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Men About Town

2018.10.04

by VOGUE

    Men About Town

    우리 시대 패션 신전을 지킬 수호자 7인! 과거와 분리된 채 미래를 향해 전진하는 일곱 위인을〈보그〉가 만났다.

    영국 옥스퍼드주 휘틀리의 숏오버 하우스에서 리카르도 티시가 백마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런던으로 다시 돌아와서 아주 기뻐요.” 리카르도 티시가 버버리의 새로운 수장이 됐을 때 말했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 예술대학에서 공부한 지 거의 20년이 지났군요. 그 사이 런던은 엄청나게 바뀌었어요. 정말 변화가 느껴져요. 여전히 이 도시에 남은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다양한 에너지와 놀라운 정신이죠. 지금 버버리에서 일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도 그것이죠.” 티시는 재능, 아이디어, 패션계의 작업 방식 등을 자유로우면서도 창의적으로 접목시키기 때문에 그 누구 보다 뛰어난 패션 리더에 속한다. 이탈리아인인 그는 영국 스타일의 개인주의를 배웠고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지방시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며 파리 꾸뛰르 기술을 연마했다. 게다가 지금은 영국 최고 브랜드 버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으니 말이다. 그는 어떤 틀에도 맞추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만의 틀을 고수한다. “스스로를 유목민이라 생각해요”라고 티시가 말했다. “운 좋게도 여러 곳에서 살면서 아주 많은 지인과 동료를 사귈 수 있었죠.” 정체성의 정치학이 21세기 사람들의 의식에 깔려 있는 이 시대에, 티시가 자신의 사진과 함께 유니콘 이미지를 골라 <보그>에 보내왔다는 사실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유니콘은 국제적인 팝 문화와 중세시대 영국 역사의 상징이다. 그러면서도 유니콘 이모티콘은 Z세대에게, 특히 사자와 함께 영국 왕실 문장 속에 그려진 그 신화 속 동물을 떠올리는 영국 사람에게, 독특하고 멋지며 감성적인 사람들을 생각나게 한다. 이동물은 세상에서 지켜야 하는 선과 진실성을 상징한다. 티시가 찾아본 바에 따르면 버버리 가문의 은장식에도 유니콘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노동자계급이었던 버버리의 창립자들이 체크 무늬 트렌치 코트 제조업으로 부를 쌓은 후 그렇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티시와 유니콘을 함께 찍은 사진은 세대를 초월한다는 의도일까? 티시가 바로 세대를 초월할지도 모른다. 오뜨 꾸뛰르와 럭셔리 스트리트 웨어 사이를 오가며 쌓은 그의 오래된 경력 때문만은 아니다. “제게는 개방성과 경계의 파괴가 늘 중요했어요”라고 조용한 혁명가가 말했다. 실제로 그는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 백인, 젊음, 날씬함, 이성애 등을 중심으로 하는 패션계의 균일화를 무너뜨리는 개척자가 됐고, 지방시에서 모든 젠더와 색채를 받아들이는 인물이 됐다. “제가 혁신적으로 사고하며 강하고 진보적인 사람들을 지지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고 그럴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워요.” 티시의 방식은 런던의 다문화, 성 소수자(LGBTQI) 친화적 이상에 꼭 들어맞는 사고방식이자 업무와 생활의 방식이다. 실제로 런던 시장 사디크 칸이 펼치는 #LondonIsOpen(런던은 열려 있다) 캠페인으로 런던에서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저항적 축하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티시는 현대 영국의 역동적인 문화에 기여한 수천 명의 유럽인 중 한 명이다. 물론 국제 무대에서 그 역동성을 가장 확실히 보여주는 인물이지만. “버버리가 담고 있는 영국의 유산과 스타일을 전하는 일이 제게는 너무 자연스러워요.” 그리고 우리는 9월 런던 패션 위크에서 그가 그 유산과 스타일을 어떻게 전할지 확인할 것이다.

      에디터
      SARAH MOWER
      포토그래퍼
      미카엘 서보츠키(©Mikhael Subotzky), Magnum Photos / Euro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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