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저격 공간을 만드는 젊은 디자이너들
“이 공간은 누가 만들었을까?” 사람들이 셔터를 눌러대는 예쁘고 핫한 공간부터. 매력적인 가구를 마치 전시장처럼 늘어놓은 공간, 비치된 제품이 마치 가구와 한 몸이었던 것처럼 느껴지는 공간. 그런 서울의 궁금한 공간을 만든 곳이 어디일까 찾아보면 이 사람들의 이름이 보이곤 하죠. 최근 디뮤지엄 <I Draw> 전시에서 권경민 건축가와 함께한 공간부터 을지로 아티스트 프루프, 연희동 유어마인드 같은 힙스터들의 공간에 디스이즈네버댓이 새로 오픈한 쇼룸까지.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스튜디오 씨오엠(Studio COM, 디자이너 김세중, 한주원)의 손을 거쳐간 디자인은 취향 있고 안목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이란 어떤 곳일까? 이런 요소를 작업할 때 고려하는 편인가요?
한동안은 괜히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는데 요즘은 사실 별생각이 없어요. 당연하다는 듯 이를 요구하는 클라이언트도 있는 반면, 난처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클라이언트도 많고요. SNS가 가지는 힘을 알기 때문에 그러한 요구의 배경을 충분히 이해해요. 단지 ‘인스타그래머블’이라는 표현에 속지 않으려고 하고, 더 넓은 범위에서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단순히 카메라 프레임 안에서만 제 역할을 하는 납작한 공간을 만드는 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2017, ©Studio COM
서울은 공간 디자인 역시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카피하는 속도도, 소비하는 속도도 남다르고요.
그런 점에서 확실히 서울은 기형적인 거 같아요. 이미지를 굉장히 쉽게 흡수하며 빠르게 변화하죠. 큰 흐름에 휩싸여서 우왕좌왕하거나 마음 졸이기보다는 우리에게 맞는 속도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다만 열화 복제품을 보는 듯한 공간이 여기저기 생겨나는 것은 지켜보기가 정말 괴로워요. 언젠가 상향 평준화되지 않을까 희망하고 있습니다.
2018, Image Courtesy of the Kumho Museum of Art
아티스트 프루프부터 유어마인드까지 이른바 서울의 ‘힙한’ 공간을 많이 디자인했는데, 어떤 계기로 연이 닿았나요?
초반에는 전시 디자인을 주로 맡아서 했어요. 이 경우 일반적인 클라이언트 잡과 달리 큐레이터나 그래픽 디자이너, 예술가와 긴밀하게 협업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때 만난 분들이 또 클라이언트가 되거나 주변에 씨오엠을 소개해주어 일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대부분 단순히 일을 맡기기보다 좋은 공간을 함께 만들고자 하는 분들이었고요. 그 덕분에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재미있게 공간 작업을 할 기회가 종종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한 작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을 꼽는다면?
처음으로 미술관을 벗어나서 진행한 공간 작업이 아티스트 프루프인데요. 공간 자체가 가진 특별함도 있었지만 의뢰인인 판화가 최경주의 작업 방식과 씨오엠의 작업 방식이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어 즐겁게 디자인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 작업한 디스이즈네버댓 홍대 스토어도 기억에 남아요. 브랜드가 가진 특징을 살려 넓은 공간을 넓게 사용하고 그 안에서 섬세하게 선을 맞추려고 노력했어요. 얼핏 보면 지금까지 해온 씨오엠 작업과 달라 보일 수 있지만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명쾌하게 담은 것 같습니다.
2016, ©Yoojin Jung(Meltingframe)
씨오엠만 갖고 있는 정체성, 추구하는 가치는 뭘까요?
어떤 재료나 공간을 만났을 때 단순히 좋은 재료를 쓰고 마감을 잘해서 완성도를 높이기보다는, 각각이 가진 특성과 장점을 살리는 방향이 저희의 작업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기술과 노하우가 쌓이고 조건이 좋다고 해서 본질이 가진 것 이상으로 대상을 유려하거나 과하게 설계하는 것은 저희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서울의 공간은 어디인가요?
작업실인 이태원동에서 조금만 나가면 잠수교와 인근 한강공원이 나오는데 공간감이 아주 특별해서 좋아합니다. 육중한 콘크리트 기둥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고, 수면 바로 위로 떠 있는 아치형 다리 밑으로는 한강이 흐르고 있어서, 서울이라는 공간이 가장 실감 나는 장소예요.
주로 어떤 것에 재미를 느끼는지 궁금합니다.
서로 취미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는 공간 여기저기를 다니며 가끔 발견하는 요상하게 마감된 부분을 관찰하는 것에 감탄하거나 재미를 느껴요. 서로 너무 다른 재료가 만나야 하는 지점이나 하나의 재료가 갑자기 끝나야 하는 부분을 자연스럽게 처리하기 위한 시공자 혹은 디자이너의 번뇌나 집착이 가감 없이 느껴지거든요. 일종의 블랙코미디 같은 장르의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호텔 로비나 객실을 디자인하고 싶어요! 가구를 제작해 판매하는 것도 오랜 계획 중 하나고요.
- 에디터
- 이진수(프리랜스 에디터)
- 포토그래퍼
-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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