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플리> 속 허언증, ‘리플리 증후군’
‘리플리 증후군‘을 들어보셨나요? 영화 <리플리> 속 맷 데이먼이 연기한 톰 리플리의 인생이 바로 그것. 일반적으로 ‘공상적 허언증‘이라고도 합니다.
거짓말을 진실로 믿는 사람들,
리플리 증후군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말과 거짓된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특히 지나치게 주변의 기대가 높은 경우, 열등감에 시달리다가 거짓말로 포장하여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잘못된 노력에서 시작됩니다. 공상 허언증 혹은 병적 거짓말(Pathological Lying, Pseudologia Fantastica, Mythomania)이라고도 하며, 1891년 안톤 델브뤼크(Anton Delbrueck) 박사가 처음으로 설명한 증상입니다.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1955년 공상 허언증을 소재로 범죄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The Talented Mr. Ripley)>를 썼는데 공상 허언증은 소설 속 주인공인 ‘리플리’에서 유래해 ‘리플리 증후군’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소설은 알랭 들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Purple Noon, 1960)>로 영화화됐습니다. 이 영화가 흥행하자 1970년대 정신병리학자들에게 공상 허언증이 ‘리플리 증후군’이란 신조어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겐 창고 열쇠를 주고 싶어. 문을 열고 들어가보라고. 하지만 안 돼. 그 안은 어둡고 더러우니까. 그 추잡함을 들키면 우울한 기분이 더 우울해져. 난 늘 그러고 싶어. 문을 활짝 열고 모든 걸 드러내고 싶다고. 큰 지우개가 있다면 모든 걸 지우고 싶어.” – <리플리> 톰 리플리의 대사
리플리 증후군은 ‘병‘이 아니라 증상이다.
리플리 증후군은 실리적인 ‘목적’을 가지고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의식적으로 반복적인 거짓말을 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허풍이나 과장이 심한 것과 달리 리플리 증후군은 자신의 거짓말에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습니다. 반사회적 인격 장애로 보는 학자들도 있고, 망상 장애로 보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우울증이나 조현병 등을 앓는 경우 동반되는 증상이기 때문에 정신 질환이라기보다는 증상의 일종입니다.
영화 속 ‘리플리’는 ‘리플리 증후군’이 아니다
리플리 증후군은 당시 소설과 영화의 흥행으로 유래된 이름으로, 사실상 그 증상을 가진 사람들과 주인공의 증상은 조금 다릅니다. 주인공 톰 리플리는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았는데, 리플리 증후군의 환자들은 자신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이라고 믿어버리죠.
왜 ‘리플리 증후군’의 증상을 보이는 걸까?
1915년 힐리 박사와 1988년 킹 박사가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고 거짓말을 사실로 믿고 사는 사람들에게 아래와 같은 특징이 발견됐습니다.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인 경우가 일반인보다 많다.
-보통 사람에 비해 지능이 아주 높거나 혹은 아주 낮다.
-동작성(신체) 지능보다 언어적 지능이 월등히 높다.
-뇌전증, 비정상적인 뇌파, 두부 손상, 중추신경계 감염과 같은 중추신경계 기능 이상을 가지고 있다.
-과거 심리적 충격을 재경험하는 것에 대한 방어기제로 거짓말을 반복한다.
-자기애가 손상된, 매우 낮은 자존감을 지녔다.
-어린 시절 성적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다.
내면에 자기애가 부족하고 열등감에 시달리지만 과도한 성취욕을 가진 경우 ‘리플리 증후군’에 휩싸이기 쉽습니다. 스스로의 능력으로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피해 의식을 가집니다. 그러다 무의식적으로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하는데요, 자신도 모르게 허구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그 환상 속에서 스스로 그려온 신분과 성격, 인품을 만들며 착각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
미디어 속 과도한 허상
2015년 6월에 화제가 된 한인 학생의 뉴스를 기억하시나요? SAT 만점을 받아 하버드대학교와 스탠퍼드대학교에 동시 입학한 뉴스.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도 그녀를 스카우트했다는 뉴스까지 쏟아졌지만, 이 모든 것은 ‘거짓말’이었습니다. 결국 이를 보도한 매체는 정정 기사까지 내보냈죠.
리플리 증후군의 치료는 대부분 쉽지 않습니다. 이미 허구의 세상에서 높은 성취감에 젖어 있기 때문에 이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거든요. 자신의 자아가 무너져버릴까 봐 계속 거짓말을 하는 쪽을 택합니다. 하지만 방치하면 문제가 커집니다.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이 동반되는 증상이기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거든요.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나자 살인을 서슴지 않았던 영화 속 톰 리플리처럼!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방법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 ‘연습’하고 ‘학습’해야 합니다.
- 에디터
- 홍국화
- 포토그래퍼
-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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