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버버리의 새 향수, Her

2019.02.14

버버리의 새 향수, Her

햇빛을 머금은 베리 향과 런던의 공기를 담은 새로운 향 ‘Her’. 이 향의 얼굴이 된 카라 델레빈과 조향사 프란시스 커정을〈보그〉가 만났다.

“Maybe it’s because I’m a Londoner…” 런던 메이페어에서 열린 버버리 새 향수 ‘Her’ 오드 퍼퓸 론칭 현장에서는 허스키한 음색으로 속삭이듯 부르는 노랫말과 캠페인 영상이 흘러나왔다. 매력적인 목소리의 주인공은 런던 슈퍼스타 카라 델레빈. 유르겐 텔러가 촬영한 광고에서 그녀는 런던을 배경으로 자연스러운 일상을 드러냈고, 필름 배경음악 ‘Maybe it’s because I’m a Londoner’도 불렀다. 고향이자 가장 사랑하는 도시를 위한 헌정곡인 셈이다.

카라는 자신이 ‘진정한 아티스트’라 지칭한 사진가와 함께 런던 곳곳을 유람했다는 사실에 고무돼 있었다. “유르겐과 함께하면 저는 더 자유를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는 런던 여기저기를 마구 돌아다녔어요. 여러 공원과 버킹엄 궁전을 걷고, 누워서 쉬기도 하고, 나무도 타고, 오리도 쫓아다니고, 꽃향기를 맡거나 강아지와 놀고, 테이트 모던에 가고, 자전거를 타고 골목을 달렸죠. 관광객처럼 이층 버스를 타고 런던 구경도 했어요. 정말 재미있었죠!” 카라는 촬영 중에도 행인들과 얘기하고 기타를 치며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했다. 함께 촬영한 여러 마리의 강아지 중 불도그는 실제로 카라가 키우는 개였고, 노팅힐을 산책하던 또 다른 개 주인들과 잡담을 나누기도 했다. “사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이층 버스를 타거나 거리를 돌아다닌 적 없는데, 영국인이라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럽더군요. 제가 태어난 도시에서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요. 기분이 너무 좋은 나머지 버스 한쪽에 매달려 ‘여러분!’이라고 소리를 질렀는데 행인들이 미친 여자처럼 쳐다보더라고요, 하하!”

유르겐이 담은 카라의 모습은 5년째 버버리 퍼퓸을 이끄는 마스터 조향사 프란시스 커정에게 건네졌다. “Her 오드 퍼퓸의 조향을 시작하기 전, 보틀 디자인과 향수 이름이 미리 정해져 있었습니다. 카라가 모델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유르겐이 찍은 화보의 분위기도 미리 볼 수 있었죠. 영감이 강렬하게 왔어요. 런던은 모든 영감의 중심이니까요. 다만 이번에는 전통적 런던이 아닌 이중성에 주목했어요. 특히 남성적인 것을 여성스럽게 변환시키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1981년 탄생한 버버리 첫 남성 향수 보틀을 응용해 만든 Her의 향수 보틀처럼. 바버샵에서 휩 크림같이 생긴 면도 크림을 쓰잖아요? 그걸 보고 프루티하고 베리처럼 맛있게 생긴 뭔가를 만들고 싶었어요. 베리는 매우 영국적인 과일이거든요.”

전통과 모던, 럭셔리와 거리 문화 같은 런던의 이중적 매력,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넘나든 프란시스 커정의 상상력은 플로럴 계열의 향수로 탄생했다. 레드, 다크 베리의 달콤한 톱 노트로 시작해 재스민과 바이올렛의 향긋함을 거쳐 앰버와 머스크로 여운을 남기는 매력적인 향.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도 정원을 가꾸고, 작은 테라스에서 베리와 장미를 키워내는 런더너들의 감성이 핑크빛 투명한 유리 보틀에 담겼다. 먹고 싶을 만큼 달콤하게 느껴지는 톱 노트는 요즘 향수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어 중 하나인 구르망(Gourmand) 트렌드를 반영한다. “구르망은 21세기 조향 업계에 중요한 자취를 남기고 있어요. 역사적으로 볼 때 향에도 시대적 트렌드가 존재하는데, 60~70년대는 파촐리가 강세였고, 20세기 초는 파우더리 노트 시대였어요. 21세기는 구르망에 관한 모든 것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Her 오드 퍼퓸에 적용한 구르망은 신개념을 담은 ‘에어리 구르망(Airy Gourmand)’이라고 부를게요. 구르망은 매우 묵직한 향으로 여겨져 보다 밝고 가벼운 면을 발전시켰습니다. 스타일리시한 구르망의 새 시대를 열고 싶었죠.” 커정은 향수에서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재료가 쓰였는지 알 수 없을 때, 향수의 미묘함을 느끼고, 결국 그 향수는 감정이 됩니다. 만약 당신이 향수에 쓰인 모든 싱글 노트를 맞힐 수 있다면 더는 매력을 느낄 수 없을 거예요. 상상력이 사라진다는 건 평범해졌단 뜻입니다.”

