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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노는 인간, 홈루덴스족이란?

2020.02.04

집에서 노는 인간, 홈루덴스족이란?

홈루덴스는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루덴스에서 파생된 말입니다. 밖에서 활동하지 않고 주로 집에서 놀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신조어입니다. 집이라는 뜻의 홈과 유희, 놀이라는 뜻의 루덴스 두 단어를 결합했죠. 집에서 휴가를 즐기는 홈캉스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내 맘대로 해도 뭐라는 사람 하나 없는 우리 집이 최고 아닌가요?

홈루덴스족이 등장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소확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죠. 미세먼지 때문에 야외에서 시간 보내는 것을 꺼리게 된 이유도 있고요. 사실 마음먹고 밖에 나갔다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는커녕, 사람들과 부대끼느라 스트레스만 잔뜩 받느니 차라리 조용한 집에서 편히 쉬는 게 더 낫다는 생각도 듭니다.

“언제까지 집에만 처박혀 있을 거예요?” “당신만 나가면 여기가 바로 천국…”

생각해보면 그동안 많은 것이 밖이 아니라 집 안을 향해 바뀌어왔습니다. 배달 앱과 새벽 배송 서비스는 기본, 유명 셰프의 레시피대로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정 간편식(짧게 HMR이라고도 부르죠. Home Meal Replacement의 준말입니다)도 나왔죠. 에어프라이어가 인기인 이유 역시 그동안 집에서 만들기 번거롭던 요리를 간편하고 깔끔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에요. 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홈 트레이닝도 꾸준히 인기고, 홈 가드닝은 집 안 공기 정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정용 스티머, 과연 만두 맛집만큼의 결과물을 낼 수 있을지… tvN <식샤를 합시다>.

요즘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증폭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고 싶은 욕구도 커지는 거죠. 사무실 책상을 예쁘게 꾸미는 데스크테리어처럼요. 요즘엔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남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멘즈테리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고 합니다. 가전제품도 이 흐름을 반영하죠. 예전엔 TV 살 때 어느 브랜드를 사느냐만 정하면 됐지만 이제는 TV 스크린도 점점 커지고, 고사양화되고 있어요. 집에서 영화관 같은 기분을 낼 수 있는 빔 프로젝터에 대한 수요도 지난해부터 다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멘즈테리어란 부엌 찬장까지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 KBS 2TV <당신의 하우스헬퍼>.

어떻게 생각하면 결국 히키코모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밖에서 사람 사이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큰 사회 분위기를 방증하는 것일 수도 있죠. 하지만 히키코모리가 되지 않는 방법이 있습니다. 집에서 뭐든 편하게 할 수 있으니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시간을 보내는 거예요. 어릴 적에 친구 집에서 빈둥거리면서 놀던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친구들과 함께라면 좁은 소파에 껴 앉아도 즐거우니까요.

    시니어 디지털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Everett Collection, KBS,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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