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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와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2018.09.06

by 홍국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와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8월부터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와 넷플릭스의 TV 시리즈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가 연달아 흥행하면서 할리우드에서 아시안 파워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AsianAugust’라고까지 이름 붙였죠.


    8월 15일 개봉해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케빈 콴이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존 추 감독이 연출한 워너 브라더스의 신작입니다. 개봉 직후 주말 3일간, 무려 2,650만 달러를 벌어들였죠. 제작비는 3,000만 달러로,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8,000만 달러를 돌파해야 합니다. 개봉 이후부터 8월 4주 차, 여전히 부동의 1위. 이런 추세라면 금세 손익분기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스 오피스 1위 영화가 주목을 받는 게 당연하지만, 유독 화제가 되는 이유는 100% 동양인 캐스팅 영화이기 때문.  영화 <조이럭 클럽> 이후 25년 만에 최초로 동양인 배우들로 꾸린 영화가 할리우드에 등장한 것입니다. 할리우드의 화이트워싱(#WhiteWashing, 원작 캐릭터의 인종을 백인으로 바꾸는 것)을 깨고 박스 오피스까지 점령해 더욱 화제입니다.

    원작자 케빈 콴과 감독 존 추에게 여러 제작사에서 러브 콜이 왔는데, 가장 큰 금액을 제시한 곳이 ‘넷플릭스’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3부작까지 제안했다는군요. 하지만 케빈 콴과 존 추는 “100% 동양인 배우로 캐스팅한 이 영화는 스크린에 걸려야 한다.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성공하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거절했다고 합니다.


    에릭 남과 형제인 에디 남과 브라이언 남은  미국 애틀랜타의 한 극장에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전석 티켓을 구매해 팬들에게 무료로 관람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미디어에서 잘못 그리는 아시아인의 모습에 지쳤어요. 우리가 여기에 있고, 어떤 것을 할 수 있으며, 얼마나 중요하고,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이런 결심을 했죠. 우린 기술자, 수학을 잘하는 괴짜, 닌자 같은 자객이 아니에요. 우린 똑똑하고 멋지고, 아름답고, 섹시하고, 아니 그 이상이니까요.” 

    “이 영화의 성공은 우리와 우리 사회에 대한 거예요. 25년 만에 모두 동양인 배우만 캐스팅한 영화라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이제 우리가 뭉쳐서 보여줘요!”

    극장 전체 대관 대행진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의 주연 헨리 골딩과 감독 존 추는 역시 동양인이 주연인 영화 <서치(Searching, 2018)> 상영관의 전석 티켓을 구매했습니다. <서치>의 감독 아니쉬 차간티는 이렇게 위트 있는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당신들은 정말 미쳤고(Crazy) 부자(Rich)군요!” 


    넷플릭스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도 ‘대박’ 흥행 중이죠!

    원작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 제니 한의 동명 소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 15개국에서 출간했고, <뉴욕 타임스> 40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화제작입니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작가가 한국계 미국인인 덕분에 동양인 배우가 주연으로 발탁됐습니다. 극 중에서도 작가처럼 한국계 미국인을 연기하죠. 그렇기 때문에 한국 음식과 한국 야쿠르트, 마스크 팩이 자주 등장합니다. 심지어 ‘한국식 요구르트’로 등장하는 야쿠르트가 SNS에서 때아닌 인기.


    리서치 기업 티커 태그스(Ticker Tags)의 재미있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이 드라마를 공개한 후 ‘야쿠르트’의 검색률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올해 6%나 하락하던 주가가 영화를 공개한 8월 17일 이후 2.6% 상승해 최고치를 기록 중이라고 합니다.


    동양인 배우와 감독들이 극장 전체를 빌려 응원하고 있지만, 영화의 흥행 요소는 인종을 넘어선 공감입니다. 개봉 후 4주 차에 접어든 영화지만 동양인들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입소문을 들은 다양한 사람들의 티켓 파워가 힘을 발휘하는 중이죠.

    개봉을 앞둔 <서치>의 주연배우 존 조의 한 인터뷰도 백인들의 두꺼운 유리 천장으로 뒤덮인 영화계가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제가 이 영화 <서치>를 사랑하는 이유는 모든 차별이 지나간 일처럼 느껴지는 미래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연기한 한국계 미국인 ‘데이빗 킴’에 대해 굳이 설명하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었거든요. 길고 길었던 차별의 멋진 마무리 같아요.”

      에디터
      홍국화
      포토그래퍼
      Courtesy Photos & Vid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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