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존재 ‘블랙홀’, 모습 드러냈다
상상만 해왔던 ‘블랙홀’. 한없이 크고, 칠흑 같은 어둠이 모든 것을 흡수하는 미지의 존재라고 여겨왔죠. 2014년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블랙홀이 우주와 시간을 흔드는 아주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블랙홀은 질량이 아주 큰 별이 수명이 다할 때 생깁니다. 별이 타버리고 남은 핵이 중력 때문에 붕괴해 블랙홀이 되는 겁니다. 학자들이 입을 모아 ‘우주에서 가장 신비한 존재’로 여겨왔던 블랙홀의 정체가 드러났습니다. 과학자들이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동원해 블랙홀 관측에 성공한 것.
우리 시간으로 10일 밤 10시는 꽤나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블랙홀의 모습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유럽남방천문대(ESO)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HT· Event Horizon Telescope) 프로젝트’의 첫 관측 결과를 발견했습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블랙홀의 모습을 공개한 것입니다.
지구에서 무려 5,500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은하단에 속한 블랙홀 ‘M87’. 이글이글 불타는 듯한 원형의 주황빛 고리 안으로 새까만 홀이 있는데, 바로 블랙홀 ‘M87’입니다. 이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의 65억 배, 지름은 160억 킬로미터에 달합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크기죠.
블랙홀은 강력한 중력으로 빛까지 빨아들여 지금까지 직접 관찰할 수 없었는데요, 이번에는 어떻게 성공한 걸까요? 빛이 블랙홀 바깥을 지나는 순간 휘어지면서 생기는 블랙홀 그림자를 활용해 관측에 성공한 겁니다.
블랙홀 관찰을 위해 세계 천체물리학자들은 미국, 스페인과 남극 등에 전파망원경 8대를 연결해 지구 크기만 한 가상의 망원경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2017년 4월, 9일 동안 ‘M87’을 관측해 이 같은 성과를 냈습니다. 이번 연구에 사용한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HT)은 프랑스 파리의 한 카페에서 미국 뉴욕에 있는 신문을 읽을 정도의 해상도입니다.
이번 연구에는 200여 명의 과학자가 참여했는데요, 우리나라 연구진 8명도 함께했다는 사실! 관측에 성공한 후 연구진은 블랙홀 연구의 새 시대가 열렸다며 기뻐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이끈 책임자 셰퍼드 돌먼은 벅차오르는 감동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블랙홀 무게가 태양의 65억 배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이 사실은 블랙홀의 존재에 대한 가장 강력한 증거이기도 합니다.”
이번 발견의 가장 큰 성과는 블랙홀의 모습과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 ‘큰 질량 주변의 시공간은 왜곡된다’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발표된 지 104년 만의 일이기도 하죠. 우주의 어둠 속에 숨겨져 있던 블랙홀의 발견이 우리를 어떤 미래로 이끌지 궁금해집니다. 블랙홀의 비밀을 풀고 나면, <인터스텔라>처럼 시간을 가르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 에디터
- 오기쁨(프리랜스 에디터)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EHT, NAOJ/NRAO/E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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