<보그>는 Her의 신비로운 매력을 좀더 알아보기 위해 모델이자 영감의 원천인 카라와 대화를 나눴다.

VOGUE KOREA 조향사 프란시스 커정은 이 향수를 대담하고, 삶으로 가득 차 있으며, 에너제틱한 향수라고 묘사했어요. 당신은 Her를 어떻게 묘사할 건가요?

CARA DELEVINGNE 늘 느끼지만 향을 말로 묘사하는 건 너무 어려워요. 대신 춤으로 해석하고 싶지만, 그건 좀 이상해 보이겠군요. 어쨌든 Her는 정말 강하지만, 한편으론 플로럴한 면도 지녔어요. 제가 좋아하는 향은 비 온 뒤 나는 냄새처럼 신선한 향이에요. 자연스럽지만 달콤함도 있죠. 달콤한 향은 때로 멀미가 나는데, Her는 그렇지 않아요. 달콤하고 신선하죠. 흙과 머스크 향도 살짝 가미돼 제가 정말 좋아하는 신선한 향이 나요.

VK 이번 향수의 영감인 ‘영국적인’ 것에 대해서는 모두 다른 기준을 갖고 있어요. 런더너인 당신에게 가장 영국적인 건 뭐죠?

CD 이층 버스, 튜브, 블랙 캡, TFL 같은 대중교통과 감자칩(Crisps)! 영국의 감자칩이 제일 맛있어요. 어니언 피클 맛 감자칩은 어디에도 없을걸요? 아,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을 과하게 하는 것 같아요. 거리에서 누군가와 스치면 “미안합니다”라고 바로 말하죠. 심지어 고마울 때도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진짜 잘못했을 땐 절대 사과하지 않아요. 이런 독특한 고집스러움은 아마 영국인이 아니면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또 다른 영국적인 것은 비예요. 런던은 정말 날씨와 연관이 깊죠.

VK 런던을 떠나 있으면 비 오는 날씨가 그립나요?

CD 그건 단순히 날씨의 문제가 아니라, ‘런던의 비’에 얽힌 특별함이에요. 냄새, 감촉, 런던을 거니는 사람들의 젖은 옷에서 느껴지는 것들. 런던 사람들은 비가 쏟아져도 우산 쓰는 것에 연연하지 않아요. 미국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비가 오자마자 우산을 쓰더라고요. 우리는 비에 흠뻑 젖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요. 비를 맞으면 리프레시 효과가 있어요.

VK 데뷔할 때부터 버버리와 함께해왔죠. Her 프로젝트는 어땠나요?

CD 그녀(Her)요? 누구죠? 농담이에요! 버버리는 기술, 음악, 변하는 날씨 등 모든 요소와 경계를 넘나들기에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새로워요. 이번 캠페인은 여성성에 대한 개념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매우 여성스럽고 플로럴하지만, 남성적 측면도 갖고 있죠. Her 보틀이 버버리의 첫 남자 향수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은 것처럼요. 요즘은 여성성에 대한 개념이 많이 바뀌었잖아요. 강인한 여성이 되는 것은 한 가지를 의미하는 게 아니에요.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어요. Her는 이 점에 관해 특별한 목소리를 내고 있죠. Her는 Her처럼 느껴지는 그 어떤 여성이나 남성과도 어울리는 향수입니다.

VK 녹음한 캠페인 송을 들으니 당신 목소리가 무척 근사했어요.

CD 저에 대한, 런던 걸에 관한 것이라면 최대한 참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노래가 즉흥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제가 노래를 불러야겠어요”라고 말했죠. 정말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결국 노래했어요! 이 곡은 정말 밝고 분명해요. 오리지널 송은 잉글리시 리드 송처럼 들리지만, 제가 부르면서 저만의 감성을 조금 가미했어요. 맘에 드나요? 저는 아주 마음에 들어요.

VK 끝으로, 런던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궁금하군요. 저도 가보고 싶어요.

CD 제 발에는 ‘Made in England’라는 타투가 있어요. 일 때문에 전 세계를 여행하지만 가능하면 런던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하죠. 특히 여름 뮤직 페스티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분위기를 사랑해요. 런던은 창의성, 재능, 다양성, 문화 등 모든 것이 융합된 도시예요. 정말 놀라운 곳이죠.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포토벨로, 브릭스턴, 컬럼비아 로드 플라워 마켓과 더 로즈 앤 크라운 펍. 그리고 여름이면 해 질 무렵 하이드 파크에 앉아 피크닉과 페스티벌을 즐기는 것!

    에디터
    김지영
    포토그래퍼
    Courtesy of Burberry
    스폰서
    버버리(Bur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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