입 후 최소 다섯 번 이상 또는 최근 2개월간 사용한 적 없다면 부피 큰 쓰레기일 뿐. 굳어서 뚜껑이 잘 열리지도 않는 매니큐어도 마찬가지다. 약은 약사에게, 손발톱은 네일 아티스트에게!
10 화장대를 통제하라 무조건 비우는 것이 화장대 정리의 해답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통제 가능 여부. “원하는 립스틱을 찾지 못해 매일 아침 서랍을 뒤지고 있진 않나요? 뭐가 어디에 있고, 더 필요한 아이템이 뭔지 제대로 관리하고 있다면 화장품의 많고 적음은 문제 될 게 없어요.” <마음을 다해 대충 하는 미니멀 라이프>의 저자 밀리카의 조언이다.
- 에디터
- 이주현
- 포토그래퍼
- GETTYIMAGESKOREA
- 글쓴이
-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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