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Met 패션 전시 <캠프: 패션에 대한 단상>이란 대체 무엇?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은 2019년 코스튬 인스티튜트 전시 제목과 멧 갈라 파티의 공동 호스트를 발표했습니다. 오는 5월 9일부터 9월 8일까지 진행될 전시의 제목은 <캠프: 패션에 대한 단상>. 구찌가 후원하는 갈라 파티는 안나 윈투어,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함께 레이디 가가, 구찌의 2019 크루즈 광고 모델 해리 스타일스, 테니스 스타 세레나 윌리엄스가 공동 호스트를 맡기로 결정됐습니다.
왜 공동 호스트로 이 인물들이 선정됐는지, 캠프가 패션과 무슨 상관인지 알기 위해서는 먼저 전시 제목에 대해 알아봐야겠죠? <캠프: 패션에 대한 단상>이라는 제목은 20세기 미국 최고의 에세이 작가이자 소설가, 예술 평론가인 수전 손택이 1964년 <파르티잔 리뷰(Partisan Review)>에 기고한 에세이 ‘캠프에 대한 단상’에서 영감을 얻은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캠프는 야영장이나 캠프장의 캠프가 아님을 밝힙니다. 손택이 의도한 의미의 캠프라는 단어는 1909년에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등재됐습니다. 당시 사전에는 “과시하는, 과장된, 영향을 미치는, 연극적인”이라는 뜻과 “동성애와 관계된”이라는 뜻의 형용사 그리고 그런 행동이나 매너를 뜻하는 명사로 정의됐죠. 어원이 분명치는 않지만 “과장된 방식으로 포즈를 취하다”라는 뜻의 프랑스어 동사 ‘se camper’에서 기원했다고 추정합니다.
수전 손택은 캠프를 일종의 감수성이라고 설명합니다. 감수성을 정형화된 에세이로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캠프에 대한 단상’에서는 각각에 번호를 붙인 58가지 단편적인 생각으로 캠프를 정의하고 설명했죠.
손택은 캠프의 본질이 ‘인공적이거나 과장된 것 특유의 부자연스러움에 대한 애정’에 있다고 봅니다. 언뜻 사람들이 키치하다고 표현하는 것과 비슷하게 들리죠? 비슷한 맥락이기도 하지만 차이가 있답니다. 키치는 ‘나쁜 예술’이란 뜻으로, 기본적으로 단어 자체에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요. 하찮은 모조품, 저급한 것, 나쁜 취미, 이러한 일련의 것들에 해당하는 예술적 산물이나 싸구려 문화 상품까지 포함하죠. 아주아주 쉽게 말하면 모나리자를 따라 그린 싸구려 그림을 벽에 걸어놓고 흐뭇해하는 게 키치입니다. 하지만 캠프는 사람들이 흔히 촌스럽거나 조악하다고 보는 B급 감성을 있는 그대로 좋아하는 거랍니다. B급 감성에 대한 조롱이나 반어법이 아니라 그냥 그 자체를 좋아하는 취향입니다. 그래서 키치와 달리 진지하죠. 일부러 웃기려고 하거나 이상해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니까요! B급 감성은 쉬운 이해를 위해서 캠프의 일종으로 예를 든 거니까 캠프와 B급 감성을 동일시해서는 안 됩니다. B급 감성은 캠프의 부분집합이라고 할 수 있어요.
캠프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들은 자가 학습을 권합니다. 그렇다면 왜 레이디 가가, 해리 스타일스, 세레나 윌리엄스가 코호스트로 선정됐는지 알아볼까요? 캠프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했다면 레이디 가가에 대한 설명은 필요 없을 듯합니다. 해리 스타일스는 리본 블라우스 같은 중성적인 스타일을 즐기죠. 손택은 캠프의 ‘승리’로 중성적인 스타일을 꼽은 바 있습니다. 모든 스타일은 인공적이고, 결국 양성적이라고 그녀는 말했죠. 세레나 윌리엄스가 오프화이트와 나이키 협업 ‘퀸’ 컬렉션의 튀튀, 캣수트, 다채로운 색감의 여성적인 테니스 룩을 입고 거칠게 테니스 코트를 누비는 장면, 기억하시나요? 그야말로 캠프적인 순간이죠.
밀레니얼 세대가 즐기는 패션 트렌드야말로 캠프입니다. 젊은이들이 실제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은 정작 눈살을 찌푸리는 90년대 패션에 완전히 매료돼 있으니까요. 놀라울 정도로 너무나도 순수하게 빠져 있어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게 이상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랍니다. 처음엔 모두가 실소를 금치 못했던 톰 브라운의 짤막한 수트도 성공한 캠프죠. 새끼 용이나 자신의 머리를 팔에 끼고 런웨이에 등장했던 2018 F/W 구찌 쇼도 캠프의 클래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레이 가와쿠보는 2018 F/W 꼼데가르송 컬렉션이 손택의 에세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캠프는 평범함을 벗어날 정도로 끔찍하게 과장되거나 나쁜 취향에 속한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내 컬렉션은 캠프가 진정으로 깊이 있고 새로운 어떤 것, 우리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대변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죠. 예를 들어, 오늘날 펑크라고 불리는 수많은 스타일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이 원래의 반항 정신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나는 캠프가 더 깊은 것을 표현할 수 있고 진보를 가져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캠프: 패션에 대한 단상>전에는 남성복과 여성복, 조각 작품, 페인팅, 드로잉을 포함한 175개 아이템이 두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전시됩니다. 첫 섹션은 캠프의 기원, 두 번째 섹션은 컨템퍼러리 디자이너들의 작업으로 표현된 캠프를 보여줍니다. 트롱프뢰유와 파스티셰, 아이러니, 연극과 과장법 등입니다. 찰스 프레드릭 워스와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부터 미우치아 프라다와 뎀나 바잘리아의 룩까지 포함돼 있어요. 버질 아블로의 ‘리틀 블랙 드레스’라고 써 있는 리틀 블랙 드레스는 두말할 것 없습니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큐레이터 앤드류 볼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손택은 자신의 에세이에서 모든 것이 캠프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쇼를 준비하면서 나는 도처에 캠프가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죠. 특히 모든 패션은 일정 수준에서 캠프라고요.”
- 시니어 디지털 에디터
- 송보라
- 포토그래퍼
- Courtesy Photos, Vittorio Zunino Celotto / Getty Images for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Johnny Dufort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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