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60여 년 전 사업가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이탈리아 패션의 거물, 막스마라.

2018.11.27

by VOGUE

    60여 년 전 사업가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이탈리아 패션의 거물, 막스마라.

    60여 년 전 사업가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이탈리아 패션의 거물, 막스마라. 여자를 감싸는 코트로 유명한 이 브랜드의 고향은 어디일까?

    막스마라의 고향, 레지오 에밀리아에서 열린
    2019년 리조트 컬렉션 백스테이지에서 모델들과 함께 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안 그리피스.

    레지오 에밀리아(Reggio Emilia)라는 이름을 듣고 단번에 밀라노에서 동쪽으로 90분 정도 떨어진 마을 이름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탈리아 북부 여행을 제대로 해본 사람이라면 ‘파마산’ 치즈로 유명한 지방 인근일 거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60여 년간 전 세계 여성을 위한 패션이 탄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의 숫자는 더 적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평화로운 마을에서 막스마라가 탄생했고, 아직도 이곳을 지키고 있음을 알게 된다면 아마 이 이름이 특별하게 다가올 게 분명하다.

    그리고 지난 6월 5일 이 평화로운 마을에 패션 성지 순례객이 몰려들었다. 브랜드 창립 후 처음으로 이곳에서 리조트 컬렉션을 선보인 것이다. 목적지는 한때 공장으로 쓰인 ‘콜레치오네 마라모티(Collezione Maramotti)’라는 이름의 대형 미술관. 막스마라 창립자 아킬레 마라모티(Achille Maramotti)의 이름을 딴 이곳에는 16세기부터 현대미술에 이르는 방대한 컬렉션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적인 이 공간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안 그리피스(Ian Griffiths)가 막스마라의 뿌리를 재해석한 컬렉션을 공개했다.

    “이전에는 상하이, 베이징, 뉴욕, 런던 등에서 프리 컬렉션을 선보여왔습니다.” 그리피스를 다시 만난 건 2019년 봄/여름 컬렉션이 끝난 직후 밀라노에서였다. 국가 기록 보관소에서 열린 쇼의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그건 저희가 세계적인 브랜드임을 알리는 것과 같았죠. 하지만 이번엔 그 사실을 달리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세계적인 동시에 이탈리아 브랜드임을 알리는 거죠. 페라리, 두카티, 파마산 치즈와 햄이 탄생한 곳에서 막스마라가 탄생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습니다. 여전히 모든 것이 이탈리아에서 탄생한다는 것, 항상 아름다운 것이 여기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프랑스 남부, 모나코, 함부르크, 러시아 등으로 떠나는 거대한 브랜드 사이에서 오히려 막스마라는 고향으로 돌아와 그 스스로의 뿌리를 더듬어본 셈이다.

    2007년 미술관으로 변모한 건물에는 예술만 존재하는 건 아니었다. 7만여 점이 넘는 막스마라 아카이브 컬렉션(5만 점의 막스마라 아이템과 2만 점의 유명 디자이너 작품)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보그 코리아> 를 비롯해 소장 가치를 인정받은 전 세계의 패션지, 이제까지 소중하게 간직해온 광고 이미지 등도 모두 볼 수 있었다. “모든 건 막스마라를 이끄는 중요한 정신을 대변합니다. 과거로부터 아이디어를 얻고 미래로 향한다고 해야겠죠.”

    자신의 디자인 과정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잠시 고민하던 그리피스는 이런 예를 들었다. “이번 컬렉션에는 저희를 대표하는 101801 코트를 변형한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80년대 막스마라 디자인을 맡은 안느 마리 베레타(Anne Marie Beretta)가 완성한 코트였죠. 이런 유산을 어떻게 모던하게 바꿀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코트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놀라운 인기를 누리는 테디 베어 코트 역시 그리피스의 아이디어다. “모든 아이디어를 고객에게 선보일 순 없습니다. 완벽하게 정제된 디자인, 앞으로도 여성들이 찾을 만한 디자인만 깊이 고민한 후 세상에 선보입니다.”

    그에게 또 다른 아이디어를 선사하는 건 마라모티 컬렉션의 예술 작품. 예를 들어 리조트 컬렉션의 섬세한 프린트는 바로 사이 톰블리(Cy Twombly)의 작품에서 구상한 것이다. “이곳의 컬렉션은 놀랍습니다. 이런 작품을 언제라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늘 감사하죠. 당연히 아이디어를 얻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물이 현대 작품과 어우러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리조트 쇼에 선 모델 30명이 비토 아콘치(Vito Acconci), 에릭 스웬슨(Erick Swenson), 톰 삭스(Tom Sachs) 등의 아티스트 작품 사이를 거니는 풍경은 그 자체로 근사한 예술과 같았기 때문이다.

    영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30여 년 가까이 막스마라와 함께한 그에게 이곳은 제2의 고향과 다름없다. 학창 시절 콘테스트를 통해 브랜드와 첫 인연을 맺은 그가 자랑하고 싶은 막스마라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 최상급 품질을 경험할 수 있다는 거죠. 서울에서 구입하든 런던에서 구입하든 모두 동일한 품질의 근사한 제품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패션 산업을 대표하는 브랜드의 수장다운 말이다. 그렇다면 이탈리아 패션의 매력은? “무엇보다 이탈리아 패션은 여성을 아름답게 하고, 여성 스스로 그걸 느끼게 한다는 거죠. 실험적인 아티스트의 작품이 될 필요는 없어요. 스스로 아름답다는 걸 아는 여성만큼 매력적인 여성도 없으니까요.”

      에디터
      손기호
      포토그래퍼
      COURTESY OF MAX M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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