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칸예 웨스트의 가짜 대변인에게 사기당한 디자이너

2020.02.04

by 송보라

    칸예 웨스트의 가짜 대변인에게 사기당한 디자이너

    필립 플레인의 2019 F/W 컬렉션 쇼가 고작 사흘 남은 2월 8일, 뉴스가 터졌습니다. 컬렉션 발표를 코앞에 둔 디자이너가 쇼에서 공연할 아티스트를 애타게 찾는다는 소문이 돌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죠.

    디자이너 필립 플레인과 2017년에 그의 쇼에서 공연을 한 아티스트 퓨처.

    디자이너 필립 플레인은 뉴욕에서 선보일 성대한 런웨이 쇼를 위해 칸예 웨스트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사람과 계약을 맺었다고 합니다. 쇼에서 칸예 웨스트가 공연을 하는 조건이었죠. 필립 플레인은 셀러브리티를 섭외하는 데 돈을 아낌없이 쓰는 걸로 이미 이 바닥에선 유명합니다. 칸예 웨스트의 공연이라니, 그는 9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죠.

    위풍당당하게 ‘퍼포먼스 바이 칸예 웨스트’라고 기재한 필립 플레인의 인비테이션.

    당연히 이런 소식은 널리 널리 알려야 합니다. 그는 쇼 초대장에 대문짝만하게 ‘칸예 웨스트의 퍼포먼스’라고 자랑스레 적어 넣었죠.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습니다.

    수상한 낌새가 보인 건 그때부터입니다. 칸예 웨스트가 필립 플레인 쇼에서 공연을 한다는 소문이 킴 카다시안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남편에게 사실 확인을 한 그녀는 자신의 트위터에 정정 트윗을 올립니다. “그는 이번 시즌에 어떤 패션쇼에서도 공연을 하지 않아요. 단지 루머일 뿐”이라고요.

    <뉴욕 타임스>는 칸예 웨스트의 (진짜) 대리인에게 그가 쇼에서 공연하지 않는다는 것을 공식 확인한 후 필립 플레인 측에 이 사실을 전했습니다. 이 사실에 당황한 플레인 측에서는 모든 것을 “칸예와 친구 사이였던 점을 악용해 몰래 그의 매니지먼트 팀이라고 속인 누군가”의 탓으로 돌렸죠.

    왼쪽이 칸예 웨스트와 시카고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체 스미스, 일명 라임페스트.

    그리하여 총 90만 달러 중 75만 달러가 이체된 계좌를 추적해보니 ‘돈다 S. 하우스 Inc.’. 칸예의 어머니 돈다 웨스트 박사는 시카고주립대 영문과 학장을 지낸 인물입니다. 칸예는 2007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친구였던 라임페스트, 라임페스트의 아내 도니 스미스와 함께 어머니의 이름을 따서 ‘돈다의 하우스’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했죠. 하지만 킴 카다시안으로 인해 셋 사이가 갈라졌고 결국 웨스트와 결별을 선언한 라임페스트 부부는 지난 2018년, 단체의 이름을 아트 오브 컬처로 바꿔버렸습니다. 이들 역시 자신들은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결백함을 밝혔어요. 그렇다면 대체 누가?

    왼쪽의 인물이 이 사건의 중심에 있는 말릭 유세프.

    여기서 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굿 뮤직의 뮤지션 말릭 유세프.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기 혐의에 대한 공식 성명과 구구절절한 사연을 포스팅했습니다. “여러 미디어에서 보도한 것과 달리 나와 나의 팀은 필립 플레인의 뉴욕 패션 이벤트와 관련해 어떠한 사기 거래나 도둑질을 한 적이 없습니다. 칸예 웨스트와 나는 비영리단체를 위해 어떻게 자금을 모을 것인지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어요. 그 단체는 칸예가 1년 전에 내게 위임한 ‘시카고를 위한 돈다 소셜 프로그램’입니다. 그는 이번 일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있었어요. 파타고니아, 패션노바, 필립 플레인과 의논해도 좋다는 뜻을 비쳤거든요. 칸예와 함께 캠페인 티셔츠를 디자인하는 대신 브랜드에서 돈다 소셜 프로그램에 75만 달러를 기부하는 대가였습니다.” 유세프에 의하면 일이 진척되면서 칸예는 발을 빼고 싶어 했다고 합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미디어에서는 이미 소문이 돌고 있었죠. 나는 즉시 필립 플레인에게 연락해 칸예가 이 계약을 취소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고요. 그가 기부한 75만 달러도 재단에서 돌려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공개된 가짜 계약서. 오른쪽 모자이크 처리된 부분이 말릭 유세프의 사인. 유세프도 사인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므로 여기서 유일한 진짜 사인은 필립 플레인의 것뿐.(TMZ 제공)

    하.지.만. 돈은 입금된 즉시 계좌에서 빠져나가 종적을 감췄다고 합니다. 어느 해외 매체에서 입수한 계약서에는 위조된 칸예 웨스트의 사인 옆에 유세프의 사인이 있었고요. 유세프는 자신이 분명 이 사건과 연루돼 있긴 하지만, 어떤 계약에도 사인한 적이 없다고 하는군요.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과연 진실이 밝혀지긴 할까요? 오늘도 진실은 저 너머에.

    FYI. 고대하던 칸예 웨스트의 공연은 없었지만, 필립 플레인의 쇼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왁자지껄했다는 후문.

      시니어 디지털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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