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GFC의 루키 디자이너

2018.11.15

by 송보라

    GFC의 루키 디자이너

    밴쿠버 패션 위크로 시작해 신진 디자이너들이 세계 무대에 데뷔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온 글로벌 패션 컬렉티브(GFC). 2019 S/S 뉴욕 패션 위크에 참석한 글로벌 패션 컬렉티브의 디자이너 중 풋풋한 열정으로 통통 튀는 컬렉션을 선보인 루키들을 소개한다.

    ‘낫 데드 옛(Not Dead Yet)’의 아담 린 번가그

    2년째 자신의 브랜드를 운영 중인 23세의 아담 린 번가그. 퀴어 스토리텔링에 초점을 맞춘 브랜드로, 디자이너는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을 옷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는 2019 S/S 컬렉션에 자신이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의 감정 상태를 반영했다. “내가 입는 옷과 그 시기에 내가 통과하는 단계의 사회적 관계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즌은 ‘이모(Emo, 펑크에서 발전한 록 음악 형태) / 고스 / 펑크’의 단계를 표현했죠. 무질서한 요소, 패션이나 스타일링에 대해 무지하던 시절 내 모습에서 끌어올린 것들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분노와 증오로 가득했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던 때를요.” 그는 때로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는 감정과 경험을 자유로운 방식의 패션으로 표현함으로써 스스로를 조금씩 이해해간다고 말한다. “패션은 내게 범우주적 언어와 같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옷을 입죠. 심지어 패션 산업을 싫어하는 사람조차도요. 옷은 소통하는 형태의 예술이기 때문에 매우 특별합니다. 그리고 내가 디자인한 옷을 입는 사람들은 나처럼 조금은 특이할 거예요. 그렇지만 우리는 그런 걸 좋아하죠. 사람들을 늘 긴장하게 만드니까요.”

    디자이너 아담 린 번가그(Adam-Lin Bungag).

    ‘킴 티치아나 로트뮐러(Kim Tiziana Rottmüller)’의 킴 티치아나 로트뮐러

    독일 출신의 킴은 2017년부터 자신의 레이블 작업을 하고 있다. 스토리를 담은 카리스마 넘치는 그녀의 의상은 크고 작은 어워드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바 있다. 그녀는 자신의 디자인적 특징이 여성스러움을 통해 표출하는 도발에 있다고 설명한다. 2019 S/S 컬렉션의 주제는 ‘망각’. “다소 복잡하기도 하고, 다양한 이견이 있을 만한 컬렉션입니다. 매혹적이지만 마녀 같은 디바에게 영감을 얻었죠. 상징과 영성을 많이 담았어요. 타로 카드 장식은 자아 초월적인 내면의 마술적인 능력을 뜻합니다. 모든 룩에 포함된 거대한 러플은 미로를 상징하고요. 전 러플을 정말 좋아해요!” 일상적이고 입기 쉬운 스포츠웨어가 주류를 이루는 지금,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녀는 오뜨 꾸뛰르풍의 드라마틱한 디자인에 몰두하고 있다. 그녀에게 패션은 예술이고 예술은 영원함, 한계가 없는 가능성을 뜻하기 때문이다. 킴은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기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타인 혹은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 때로 가장 거대한 벽인 우리 자신이 만들어낸 생각의 타래가 방해하지 않도록. “몇 살인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는 중요치 않아요. 자신의 영혼과 소통하고 싶은 여자라면 누구나 내 옷을 입을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 킴 티치아나 로트뮐러(Kim Tiziana Rottmüller).

    ‘프로페너티(Profanity) by 릴즈킬즈(Lillzkillz)’의 릴리아 고이안

    위에 소개한 두 디자이너가 그렇듯이 릴리아 고이안도 디자인을 통해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데 두려움이 없다. 신성모독이 다소 부정적인 뜻을 내포하는 단어인데도 브랜드 이름으로 정한  것도 그 이유. “사회적인 관점에서 부정적이기도 하고, 규칙을 위반한다는 인상을 주죠. 내 브랜드의 방향도 유사합니다. 여성복 또는 남성복이라는 뚜렷한 구분이 없고 지나치게 밝은색을 사용하거나 옷에 외설스러운 단어를 적기도 하죠. 기존 패션계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눈살을 찌푸릴 만하죠.” 언뜻 반항적이고 불편하게 들리지만 그녀는 아주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풀어낸다. 2019 S/S 컬렉션은 교외에 사는 가족과 그들의 차에 대한 이야기다. 아빠, 엄마, 아들딸로 이뤄진 가족이 미니밴을 타고 집에 돌아와서 축구 경기를 보려고 하는데 리모컨이 사라진 상황. “90년대 시트콤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아주 평범한 삶의 우스꽝스러운 순간이죠. 하지만 성별에 상관없이 아름다운 사람들을 위한 옷으로 이뤄진 컬렉션입니다.” 폐차장에서 구한 자동차 부품이 부담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녀는 단순히 입기 쉽고 상업적인 옷보다 스토리가 있는, 강한 의상을 다시 주류 패션으로 가져오고 싶어 한다. “프로페너티를 입는 사람들은 매우 독창적인 스타일과 패션에 대한 관점을 가진 이들입니다. 대중 속에서 튀는 걸 두려워하지 않죠. 자신만의 캐릭터로 충만한 인물들이에요.”

    디자이너 릴리아 고이안(Lillea Goian).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Byeongcheol Jo, Brandon James, Nick Merzet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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