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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거래 사건

2019.04.04

by 김나랑

    중고 거래 사건

    혹시 중고 물품을 직거래하다 사기당한 적 있으세요?

    영화 <오늘도 평화로운>의 백승기 감독이 그랬습니다. ‘중고나라’에서 노트북을 거래하다가 사기를 당한 거죠.

    하지만 노트북은 잃고 영화는 얻었습니다. 이 경험을 살려 영화 <오늘도 평화로운>을 만들었거든요.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영화감독이 꿈인 영준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평화로운 그곳에서 노트북을 사려다 사기를 당합니다. 직접 사기꾼을 잡겠노라 결심한 영준은 무작정 중국으로 떠나는데…

    백승기 감독의 전작 <숫호구>, <시발, 놈: 인류의 시작>처럼, 이번 영화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황당하면서도 뻔뻔하고 그래서 웃기고 짠합니다.


    전작에서 열연한 배우 손이용이 이번에도 출연했군요. 아, 그의 짠내 가득한 연기는 정말이지 압권입니다.

    다음은 백승기 감독과의 질답입니다.
    영화 연출 계기는? 2년 전 전작을 끝내고 우주 영화를 준비하던 중이었어요. 중고나라에서 300만원짜리 맥북이 150만원에 나온 것에 이성을 잃고 바로 결제했죠. 그런데, 사기였습니다. 그 당시 정말 죽고 싶더군요. 그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해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하하. 그 사기꾼에게 감사 인사라도 해야겠어요.

    출연 배우와 제작진 모두 본업은 따로 있고, 재능 기부로 출연했다고 들었는데? “중고나라에서 사기를 당했다. 사기꾼을 잡으러 중국에 간다.” 이 두 줄이 영화의 시작이었어요. “제작비가 없어서 SNS에 영화를 만들고 싶은데 돈이 없다. 본인이 원하는 만큼만 참여해달라”는 식으로 글을 올렸죠. 일주일 동안 50여 명이 지원해주셨어요. 단 한 분도 제외 없이 영화 출연을 제안했어요. 제 지인까지 총 70여 명이 영화에 참여했죠.

    총제작비는? 첫 회식 때 중국집에서 120만원이 나와서, 제작비 아끼느라 고생했어요. 제작비는 총 1,000만원이 넘지만, 영화는 1억원 이상의 값어치가 있어요. 형사들이 닭 튀기는 영화만큼이나 잘됐으면 좋겠어요. 사실 손익분기점을 한 번쯤 넘어보고 싶습니다.

    영화에 <아저씨>, <테이큰>, <킹스맨>, <해바라기> 등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의 패러디 장면이 등장하는데? 복수 클리셰가 있는 영화를 가져왔어요. 특히 주성치를 정말 좋아해서, 극 중 주인공 캐릭터는 <주성치의 파괴지왕>에서 가져왔어요.

    중고나라 회사에 직접 방문했다고? 처음에 영화 만들 때는 걱정도 했어요. 그래서 영화 제목에 중고나라를 넣지 않았죠. 하지만 이렇게 초대도 해주시고, 전략적 제휴 관계죠. 회사는 참 인상적이었어요. 실제 벽돌을 예술 작품처럼 전시해놓으실 정도로, 평화로운 중고나라를 위해 모든 사원이 열심히 연구 중이셨어요.

    다음 작품은? 다음에는 SF 영화가 될 것 같아요. ‘인천스텔라’ 어떤가요? 인천의 미세먼지를 피해 우주로 가는 거죠. 하하. 어떤 소재든 찍을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어요.

    에디터
    김나랑
    포토그래퍼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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