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는 승리하리라
시트콤 〈YG전자〉의 주인공은 YG엔터테인먼트의 보물, 빅뱅의 마지막 남자, 승리다.
빅뱅 멤버들이 모두 군대에 간 후 승리는 딱 네 배 바빠졌다. 솔로 앨범 를 내고 “셋 셀 테니 넌 딱 넘어와”라고 노래하며 전 세계의 흥을 돋우더니, 예능 <나 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 <런닝맨>을 통해 열혈 사업가의 모습을 공개했다. 0세부터 80세까지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급기야 넷플릭스 시트콤 <YG전자> 주인공으로도 낙점됐다. 그러니까 지금은 아이콘보다, 강동원보다, 블랙핑크보다 승리의 시대다. 13년 만에 ‘제1’의 전성기를 맞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승리를 위해 <보그>가 대화를 청했다. 일본 솔로 투어를 끝낸 후 후쿠오카 팬들의 환호를 뒤로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승리는 진정성을 가득 담은 답변을 이메일로 보내왔다. 유쾌하고도 진중한 그의 음성을 상상하며 읽어보길.
지금 어디에서 답변을 쓰고 있나.
비행기 안이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공연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요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는 어디인가.
주로 집에 있다. 예전에는 밖에 나가는 게 좋았는데 요즘 들어 집에 있는 게 더 좋아졌다.
<YG전자>는 YG엔터테인먼트에서 실제 일어나는 일을 각색한 시트콤이다. 예고편을 보니 YG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들을 스토리의 취재원으로 동원한 것 같았다. 당신은 충실한 내부 고발자였나, 진실을 함구했나.
처음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는 내가 주인공이 아니었다. 다양한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였을 뿐이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도중에 주인공으로 바뀌어 있었다. <YG전자>는 팩션으로 실제 있었던 일을 소재로 한 부분도 있지만, 코미디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넷플릭스를 통해 방송되기 때문에 다양한 국가의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고 웃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YG전자>에 임하는 자세는 다큐멘터리,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 중 어디에 가까운가.
힘을 많이 빼려고 했다. 주인공으로 작품을 이끌어가야 하니 너무 힘이 들어가 있으면 보는 사람도 지친다는 감독님 말씀이 굉장히 도움이 됐다. 대사 자체가 평소 말투와 다르지 않아서 큰 어려움 없이 연기할 수 있었다.
<YG전자>는 당신에게 즐거움이었나, 어려움이었나.
원래 코미디를 좋아해서 즐거웠다. 하지만 생각보다 만만한 작업은 아니었다. 토크쇼가 아니기에 이야기보다는 상황으로 웃음을 줘야 한다는 게 매우 큰 모험이었고 그래서 더 공부가 된 작품이다.
유병재, 이재진 등 동료 출연자와 호흡은 어땠나.
양현석 회장도 양현석 회장을 연기한다. 워낙 베테랑들이라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유병재 형은 박준수 PD님과 작업을 한 경험이 있어서 누구보다 작품을 잘 이해하는 듯했다.
박준수 PD는 <음악의 신>, <방송의 적>, 등을 연출하며 페이크와 리얼을 넘나드는 그만의 웃음 코드를 선보인 적 있다. 박준수 PD와 웃음 코드가 잘 맞았는지 궁금하다.
박준수 PD님 주문에 부응하도록 노력했다. 앞으로 바꿔나가야 할 부분을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것 같다.
당신은 넷플릭스 세대인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는 어떤 방식으로 즐기고 있나.
보고 듣는 걸 쉬지 않는다.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정보 습득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플랫폼으로 즐기고 있다.
<YG전자> 출연진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리는 ‘주연’으로서 말해달라.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에게 어떻게 보일 것이라고 예상하나.
‘저런 얘기를 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보는 내내 들 것이다. 이건 ‘디스’나 풍자가 아니다. 어차피 모두가 알고 있는 얘기를 굳이 숨기지 않고 웃음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박준수 PD님 특유의 철학이 잘 묻어나 있다.
5년 만의 솔로 앨범 의 반응이 뜨겁다. 미국 빌보드에서 조명하기도 했는데 솔로 앨범 활동에 대해 스스로 중간 평가를 한다면.
승리만의 음악성에는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고 본다. 예능에서 비친 모습으로 더 어필했으니까. 그러나 이번 앨범으로 승리의 음악에 대한 본질, 가능성을 봐준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 멈추지 않고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다 보면 풍성한 아티스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대한 개츠비>로부터 비롯된 별명 ‘승츠비’를 앨범 컨셉으로 내세운 점이 무척 호탕하게 느껴졌다. 이를 본인의 현재 정체성이라고 생각하나, 하나의 컨셉으로 생각하나.
<위대한 개츠비>는 해피 엔딩이 아니다. 비극으로 끝난다. 비극의 캐릭터가 되지 않게 승츠비가 아닌 승리로 살아남는 것이 내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솔로 앨범 활동에서 어느 때보다 자신감과 여유가 느껴졌는데 스스로도 그랬나.
이번 활동은 혼자 남은 빅뱅 멤버로서 팬분들이 형들의 공백을 최대한 느끼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해 활동했다. “역시 빅뱅 멤버구나”라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늘 자신만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해온 것 같다. 어떤 여정을 통해 찾고 있나.
‘포지션’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내가 맡은 역할,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정확히 파악하고 일을 하는 게 중요한데 그 선을 넘으면 사고가 난다.
사업가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뮤지션이나 아티스트 활동에 선입견이 생기거나 과소평가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없나.
‘사업’이라는 카테고리가 곧 보편화될 것이라고 믿는다. 유행의 발생과 소멸의 순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 곳에 올인하여 본인의 인생을 던지는 일은 예전 이야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는 모두가 언제든 방향을 틀 수 있는 옵션을 만들어놓지 않으면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데 큰 어려움을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평소 언제 정신적 허기를 느끼나. 그리고 정신적 허기는 어떻게 채우나.
정신적 허기를 느끼지 않는다. 내 머릿속은 잘 때 빼고는 항상 돌아가고 있다. 아이디어만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을 이어나가다 보니 가끔 당이 많이 떨어진다.
개인적으로 당신을 수년 전 다른 잡지 화보 촬영장에서 만난 적 있다. 불쑥 악수를 먼저 건네서 기억에 남는다. 격의 없이 다가가는 태도가 ‘인맥왕’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할까.
나는 모두에게 ‘나이스’하려고 노력한다. 큰 노력이 필요하거나 돈이 들어가지 않는 일이다. 생각만 바꾸면 모두 ‘나이스’해질 수 있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일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는데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삶을 개척해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가슴에 늘 품고 있는 문장이 있나.
“열심히 안 하면 어쩔 건데.” 오디션장에서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했을 때 양현석 회장님이 하신 말씀이다. 기분 나쁠 수 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승리’의 사전적 의미는 ‘겨루어서 이긴다’이다. 당신이 승리하고 싶은 대상은 누군가.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싶다. 나의 오만함, 거만함, 나태함, 거짓됨 이런 것들과 싸워 이겨야만 한다.
시청자로서 <YG전자>를 볼 빅뱅 멤버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지 말자.
- 에디터
- 조소현
- 포토그래퍼
- 박정민,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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