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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벨바그의 대모’ 아녜스 바르다의 마지막 작품 5월 개봉!

2019.04.29

‘누벨바그의 대모’ 아녜스 바르다의 마지막 작품 5월 개봉!

향년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누벨바그의 선구자’ 아녜스 바르다의 마지막 작품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의 개봉이 오는 5월로 확정되었습니다. 65년 동안 영화를 아우르며 기존 프레임을 부수기 위해 노력해온 아녜스 바르다. 그녀의 진한 삶의 이야기가 담긴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는 그녀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작별 인사일지도 모릅니다.

지난 2월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 영국 <가디언>지는 “2시간 동안의 마술”이라 평했고,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팬들을 기쁘게 만들어줄, 영화라는 경주 트랙의 마지막 바퀴”라는 평을 내놨습니다. 이 외에도 해외 여러 매체의 호평이 이어졌죠.

우리나라 팬들 역시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5월 초 열리는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가 전석 매진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추가 상영을 요청하는 댓글이 끊이지 않았을 정도.

프랑스 영화계에 누벨바그가 시작될 즈음, 그녀가 나타났습니다. 시대가 요구한 연출자라고 볼 수 있죠. 그녀의 예술관과 넓은 세계를 탐험하다 보면 결국 인생과 예술, 영화가 달리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작품을 찍을 때마다 남겨진 발자국이 이어져 결국 그녀만의 길이 새롭게 탄생한 거죠.

장 뤽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등과 동시대에 활동하며 거장이 된 아녜스 바르다.

아녜스 바르다는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과 관점을 바꿨습니다. 기존 영화의 틀을 깨고 자신만의 원칙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페미니즘이 녹아든 내용과 연출로 누구보다 빠르게 여성의 목소리를 영화에 담기 시작한 선구자였죠. 또 그녀는 오랫동안 쌓아온 문학, 예술사학, 심리학 등의 다양한 지식을 작품에 녹여 삶과 예술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큐레이터를 꿈꾸던 아녜스 바르다는 25세 무렵 즉흥적으로 영화 카메라를 빌려 찍은 <라 푸앵트 쿠르트로의 여행>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당시 프랑스 영화 평론가 조르주 사둘이 “인간의 의식과 감정, 현실 사이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보여준다. 진정한 첫 번째 누벨바그 영화”라고 극찬한 덕분에 지금껏 그녀의 이름 앞에는 ‘누벨바그의 대모’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닙니다.

영화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의 한 장면.

두 번째 영화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에서 아녜스 바르다는 다큐멘터리와 영화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실험적인 시도를 합니다. 주인공 클레오가 파리를 배회하는 시간의 흐름과 실제 영화 러닝타임을 거의 일치시키는 등 낯설지만 신선한 시도로 평단의 지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아무도 모르게>의 한 장면.

이후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두 여성의 시간을 그린 영화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 제인 버킨과 샬롯 갱스부르 모녀가 함께 출연한 <아무도 모르게>, 상드린 보네르가 출연한 <방랑자> 등의 작품을 연이어 발표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관심을 가진 것을 영화에 투영했습니다. 그녀가 만든 작품을 살피다 보면 당시 그녀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흐름을 파악할 수 있죠.

2000년대 이후에는 <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 <아녜스 바르다의 해변>,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등 사람과 밀접한 다큐멘터리로 무대를 옮긴 그녀. 호기심을 가지고 사람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사회적 현상을 엿보기 시작했습니다. 90세가 되어 세상을 떠날 때까지도 카메라를 통해 매력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했죠.

지난 2017년 미국 아카데미 위원회가 주관하는 거버너스 어워드에서 ‘명예오스카상’을 받은 아녜스 바르다. 그녀는 영화에 대한 감정을 춤으로 표현하고 싶다면서 무대 위에서 배우 안젤리나 졸리와 손을 잡고 재즈에 맞춰 춤을 추는 등 자유롭게 행동하며 영감을 선사했습니다. 이 영상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죠.

지난 1월 말, 파리 자택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아녜스 바르다는 마지막 작품이 되어버린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를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솔직하게 나를 드러내 많은 사람과 에너지를 나누고 감정을 교류하고 싶었습니다. 나는 스스로를 거장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65년 동안 아주 정직하고 열심히 영화를 만들어왔지만, 나는 그 일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수는 있겠죠.”

    에디터
    오기쁨(프리랜스 에디터)
    포토그래퍼
    Courtesy Photos,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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