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페이커
오늘도 상사의 노잼 개그에 영혼 없는 웃음을 날려주었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직장 상사의 철 지난 아재개그에 자연스럽게 웃어야 하고,
어른들의 ‘언제 결혼할래?’와 ‘아이는 언제 가질거니?’로 이어지는 덕담을 위장한 잔소리를 웃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넘어가야하는 웃픈 상황들.
나이가 들수록 즐겁지 않지만 웃어야 하는 일들이 늘어나고, 우린 마치 이런 상황에 트레이닝이라도 된 듯 자연스럽게 웃는 얼굴을 내비치곤 합니다.
정말 행복한 것도, 웃고 싶은 상황도 아닌데 말이죠.
[스마일 증후군]
슬픔, 분노 등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숨기고 밝은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낄 때 발생하는 증상
누구나 이런 상황을 조금씩 겪고 있지만, 특히 연예인, 서비스업, 텔레마케터 등 감정 노동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서 많이 나타나곤 해요. 감정을 잇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직업의 규칙에 따라, 혹은 그에 따른 불이익을 걱정하여 다른 감정 표현을 강요 받을 때 스마일 증후군 증상이 나타나죠. 스스로의 감정을 억누르고 상황을 버텨내면서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지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역으로 부정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어요.
스마일 증후군이 지속되면,
1.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 지에 대해 무감각해지거나,
2. 편한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더 극대화하여 표출하게 되는
감정적 오류가 발생하게 됩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부모님 혹은 배우자의 사소한 행동에도 날카로워지거나, 괜히 짜증을 내기도 하죠. 억눌린 감정이 엉뚱한 곳에서 표출되는 일이 반복되면 자신도, 또 주변 사람까지 스트레스를 줄 수 있어요.
스마일 증후군을 겪는 이들의 특징을 아래와 같습니다.
기분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억지로 웃는다
가족, 친한 친구에게 이유 모를 짜증을 낸다
식욕과 같은 기본적인 욕구가 떨어진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고 대외활동이 꺼려진다
불면증, 생리불순 등 호르몬 질환에 시달리고 체중이 급격히 변화했다
쉽게 체하고 속이 자주 더부룩하다
물론 스마일 증후군을 겪는다고 해서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을 앓는다고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에요. 스마일 증후군은 감정 표현을 지나치게 통제하는 것에서 기인되는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정한 상태로, 생활패턴을 개선하거나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음으로써 충분히 나아질 수 있습니다.
1.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습관을 들이고, 글로 적어보세요
감정은 단순히 ‘좋다’와 ‘나쁘다’ 이상의 다양한 온도를 지니고 있어요. 만족스럽다, 부끄럽다, 나른하다 등 자신이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을 글로 적어보거나, 나지막이 읊어보세요. 잠들기 전, 감정 일기는 쓰는 것도 좋아요. 하루 중 가장 강렬했던 감정을 느낀 일을 떠올리고 그때 느낀 감정에 초점을 맞춰 글로 적으며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는 거에요.
2. 덜 공격적인 액션을 통해 화를 표출하세요
얼음을 아작아작 깨물어 먹거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크게 노래를 부르는 등, 속이 뻥 뚫릴 수 있는 자신만의 화 표출 방법을 찾아보세요. 10분 이내로 껌을 씹는 것도 좋아요. 단, 이 방법은 순간적으로 참을 수 없을 경우에만 사용하는 걸 권장해요. 혼자 화를 푸는 것에 의존하게 되면 결국 타인에게 감정을 풀어내지 못하는 건 매한가지이니까요.
3. 모두에게 ‘예스맨’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세요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줄 순 없어요. 물론 머리로는 알지만 정작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미움 받을까 걱정이 앞서 거절을 못하게 되죠. 거절을 하거나 내 의사를 표현하면 사람들이 나를 싫어할거라는 강박에서 벗어나세요. 되려 계속해서 친절을 베풀다 보면 그걸 권리로 여기는 타인들도 많으니까요. 거절을 연습하는 것 또한 스마일 증후군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방법이에요.
4. 편한 이들과 만나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세요
스마일 증후군을 겪는 이들은 점점 사람을 만나는 것을 꺼려하고, 자신의 감정에 대해 말하는 것을 잊어버리게 돼요. 사람들을 만나 자신이 느낀 감정이나 상황에 대해 털어 놓고, 공감을 얻거나 위안을 받는 것은 감정을 풀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혼자 앓고 있던 감정을 풀며 스트레스도 풀 수 있죠.
- 컨트리뷰팅 에디터
- 김여진
- 포토그래퍼
- GettyImagesKorea,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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