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수입 3천인데 쿠팡 배송 알바를?
얼마 전 <국민일보>에 “벤츠 타는 사장님의 택배 알바, 긱 이코노미 사회의 ‘낯선 일탈'”이라는 기사가 났습니다. 쿠팡의 로켓 배송을 위한 단기 알바 참여자들에 대한 내용이었는데요. 참여자들이 타고 온 배송용 차량 중 10% 이상이 수입차였다고 합니다. 심지어 그중에는 외제차를 네 대나 보유한 소규모 회사 대표도 있었답니다. 퇴근 후 주 30시간씩 심야 알바를 뛰는 이유는 ‘재밌어서’. 재미도 있고 돈도 버니 일석이조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비정규 프리랜서 근로 형태가 확산되는 경제 현상을 ‘긱 이코노미’라고 합니다. 1920년대 미국에서 재즈 공연이 인기를 끌자 단기 공연을 위한 팀, 즉 긱(Gig)이 생겨난 데서 유래한 용어입니다. 기업에서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계약직, 임시직으로 사람을 고용하는 형태가 커지는 경제 상황을 긱 경제라고 부르기도 하죠.
긱 경제는 온디맨드 경제와도 일맥상통합니다. 거의 같은 개념으로 봐도 무관합니다. 온디맨드 경제란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서비스, 물품 등을 온라인이나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하는 경제 시스템입니다. 복잡하게 들리지만 이미 우리의 일상은 온디맨드 경제로 이뤄져 있답니다. 우버, 타다, 에어비앤비, 미소, 숨고, 요기요 등을 한 번쯤 이용해보지 않은 사람 있나요?
그렇다면 왜 투잡 뛰는 사장님 이야기가 여기까지 이어졌는지 정리해봅시다. 우리 사회는 온디맨드, 긱 경제화되면서 프리랜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경제활동의 형태가 정규직이 대세가 아닌 프리랜서가 대세인 시대로 변하고 있는 거죠. 그동안 회사의 부품처럼 일하던 사람들은 부수입을 챙기면서 재미도 있는 프리랜서 자리가 점점 많아지니 자연스럽게 투잡을 뛰는 거고요. 아마 곧 정규직보다 프리랜서가 일반화된, 지금과는 정반대 상황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도래할 거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합니다.
지금 긱 이코노미에 뛰어든 이들은 두 가지 타입으로 나눌 수 있어요. 첫 번째는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득이 있지만 자신의 능력을 보다 생산적으로 활용하고 싶은, 일종의 욕구 실현을 하는 사람들. 이들은 대체로 돌볼 가정이 없는 30대 미혼의 1인 가구가 많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고정된 직장이 없이 프리랜서로 일하는 수익이 전부거나 최저임금 상승으로 근무시간이 단축되어 줄어든 소득을 채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투잡을 뛰는 사람들. 물론 긱 이코노미의 일자리는 기본적으로 후자에게 돌아가는 게 맞습니다.
생각해보면 젊은 세대가 1인 방송을 하는 유튜버가 되거나 온라인 쇼핑몰을 여는 게 꿈이라고 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자아실현도 하고,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도 받는다고 자부할 수 있는 회사원은 많지 않으니까요. 어쩌면 긱 이코노미에서 미래를 알 수 없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보다 독립적으로 일하면서 고정 수익도 보장할 수 있는 유튜버가 되거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게 더 확실한 선택일 수도 있죠. 헛된 꿈이라고들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대기업에 취직하겠다는 건 이루기 쉬운 꿈인가요?
도래할 미래를 앞서 준비하는 건 바람직합니다. 이런 경제 형태에서는 프리랜서들이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노동자 개념에 포함되지 않아서 법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받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하는군요. 게다가 비정규직과 임시직이 늘어나서 고용의 질을 떨어뜨리고 임금 상승 둔화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만큼 기업과 국가 차원에서 이런 경제 형태를 제대로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 제도를 신속하게 준비하면 더 좋겠죠?
- 시니어 디지털 에디터
- 송보라
- 포토그래퍼
- GettyImagesKorea, Everett Collection, Courtesy Photos,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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