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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만에 문 열린 비밀의 정원 ‘성락원’

2019.04.24

by 오기쁨

    200년 만에 문 열린 비밀의 정원 ‘성락원’

    서울 도심 한가운데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정원이 비밀스럽게 숨어 있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나무와 수풀이 우거진 깊은 샘, 고즈넉한 정자, 지저귀는 새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오래된 정원 ‘성락원’. 세월을 고스란히 품고 굳게 닫혀 있던 조선시대 정원 성락원의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서울 성북구 북한산 자락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조선시대 정원이자 한국 전통 정원인 ‘성락원’. 성 밖에서 자연의 즐거움을 누린다는 뜻입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전남 담양의 소쇄원, 보길도 부용동 정원과 함께 국내 3대 정원으로 꼽기도 한 이곳.

    성락원은 1790년대에 지어졌는데요, 철종 때에는 이조판서를 지낸 심상응이 별장으로 사용했습니다. 이후 고종의 다섯째 아들 의친왕 이강이 35년 동안 별궁으로 썼습니다. 이 때문에 ‘왕실의 별장’이라 불리기도 했죠.

    시대가 바뀌고 주인이 바뀌는 동안 23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온 비밀의 정원. 1950년대 심상응의 후손 심상준이 다시 사들여 ‘성락원’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경치도, 분위기도 무엇 하나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200여 년 전, 선비들이 연못가에 앉아 풍류를 즐기고, 달빛 아래 애틋한 마음을 나누었을 성락원의 내부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성락원은 1만4,407㎡에 달할 정도로 넓습니다. 세 개의 호수와 개울, 약수터까지 품고 있는 정원입니다. 물이 흐르는 경치에 따라 앞뜰, 안뜰, 바깥뜰 세 개의 공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 시대에도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한 것이죠.

    앞뜰에는 두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쌍류동천’과 안뜰 앞을 막아 아늑하게 감싸 만든 ‘용두가산’이 있습니다. 물줄기 속 암벽에 새겨진 ‘쌍류동천’이라는 글은 성락원의 자맥을 보호하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또 쌍류동천 주위와 용두가산에는 200~300년 된 엄나무와 소나무, 참나무, 단풍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뤄 안뜰과 성락원 주변을 아늑하게 가려주고 있습니다.

    안뜰에는 영벽지와 폭포가 있는데, 놀랍게도 자연 폭포가 아닌 물길을 파서 만든 인공 폭포입니다. 바깥뜰은 송석과 연못이 있는데, 늪의 서쪽 암벽에는 고드름이 매달린 집이라는 뜻의 ‘장빙가’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 글씨가 그 유명한 명필 추사 김정희 선생의 것이라고 합니다.

    23일부터 6월 11일까지 한시적으로 개방하기 때문에 사전 예약을 해야 비밀의 정원을 볼 수 있습니다. 주 3회 월, 화, 토요일에 하루 7번 관람이 이뤄집니다. 관람료는 1만원. 한 번에 20명밖에 못 들어가니 예약을 서둘러야겠죠.

    혹시 예약을 놓쳤다 해도 이르면 내년 가을부터 상시 개방할 계획이라고 하니 실망은 금물!

      에디터
      오기쁨(프리랜스 에디터)
      포토그래퍼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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